영화 <정직한 후보>의 한 장면.

영화 <정직한 후보>의 한 장면. ⓒ NEW

 
'정치 혐오의 시대'라는 말을 강하게 부정하는 이들이 얼마나 될까. 뉴스를 통해 들려오는 정치권 소식은 눈쌀을 찌푸리게 하거나, 실소를 자아내는 것들이 대다수다. 적지 않은 정치인들이 과거 자신이 밝힌 소신이나 발언들을 쉽게 바꾸거나 모르쇠한다. 

대다수 사람들이 정치에 염증을 느끼는 요즘, '거짓말'을 밥먹듯 하다 어느 순간 거짓말을 못하게 되면서 차라리 솔직하게 유권자들에게 다가가기로 마음 먹은 아주 신선한 '정치인'이 등장했다. 바로 오는 12일 개봉을 앞둔 영화 <정직한 후보>의 주인공 주상숙(라미란) 이야기다. 

<정직한 후보>는 가려운 등을 긁어주듯, 주상숙의 발언으로 관객들에게 속 시원함을 안겨주는 작품이다. 극 중 3선 국회의원인 주상숙은 겉으로 봤을 때 청렴결백하고 믿음직한 사람이다. 하지만 실상은 완전히 다르다. 그는 허름한 아파트에 살며 이웃들과 사소한 일상을 공유하지만, 이는 4선 국회의원이 되기 위한 이미지 메이킹 전략에 불과하다. 실제 그는 개인 요리사에 수영장이 딸린 초호화 주택에서 호의호식하며 산다. 물론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3선 국회의원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조금씩 변해갔을 뿐이다.

변해가는 과정에서 거짓말도 늘었을 터, 입만 열면 거짓말을 술술 하던 그녀에게 어느날 청천벽력 같은 일이 닥친다. 바로, '진실의 주둥이'를 갖게 된 것. 이후 주상숙은 마음속에만 가지고 있어야 할 말들은 술술 내뱉으며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된다. 바로 이런식. 

"언젠가 대통령 한 번 해먹어보고 싶긴 해요. 다들 그렇지 않나?"
"제가 낸 책이요? 그거 돈 주고 대필한 건데요."

 
주상숙이 거짓말을 못하게 되면서 외조 전문 허세 남편 봉만식(윤경호)과 보좌관 박희철(김무열)에게도 비상이 걸렸다. 두 사람은 그녀가 다시 거짓말을 할 수 있도록 온갖 방법을 쓰지만 쉽지 않다. 거침없는 솔직함을 필두로 국민들에게 자신의 민낯을 그대로 다 보여준 주상숙의 지지율은 끝없이 하락하기 시작한다. 결국 주상숙은 차선책으로 바른말을 하기로 결심한다. 

라미란에게 찰떡같이 어울리는 주상숙이란 옷
 
 영화 <정직한 후보>의 한 장면.

영화 <정직한 후보>의 한 장면. ⓒ NEW

 
황당하면서도 웃긴 주상숙의 상황은 평소 다양한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 라미란이 쌓아온 '할 말 하는 캐릭터'와 맞물리며 몰입감을 더한다. 앞서 장유정 감독이 사시회 자리에서 "시나리오 완성하는 단계에서 이 캐릭터를 연기하기란 정말 쉽지 않겠구나 생각했다. 특히 성숙하고 진지한 부분을 코믹하게 그리면서 또 사랑스러운 연기까지 가능한 배우는 남녀노소 불문하고 라미란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듯, 라미란은 주상숙을 찰떡같이 소화한다. 

웃기기로 작정하고 촬영에 임했다는 라미란과 오직 라미란을 서포트하는 것에만 집중한 김무열-윤경호의 열연 또한 이 영화의 관전포인트다. 하지만 이들이 던지는 대사 한 마디 한 마디에 유머만 담긴 것은 아니다. 특히 총선을 불과 두 달여 앞둔 우리에겐 좋은 정치인이란 어떤 인물인지, 누굴 선택해야하는지 등 시사 점이 많다. 

