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닥터 김사부2

낭만닥터 김사부2 ⓒ sbs

 
대다수 사람들은 '성장'이란 화두에 자신을 던진다. 어제보다 못한 사람이 되고자 하는 이는 드물 것이다. 어제보다 조금은 발전된 삶을 지향하지만, 어느 방향으로 향해야 할지는 입장이 다를 수도 있다. 조금 더 높은 지위? 조금 더 많은 돈? 혹은 조금 더 예쁘거나 멋진 모습? 

이 물음에 '의사'라는 두 단어를 넣어보면 어떨까? 조금 더 나은 의사가 된다는 건 무엇일까? 여기, 그 딜레마에 빠진 두 명의 젊은 의사가 있다. 바로 SBS 월화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2>의 서우진(안효섭 분)과 차은재(이성경 분)다. 

서우진이 '의사' 서우진으로 바뀐 순간

서우진은 어린 시절 부모님을 여의고 아버지가 남긴 빚과 자신의 학자금 대출로 인해 추심업체 조폭들에게 시달림을 받다 돌담병원까지 밀려 들어왔다. 대학시절 자퇴서를 품어 안고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꾸역꾸역 학교를 다녔지만, 그는 누구보다 뛰어난 손기술을 가진 발군의 외과의사다. 

하지만 어린시절 경험한 고생은 그에게 '내 실속만 챙기면 된다'는 왜곡된 신념을 심어주었고, 그에 맞춰 택한 선배의 병원행은 그에게 '내부고발자'란 낙인을 선사한다. 결국 그는 동료 의사들 사이에서 따돌림을 당하고, 그의 손기술은 '페이 닥터' 언저리를 맴도는데 만족해야 했다. 물론 그조차도 잃을 위기에 놓이지만. 

서우진은 빚쟁이들의 독촉에 단돈 천 만 원이면 당장 자신을 팔겠다고 나서지만, 김사부의 반응은 냉랭하다. 김사부로부터 머물러도 좋다는 허락 받은 일주일 동안 그는 자신이 잊고 살았던 '진짜' 사람, '진짜' 의사의 향기를 돌담병원에서, 김사부에게서 느끼며 점차 돌담의 일원이 되어간다. 그런데 뜻밖에도 안정을 찾아가는 그에게 들이닥친 '위기'는 바로 그를 '외톨이'로 만들었던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였다. 

어린 자신과 함께 음독을 했던 부모님처럼, 아이와 함께 약을 먹고 병원에 실려온 아버지에 대한 치료를 서우진은 거부한다. 자신의 목숨은 물론, 마치 자신의 소유물인양 아이를 죽음의 위기로 몰아넣은 그 아버지를, 어린 시절 자신의 아버지와 같아서 용서할 수 없다.

그는 과거 겨우 목숨을 건진 채 응급실에 누워있는 자신을 향해 "차라리 죽었어야 했다"고 한 고모의 말을 잊지 못했다. 아니,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난 뒤 '정말 차라리 죽는 게 나은 것 아닌가' 싶도록 힘들게 살아왔다고 스스로 생각했기에, 더더욱 자기 자식과 함께 죽음을 선택한 그 아버지를 용서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는 '의사'였다. 응급실에 환자가 들어온 순간, 수술실에 환자가 누운 순간, 그가 누구인가를 선택할 수 없는, 그저 '환자'를 치료하는 것만이 의사의 '사명'이고 '숙명'인 의사 말이다. 그러나 서우진은  자신의 트라우마로 인해 자신이 '의사'임을 순간 잊고 만다. 그의 거부에 박은탁 선생(김민재 분)은 그 '원칙'을 환기시킨다. "당신은 나쁜 의사냐"며. 그리고 김사부는 아버지 환자에 대한 치료가 서우진의 당연한 책무인양 수술실로 그를 부른다. 

주저하고 고뇌한 끝에 수술실에 들어선 서우진은 '나쁜 의사'가 되지 않기 위해, 덤덤하게 김사부 옆에서 수술을 돕고 마무리한다. 그 과정은 그가 지난 시간 마음 속 깊은 곳에서 고민했던 '진짜'를 향한 첫 걸음이요, '왜 나에게?'라며 그를 끊임없이 괴롭혔던 가족사의 '트라우마'를 마주하는 '용기' 있는 선택이다. 그리고 '마주하는 용기'만으로도 부모님 옆에서 죽지 않고 살아남은 '아이'였던 서우진은 훌쩍 자라 외과의 서우진으로 선다.

