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삼성과의 경기에 출전한 SK 전태풍 선수의 모습

지난 25일 삼성과의 경기에 출전한 SK 전태풍 선수의 모습 ⓒ KBL

 
프로농구 경기 중 상대 선수를 고의적으로 가격하여 물의를 빚었던 서울 SK 전태풍이 벌금 징계를 받았다. KBL은 29일 재정위원회를 열고 지난 24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벌어진 '2019~2020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SK와 삼성과의 경기에서 벌어진 전태풍의 폭력사건에 대하여 심의했다.

당시 전태풍은 경기중 동료의 패스를 받으려다가 삼성 천기범의 가로채기에 막혀 볼을 놓쳤다. 이어진 동작에서 전태풍은 공을 향해 달려가려던 천기범의 뒤통수를 손으로 가격하는 비신사적인 행동을 저질렀다. 당시 심판들은 이 장면을 놓쳤지만 경기를 지켜본 농구팬들에 의하여 해당 영상이 이슈로 떠올랐다.

KBL는 재정위원회 회부를 결정했고 심의결과 제재금 100만 원의 징계를 부과했다. 아울러 해당 경기 심판진에게도 배정 정지 및 벌금 징계를 내렸다. 전태풍은 재정위원회의 결정이 내려진 당일 오후 지신의 인스타그램에 직접 동영상을 올리며 천기범과 농구팬들에게 사과의 뜻을 밝혔다.

하지만 농구팬들의 반응은 여전히 싸늘하다. 전태풍은 당시 자신이 다소 흥분한 상태였다고 밝혔지만, 그때는 겨우 1쿼터 막판이었고 승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상황도 아니었던 데다 리드하던 쪽도 SK였다. 당시 천기범의 시선은 볼에만 집중하느라 완전히 무방비 상태였다. 전태풍은 그런 상대를 등 뒤에서 명백히 고의적으로 가격했다. 자칫 큰 부상으로 이어질 위험도 높은 장면이었다.

전태풍은 그동안 경기장 안팎에서 실력은 물론 유쾌한 입담과 쇼맨십으로 팬들의 사랑을 받던 선수였다. 올시즌을 마지막으로 은퇴를 예고하여 아쉬워하는 팬들도 많았다. 그런데 리그에서도 어느덧 최고참급에 속하는 선수가 모범을 보이지는 못할망정 14살이나 어린 후배 선수를 상대로 동업자 의식이 실종된 행동을 버젓이 저질렀다.

상대 선수가 즉각적으로 반응을 하지 않았기에 망정이지, 얼마든지 큰 싸움으로도 번질 수 있었던 장면이다. 뒤늦게 사과는 했지만 이 장면으로 전태풍의 이미지에 실망했다는 농구팬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KBL의 솜방망이 징계다. 전태풍의 행위는 폭력의 강도나 수위 문제를 떠나 그 자체로 누가 봐도 '고의성이 명백한 보복 행위'라는 게 문제의 핵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BL 재정위는 출전정지도 아닌 고작 벌금 100만 원이라는 보여주기식 징계로 사건을 마무리했다.

KBL이 폭력 행위에 이상하리만큼 관대한 것은 하루이틀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 11월만 해도 울산 현대모비스와 안양 KGC 인삼공사의 경기에서 라건아(현 전주 KCC)가 리바운드 경합 과정에서 팔꿈치로 문성곤을 가격했음에도 제재금 70만 원을 받는 데 그쳤다. 당시에도 KBL 재정위는 라건아의 행동에 고의성이 있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심지어 폭력의 수위로는 이번 전태풍 사건보다 더 위험한 장면이었음에도 오히려 제재금은 적었다. 

아쉬운 것은 KBL의 이러한 '선택적 관대함'에는 형평성이 부족하다는 사실이다. 2018년 외국인 선수 로드 벤슨(당시 원주 DB)은 5반칙 퇴장에 실망하여 자신의 유니폼을 찢었다는 이유로 무려 제재금 500만 원이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당시 재정위는 "선수가 경기장에서 유니폼을 찢는 것은 리그와 소속 구단의 명예를 훼손한 행위이며 프로 선수가 갖추어야 할 기본적 덕목을 저버린 것"이라며 으름장을 놓은 바 있다.

이렇게 되면 KBL 기준에서는 직접적으로 심판 판정에 대놓고 항의하거나 상대 선수를 폭력적으로 위협하는 것보다도, 선수가 자기 유니폼을 찢는 게 더 위험한 행동이라는 이야기가 된다. 궁색한 명분을 감추기 위하여 리그와 구단의 명예, 프로 선수의 덕목같은 거창한 수식어까지 가져다 붙였지만 한마디로 요약하면 그저 '괘씸죄'에 불과하다. 하지만 KBL이 정말 우선적으로 생각하고 존중해야할 가치는, 리그 관계자들의 권위나 심기 따위가 아니라 동업자 의식과 페어플레이 정신이다. 

다른 종목의 경우 음주운전이나 도박, 폭력 등 각종 사건사고에 대하여 대처를 강화하고 심지어 원아웃제까지 도입하는 등 처벌 기준을 높이는 중이다. 시대가 달라지고 있는데 아직도 10년 전, 20년 전 마인드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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