"정치에 대한 피로감이 높은 시기에 유머와 위트를 통해서 이를 풍자할 수 있다는 게 매력적일 것 같았다." (장유정 감독)
 

영화 속 정치풍자 등은 장유정 감독의 의도가 고스란히 반영된 부분이다. 장 감독은 정치 풍자를 통해 정직이 갖는 의미와 그 가치에 대해 되돌아보자는 메시지를 작품에 담고 싶었다고 한다. 2014년 브라질에서 개봉한 < O Candidato Honesto(2014) >의 리메이크 작품임에도 우리나라 문화에 맞춰 다양한 설정을 추가하거나 변경한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정치의 계절에 개봉하는 만큼, 정치 자체에 대한 비판이 아닌 특정 정당에 관한 비판의 소지로 이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현존하는 10개 당을 상징하는 색깔을 사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극 중 주상숙 소속 당의 상징색은 보라색이다. 
   
제작진은 정치라는 예민한 주제를 다루는 만큼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해 애썼다고 한다. 현직 국회의원들을 인터뷰하고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자문을 받는 것을 넘어서 제작진 내부에 따로 팩트체크팀을 둘 정도로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 풍자부터 여성 정치인의 애환까지   
 
 영화 <정직한 후보>의 한 장면.

영화 <정직한 후보>의 한 장면. 열정부자 보좌관 박희철 역의 배우 김무열. ⓒ NEW


<정직한 후보>에 정치풍자만 담긴 것은 아니다. 한국사회에서 여성 정치인 혹은 사회생활을 하는 여성들이 겪을 수밖에 없는 부당한 일들에 대해 은근한 촌철살인을 날린다. 특히 주상숙이 "여자인 내가 여기까지 올라가는 데 얼마나 힘들었는 줄 아냐"라고 말하는 부분에선 여성 정치인 비율이 20%도 되지 않는(20대 국회 17%) 한국 정치의 현실을 떠올리게 해 씁쓸하다. 

정치 풍자부터 여성들의 애환 등 다양한 메시지를 담고 있지만, <정직한 후보>는 노골적으로 웃음을 지향하는 '코믹'영화다. 메인은 라미란의 솔직담백함이 돋보이는 웃음 유발 연기지만, 주변 인물들이 만들어내는 웃음 또한 간과하긴 어렵다. 그중 박희철 역의 김무열과 봉만식 역의 윤경호의 라미란 서포트 연기는 '최고'라고 단언할 수 있다. 
 
윤경호는 그 특유의 무뚝뚝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반전 섞인 대사로 관객들의 혼을 빼놓는다. 그는 '철딱서니 없는 남편 캐릭터를 이렇게 잘 소화하는 배우가 있을까'란 생각이 들 정도로 명연기를 선보인다.
 
반면 김무열은 대사가 아닌 상황으로 웃음을 유발한다. 하지만 결코 우스꽝스러운 슬랩스틱 코미디로 웃음을 만들어내지 않는다.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진지함이 가득 담긴 표정으로 대사를 읊어간다. 그런 그가 등장할 때마다 웃음을 참기 어렵다. 거짓말을 하지 못하는 주상숙 곁에서 한시도 떨어지지 않고 어려운 일을 처리하는 보좌관 박희철은 <정직한 후보>에서 뺄 수 없는 핵심 인물이다.

한편 영화는 오는 12일 개봉한다.
 
별 점 : ★★★★(4/5)
한 줄 평 : 라미란의 거침없는 솔직함과 명품 조연들의 완벽한 팀플레이

 
영화 <정직한 후보> 관련 정보
제목 : <정직한 후보>
감독 : 장유정
출연 : 라미란, 김무열, 나문희, 윤경호, 장동주, 송영창, 온주완, 조한철, 손종학, 조수향, 윤세아, 김용림, 오만석 등
제공/배급 : NEW
제작 : 수필름 홍필름
러닝타임 : 104분
개봉 : 2020년 2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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