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 시즌 첫 그랜드슬램 대회인 오스트레일리아 오픈(AO)의 8강 진출자들이 가려졌다. 27일 경기에서 나달, 팀, 츠베레프, 바브링카 등 4명이 승리를 거둠으로써 전날 8강을 확정한 조코비치, 페더러, 라오니치, 샌드그렌까지 준준결승 진출자 8명의 면면이 모두 드러난 것이다.
 
이들 가운데 28일 4강 진출을 위한 경기는 페더러-샌드그렌, 조코비치-라오니치의 순으로 열린다. 나달-팀, 츠베레프-바브링카 경기는 29일 벌어질 예정이다.
 
8강이 가려짐으로써 4강의 윤곽을 그럴 듯하게 점쳐볼 수 있게 됐다. 나아가 결승 진출자까지도 어느 정도 가늠해볼 수 있다. 승자 예측은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가능하다. 하나는 그간의 맞대결 전적이며, 다른 하나는 이번 AO 대회에서의 컨디션이다.
  
 페더러. AO 여섯 차례 우승으로  7번 우승한 조코비치를 뒤쫓고 있다.

페더러. AO 여섯 차례 우승으로 7번 우승한 조코비치를 뒤쫓고 있다. ⓒ 위키미디어 커먼스

 
[페더러 우세]
 
8강 첫 경기의 주인공 가운데 하나인 페더러는 더 설명이 필요 없는 테니스의 살아 있는 전설이다. 반면 샌드그렌은 2년 전, 즉 2018년 바로 이 AO 대회에서 한국의 정현 선수와 함께 신데렐라 같은 스토리를 쓴 당사자다. 당시 정현은 4강에 진입했고, 샌드그렌은 8강까지 올랐다.
 
샌드그렌은 이번 대회 8강 진출자 중 유일하게 시드를 받지 못한 선수이며, 세계 랭킹도 100위로 다른 선수들과 격차가 아주 크다. 페더러를 상대하는 샌드그렌의 유일한 강점은 유독 AO에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는 점, 그리고 만 28세로 페더러보다 정확히 10살이 젊다는 점 정도다.
 
페더러가 32강 전에서 밀먼 선수를 만나 슈퍼 타이브렉까지 가는 대접전을 펼치는 등 체력 소모가 컸다는 사실, 그리고 테니스 선수로는 크게 '늙은' 나이라는 대목만 제외하면 우세하다. 두 선수는 지금까지 맞대결을 벌인 점이 없는데, 첫 승부라는 점도 변수가 될 수 있다.
  
 조코비치. 이번 AO 대회에서 전문가들이 우승 확률이 가장 높은 선수로 꼽고 있다.

조코비치. 이번 AO 대회에서 전문가들이 우승 확률이 가장 높은 선수로 꼽고 있다. ⓒ 위키미디어 커먼스

 
[조코비치 전적 압도적]
 
28일 저녁 8강 두 번째 경기는 조코비치와 라오니치의 대결이다. 조코비치는 세르비아, 라오니치는 몬테네그로 출생으로 세계 테니스의 최강 그룹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성이 '-치'로 끝나는 지역(발칸반도 일대) 출신인 점이 거의 유일하게 공통점이라면 공통점이다.
  
조코비치와 라오니치의 맞대결 전적 조코비치가 9번 만나 전승을 거뒀다.

▲ 조코비치와 라오니치의 맞대결 전적 조코비치가 9번 만나 전승을 거뒀다. ⓒ 김창엽

 
조코비치는 역대 테니스 선수 중에서 최고의 테크니션으로 꼽힐 정도로 거의 완벽에 가까운 기량을 갖고 있다. 라오니치는 세계 최강 서버 가운데 한 사람으로 지목되곤 할 정도로 서브가 주무기이다. 
 
두 사람은 지금까지 모두 9차례 만났는데, 라오니치는 한번도 조코비치를 이겨보지 못했다. 가장 최근 대결인 2018년 신시내티 마스터스에서 한 세트, 2014년 로마 마스터스에서 한 세트 뺏어본 것 외에는 모든 세트를 내주고 말았다. 조코비치의 승리를 점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츠베레프 서브가 강점이며 스트로크도 안정적이다.

츠베레프 서브가 강점이며 스트로크도 안정적이다. ⓒ 위키미디어 커먼스

 
[츠베레프-바브링카 살얼음 승부 예상]
 
29일 열리는 츠베레프와 바브링카 경기는 4개의 8강 경기에서 가장 승부 예측이 어려운 축이라고 할 수 있다. 두 사람은 딱 두 번 만나서 츠베레프가 모두 승리를 거뒀다. 게다가 츠베레프는 22살로, 34살인 바브링카의 띠 동갑일 정도로 젊다. 랭킹은 츠베레프가 7위, 바브링카가 15위이다 여기까지만 보면 츠베레프의 승리가 유력하다.
 
