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방송된 유시민의 <알릴레오> 라이브 방송의 한 장면

28일 방송된 유시민의 <알릴레오> 라이브 방송의 한 장면 ⓒ 노무현재단

 
"제가 힘든 게 아니고요..."

출연 소감을 말하려던 이재갑 한림대 감염내과 교수의 눈이 빨개졌다. 목이 멨다. 메르스 사태 당시 대한의사협회 신종감염병대응 TFT 위원장으로 28일 하루만 수차례 라디오 인터뷰를 소화한 그는 방송 말미 "눈물이 자꾸 나려고" 한다며 수건을 찾았다. 같은 날 오후 유튜브 채널 <유시민의 알릴레오>의 생방송에 출연해서다.

"현장에 있는 분들이 많이 고생을 하고 있거든요. 특히 질병관리본부 분들은 20일째 집도 못 들어가고 고생을 하고 있고, 현장 의료진들도 정말 긴장하는 상황이어서 마음이 피폐해져가고 있거든요. 건드리면 아무나 폭발할 수 있을 정도로 긴장하고 있기 때문에, 국민들이 조금만 차분하게만 해주시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빛이 나지도, 언론에 잘 드러나지 않는 방역 당국 관계자와 의료진들의 노고를 떠올리며 나온 눈물이었으리라. 또 감염내과 전문의로서, 또 메르스 사태의 유경험자로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에 대한 불안감을 호소하는 국민들에게 전하는 당부였다.

그럴 만했다. 설 연휴를 거치면서 3, 4차 확진자가 연이어 나왔고, 국민 불안을 증폭시키는 기사나 정치인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그 사이, '중국인 입국 금지' 청와대 청원이 29일 아침까지 56만 명을 돌파했다. 이에 대해 의료진 입장에서 본 이 교수의 생각은 어떨까.

"지금 방역에 집중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인데, 그런 루머나 가당치도 않은 얘기가 나오면 진이 빠지는 거죠. 상대할 일이 너무 많은데."

그러면서 이 교수는 시중에 떠도는 몇몇 잘못된 정보에 대해서 '오류 수정'에 나섰다. 특히 '중국 입국 금지' 주장에 대해선 "이 얘기 잘못하면 인터넷 상에서 매장되기 쉬운데"라고 웃으면서도 진지하게 설명을 이어갔다. 짧은 라디오 인터뷰에서는 들을 수 없는 생생하고 유의미한 내용이 아닐 수 없었다.

중국인 입국 금지, 맞지 않다

"객관적으로 WHO(세계보건기구)에서 많은 위기 상황에 견지하는 자세가 하나 있습니다. 어떤 감염병이 유행할지라도 물류의 전달과 사람의 교류를 막는 것은 실익이 없다. 윤리적으로 안 된다고는 못하고 있지만 실익이 없다고 하는 건 뭐냐면, 만약 입국 거절을 하기 시작하면 당연히 밀입국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거짓말을 하거나.

더 문제는 그렇게 해서 (감염자가 국내로) 들어오는데, 경유지를 세척하는 거죠. (비행기를) 갈아타고 와서 여러 단계를 거쳐 버려도, 정보 확인 전에 지나가거나 들어 왔어요. 우리나라 내에서 그 사람이 온 게 걸리면 범죄자 취급을 받잖아요. 그 사람 입장에선 증상이 심해져도 숨어 다녀야 돼요. 그렇게 되면 지역 사회 내 전파를 차단할 수 있는 루트를 다 잃어 버리게 돼요."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다. 메르스 사태는 대형병원에서 집단발병이 일어났지만, 이번엔 다를 수 있다. 만일 밀입국한 슈퍼전파자가 지역사회에서 감염 사실을 숨기고 활동한다면, 무시무시하지 않은가. 감염내과 전문의답게, 이 교수는 '중국인 입국 금지' 주장에 대해 이런 가상 시나리오까지 고려하고 있었다.

정부는 이르면 30일 중국 우한 교민들을 전세기로 송환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대해서도 이 교수는 조심스럽게 설명을 이어갔다. 시종일관 메르스 사태 때 경험한 "우리 시민들의 높은 시민의식"을 강조하면서도 "절충점"이란 측면에서 필요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었다.

"국격 문제거든요. 우리 교민들이 힘든 상황에 빠졌는데 가만 둔다? 그건 국격의 문제라 당연한 문제(고). (전세기를) 미국은 띄웠다? 일본도 띄웠다? 그럼 우리는? 더 전부터 이야기 나왔을 거고 공론화되는 건 중국과 협의가 돼야 하는 부분이니까 어쨌든 확정이 된 거 같고. 다만 절충점을 찾아야 한다.(중략)

저는 감염병의 전파에 있어서 우리 시민들의 시민의식을 믿기 때문에 솔직히 (비격리) 능동감시도 가능하다고 봐요. 다만, 한국에 있는 사람들이 불안해 할 수 있는 부분들을 최소화하는 절충점은, 어쩔 수 없이 그 사람들의 증상을 감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서 시설격리를 하는 것이다."

 
 중국 우한 지역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 국내에 확진자가 발생해 질병관리본부가 감염병 위기단계를 '경계' 수준으로 관리하고 있는 29일 오후 서울 광화문 일대에 시민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중국 우한 지역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 국내에 확진자가 발생해 질병관리본부가 감염병 위기단계를 '경계' 수준으로 관리하고 있는 29일 오후 서울 광화문 일대에 시민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 이희훈


또 정치인들과 일부 언론이 조장하는 '중국인 혐오'에 대해서도 의견을 피력했다. 진행자인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과거 메르스 사태 때 중국이 1억 원을 들여 한국인 감염자를 치료하지 않았느냐"는 물음에 대한 답이었다. 이 교수는 단순할지 모르지만 부정할 수 없는 명백한 가정을 들었다. 시청자들 중 고개를 끄덕이는 이들이 적지 않았으리라.