각자도생인 세상에서 이기적인 길 중 가장 유용한 길이라 생각해 선택한 '의사'라는 직업에서 그는 김사부를 보며 '그는 진짜가 아닐까' 했다. '나만 잘 살면 돼' 하던 그는 왜 '내부 고발자'가 되었을까. 어쩌면 홀로 살아남은 그가 가장 원했던 건, '더부살이'처럼 사는 인생이 아니라 '진짜'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었을까. 서우진은 이제 그 '진짜' 답을 찾아가는 중이다. 

'재능'을 쫓던 차은재가 발견한 것
 
 낭만닥터 김사부2

낭만닥터 김사부2 ⓒ sbs


차은재에게는 가난은 없다. 유복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아버지도 의사, 언니도 의사인 의사집안이었던 터라, 은재 역시 선택의 여지없이 의사가 되었다. 물론 다른 생각을 해본 적도 있었다. 바이올리니스트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재능이 없으니 취미로 하라'는 선생님의 말에 그만 두었다. 가업을 따라 의사가 되었지만, 첫 해부학 실습에서 그만 토하며 쓰러졌다. 역시 이번에도 재능은 없는 건가? 

그렇게 차은재는 자신의 재능을 심각하게 의심하게 되었다. 아니 내내 의심해 왔지만 차마 입에 담지 못했던 자기 안의 고민을 떠올렸다. 고열에 시달리는 어린 환자를 데리고 온 부모는 어딘가 이상했다. 아이의 아빠는 아내에게 아이를 잘 돌보지 못했다며 폭력을 휘둘렀다. 참다못한 엄마는 아버지를 향해 커터칼을 들이밀었고, 그걸 차은재는 자신의 몸으로 막았다. 그런데 그런 차은재의 '선의'는 병원장 측에 의해 왜곡되고, 외려 '가해자'의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하지만 차은재의 억울함만으로 끝나지 않았다. 결국 아이의 엄마는 커터칼을 마저 휘둘렀고 그 아버지이자 남편은 살아남지 못했다. 

나 하나 참으면 돼 하는 '타협', 혹은 김사부의 말대로 '편한 선택'이 가정폭력으로 인한 한 가정의 파멸을 막아내지 못했다는 절망감에 차은재는 자신의 재능을 떠올렸다. 해부학 실습실에서 쓰러지고, 수술실에서 견디지 못해도 악바리처럼 응급실에서라도 자신의 몫을 다하겠다며 '할 수 있습니다'를 외치던 차은재였는데, 비로소 그날 해부학 실습실에서 쓰러졌던 자신을 복기한다. 바이올린처럼 이번에도 나는 재능이 없는 것일까 라고. 

그러나 돌담병원은 그런 그가 절망에 빠져 있을 시간을 주지 않는다. 다시 불려온 응급실, 이번에는 무기수 청년이다. 오랜 투석으로 인해 혈관이 다 망가지고 설상가상 본인이 살고자 하는 의지조차 없다. 그 환자를 어떻게든 살려보려 애쓰고 나서 허탈함에 나선 복도에서 서우진을 만난다. 

그가 혼잣말로 되뇌었던 '재능론'을 들은 서우진은 "살려고도 하지 않는 무기수에게 내가 무얼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는 차은재에게 "그게 바로 '의사의 재능'"이라며 용기를 북돋아준다. 그 말에 은재의 얼굴에 반짝 불이 들어온다. 그리고 거기에 더해 김사부의 "니 탓이 아니라"는 덤덤한 위로가, 그리고 수쌤의 "자기 자신이 원하는 것을 직시하라"는 충고가, 재능을 탓하던 은재에게 비로소 자신으로 설 수 있는 '용기'를 준다.

인생은 묘하다. 자신에게 다가왔던 '트라우마'든 '과제'든 그걸 피해 제 아무리 도망쳐도 결국 다시 그 문제와 마주하게 된다. 그래서 일찍이 헤르만 헤세는 '새는 힘겹게 투쟁하여 알에서 나온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고 말했는지도 모른다. 이제 서우진과 차은재는 자신을 둘러싸고 있던 과거의 알, 과거의 세계에서 한 걸음 나섰다. 

물론 나섰다고 끝이 아니다. 두 사람은 또 다른 '의사'의 길에 대한 질문과 과제를 떠안을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두 사람은 이제 그들을 오래도록 붙잡았던 과거에 머물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건, '모든 사람의 삶은 제각기 자기 자신에게로 이르는 길이다. 그 누구도 온전히 자기 자신이 되어본 적이 없건만 누구나 자기 자신이 되려고 애쓴다'는 <데미안'>속 그 문장처럼 또 다른 나를 향한, 의사 서우진과 의사 차은재의 길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5252-jh.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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