그러나 바브링카는 빅3의 틈바구니에서 3번의 그랜드슬램 우승을 일궈낸 선수다. 잘할 때와 못할 때의 차이가 너무도 크다. 그랜드슬램 우승 때 빅3를 연달아 꺾기도 하는 등 대진운 같은 게 아니라 실력으로 챔피언십으로 오르곤 했다. 한 예로 2014년 바로 이 AO 대회 우승 때 8강전에서 조코비치를, 결승에서 나달을 제압했다.
  
츠베레프와 바브링카의 맞대결 전적 츠베레프가 두 번 만나 모두 이겼지만, 8강전에서 승부는 예측불허이다.

▲ 츠베레프와 바브링카의 맞대결 전적 츠베레프가 두 번 만나 모두 이겼지만, 8강전에서 승부는 예측불허이다. ⓒ 김창엽

 
여러 가지 지표만을 본다면, 바브링카가 절대 열세인 듯하지만, 이번 AO 대회에서는 경기를 치를수록 감각과 리듬이 전성기 때처럼 살아나는 상황이다. 키가 183cm로 이번 8강 중에서 가장 작고, 나이는 페더러에 이어 2번째로 많지만, '스태니멀'(stanimal)이라는 그의 별명이 말해주듯, 16강 전에서 10살 아래인 우승 후보 메드베데프를 체력과 파워로 압도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스태니멀은 그의 이름 스탠과 동물을 뜻하는 애니멀을 합성한 단어이다. 동물로 불러줄 만큼 체력과 힘이 출중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스태미너가 동물급이라는 중의적 의미로도 통한다.
  
 나달. 현재 세계 랭킹 1위로 8강전에서 팀과 흥미진진한 경기를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나달. 현재 세계 랭킹 1위로 8강전에서 팀과 흥미진진한 경기를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 위키미디어 커먼스

 
[두 흙신 나달-팀의 하드코트 대결도 박빙 승부날 듯]
 
29일 열릴 예정인 2개의 8강 경기는 28일의 두 경기보다 훨씬 재미있을 듯한데, 나달과 팀의 대결 또한 츠베레프-바브링카 경기 이상으로 관심을 끌 것 같다. 흥미를 더할 수밖에 없는 요소가 한둘이 아니다.

눈 여겨 볼 첫 번째 대목은 나달과 팀 모두 흙코트에서 절대적으로 강한 면모를 보인다는 사실이다. 이른바 두 명의 '흙신'이 흙이 아니라 하드코트에서 승부를 내야 하는 것이다.

두 사람 사이의 전적은 나달이 9승 4패로 상당한 우위에 있다. 그러나 항시 일방적으로 팀이 밀리는 건 아니다. 팀은 최근 나달과 치른 5경기에서 3경기를 지고 2경기를 따냈다. 2014년 두 사람의 첫 대결에서는 나달이 이겼지만 이듬해에는 팀이 이겼다.
  
나달과 팀의 맞대결 전적 나달이 팀에 9승 4패로 앞서지만, 하드코트 대결에서 승부는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 나달과 팀의 맞대결 전적 나달이 팀에 9승 4패로 앞서지만, 하드코트 대결에서 승부는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 김창엽

 
지금까지 치른 두 사람의 13경기 가운데 딱 한 경기만 빼고, 모두 흙코트에서 이뤄졌다. 유일한 예외가 2018년 유에스 오픈, 즉 하드코트 경기였는데 이때 나달이 팀을 꺾었다. 이 점만 보면 역시 하드코트인 이번 AO에서도 나달이 우세할 것 같은데, 2018년 유에스 오픈 승부 내용을 보면 말 그대로 박빙이었다. 나달이 06, 64, 75, 67, 76으로 간신히 승리를 거둔 것이다.
 
하드 코트에서 나달의 실력은 지난 약 10년 동안 큰 변화가 없다. 반면 팀은 최근 하드 코트에서 크게 향상된 기량을 보여주고 있다. 총 16번의 투어 대회 우승기록 중 5번이 하드코트인데, 이 중 3개가 지난해에 몰려 있다. 특히 시즌 첫 하드코트 마스터스 대회인 인디언웰스에서는 결승전에서 디펜딩 챔피언 페더러를 꺾고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나달과 팀의 8강전은 세트 스코어 3대0이 나오면 의외일 수밖에 없을 정도로 치열한 승부가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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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니스 페더러 조코비치 나달 츠베레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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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축년 6학년에 진입. 그러나 정신 연령은 여전히 딱 열살 수준. 역마살을 주체할 수 없어 2006~2007년 북미에서 승차 유랑인 생활하기도. 농부이며 시골 복덕방 주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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