"중국이 대국은 대국이다. 감사했던 게, (당시 환자) 정보를 잘 알려줘서, 그 사람을 잘 캐치할 수 있게 해줘서, 우리나라 내에서 확산이 안 되게 해줘서 고맙다는 얘기도 했어요. (국민들의) 불안함은 알아요. 다 막아버리면 잘 될 것 같은 생각도 들지만, 그게 이번 한 번으로 끝날 문제가 아닐 거란 얘기예요.

다음에 우리한테 위기 상황이 닥쳤는데, 중국이 '(입국 금지 조처를) 그런 식으로 그때 니네가 그랬으니까 우리도 그럴 거야' 하면 우리나라는 황당한 상황이 될 수 있다는 거예요. 미국도 마찬가지고. ...(중략)... (사태 해결에) 국가 간 신뢰관계가 더 도움이 된다(는 거죠). 적어도 그 나라에서는 문제가 생기더라도 치료를 잘 해주더라, 이런 인상을 만드는 게(좋죠)."


시민의식 높은 국민들 "꼭 올 사람만 병원 와주시라" 

설 연휴 기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와 관련된 동영상이 급속도로 전파됐다. 우한 현지에서 길을 걷던 사람이 갑작스레 픽 쓰러지는 영상이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에 대한 가짜뉴스가 횡행하는 가운데 국민들의 충격과 공포를 증폭시킬 만한 자극적 영상이었다. 이 교수가 본 영상 속 환자의 상태는 어땠을까.

"사실 사람이 갑자기 쓰러지는 경우는... 그러니까 어떤 감염병이 정말 심해지지 않은 상황에서는 잘 발생하지 않습니다. 기저에 심장 질환이 있거나 아니면 뇌에 병이 생겼거나 아니면 어지럼증을 호소하는 여러 가지 상황들, 그러니까 졸도할 만한 상황들 때문에 발생을 하는 경우거든요.

심장 질환 이런 게 있고 고열이 나면 쓰러질 수는 있기는 있는데, 쓰러진 것만 가지고 저게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그런 거다, 이렇게 얘기할 수는 없는 장면이에요. 조작이 아니더라도. 그분이 사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때문에 쓰러진 건지, 아니면 본인의 심장 질환이 악화돼서 쓰러진 건지 이런 거를 구분할 수가 없거든요." (29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이재갑 교수 인터뷰 중에서)


재난급 사태로 번질지 모르는 상황 앞에서 일반 시민들의 공포와 불안이 커지는 것은 당연한 현상일지 모른다. 이 교수가 설 연휴 직후 수차례 방송에 출연한 이유도 거기에 있을 것이다. 이러한 무분별한 루머가 "과장되고 부풀려지는 건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며 "절대 휘둘리지 말 것"이란 당부를 전 국민에게 전하기 위해서 말이다.

그런 이 교수가 <알릴레오>에서 전한 '당장 국민들이 실천해야 할 일'을 요약해 보면 이렇다. 꼭 필요한 사람만 (1339 응급전화에) 전화하고 필요한 사람만 병원에 와 줄 것, 중국과 관계 없는 일상 진료는 일반 의원급에서 소화해 줄 것, 병문안을 위한 병원 방문도 자제해 줄 것.

이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우선 중국과 관련 없는 환자의 일상적인 질환의 경우, 종합병원이나 대형병원 방문을 자제 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일반적 경증 질환 진료를 의원급에서 해결해 주면 대학 병원이나 종합병원 급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관련 환자를 대응할 때 진을 덜 뺄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또 일단 꼭 필요한 사람만 선별 진료소로 가는 게 중요하다. 1339 전화도 마찬가지다. 이 교수는 "불안해서 계속 물어보고 전화하면, 아프고 힘든 사람들이나 병원에서 의료진이 환자를 신고할 때도 통화가 안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면회도 자제해 달라. 이에 대해 이 교수는 메르스 사태 때의 예를 들었다. 이 교수는 "우리 국민들 정말 착하고 잘하시거든요. 메르스 때 사실 국민들이 다 이겨냈다"며 "하자고 하면 다 지키시더라, 면회도 정말 아예 안 왔고"라며 병원 방문의 최소화를 재차 강조했다. 그리고, 마지막 당부는 조금 씁쓸했다. 유 이사장이 "대통령만 오면 돼지"라고 일갈한 그 당부는 이랬다. 

"한 가지 더 부탁 드릴 건, 높으신 분들 병원에 안 와주시면 좋겠다. 정말 중요한 타이밍 때는 한 번씩 와서 뭐가 문젠지 파악하고 격려하는 건 괜찮지만, 누구 한 명이 윗분 한 분 갔으니까 따라한다고 밑에 분 오시고, 밑에 분 오시고...

국회의원 분들은 너무 많이 데이고 욕 먹은 경험이 많아서 그런지 이제 잘 안 온다. 의전에 치우치고 자꾸 의전만 강조하지 말고 조용히 와서 둘러보거나 아예 안 와주시는 게(도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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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영화 기자, 오늘은 프리랜서 글쟁이. 살다보니 시나리오 쓰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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