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시동> 스틸컷

영화 <시동> 스틸컷 ⓒ NEW

 
설 연휴, 뒤늦게 영화 <시동>을 봤다. 보고 나니, 평단이 주목한 '캐릭터' 중 역시나 마동석이 눈에 확 들어왔다. 예고편에서 확인했던 그 단발머리는 무척 인상적이었다(후반부 그 '어깨' 마동석으로 되돌아갔지만). 더 정확히 말하자면, '트와이스 춤 추는 마동석'이었다 랄까.

'<시동> 감독이 트와이스 팬'이라는데 '묻고 더블로 가!'라고 외치려던 순간, 유튜브 어플을 열고, '트와이스 모음'을 재생했다. 스마트 TV로 연결(페어링)하는데 단 1초도 걸리지 않았다. 영화 속 마동석이 특유의 '잔망'을 떨며 춤을 따라 추던 트와이스의 '명곡'들이 '트와이스 뮤비 모음 14곡'이란 영상에서 재생 또 재생됐다(그 중 백미는 영화 속 명장면을 패러디한 'What is love'였다).

이게 다 OTT가 열어 놓은 신세계 되시겠다. 인터넷 망 하나로 스마트 TV든, 노트북이든, 스마트폰이든 어떤 기기로도 호환 가능한. 각종 콘텐츠를 시간 구애 없이 무한, 연속, 반복 재생 가능한 이 21세기의 '멋진 신세계'. 20세기 발품을 팔아 '비디오 가게'에서, '음반 가게'에서 '영화'를, '음악'을 골랐던 그 '써니' 시대는 상상도 못했던.

유튜브의 경우, (프리미엄 서비스를 신청하지 않으면) '광고 건너 뛰기'란 '늪'을 헤쳐 나가야 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그게 대수겠는가. 유튜브의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라. '전통적인 영화가, 극장이, 유튜브나 넷플릭스와 경쟁을 펼칠 수밖에 없는 '환경'인 셈이다. 게다가 이 무시무시한 OTT 플랫폼들은 시청자의 시청 패턴을 고려한 '취향의 늪'을 파놓고 있지 않은가.

<시동>과 '트와이스'를 지나, 설 연휴 마지막 날 이 OTT 서비스로 눈을 돌렸다. 이미 본토인 미국에서 '넷플릿스하다'(Netflixed)란 신조어를 탄생시켰던 넷플릭스를 비롯해 '시간 순삭'은 기본이다. 최소 재생을 시작하면 하루 정도는 그냥 날려 버릴 신작 (드라마) 콘텐츠들이 여기 있다.

<마인드 헌터>와 넷플릭스
 
 <마인드헌터> 스틸컷

<마인드헌터> 스틸컷 ⓒ 넷플릭스


최근 봉준호 감독이 '미쿡'에서 "직접 만들어고 보고 싶다"고 고백한 그 넷플릭스 드라마 <마인드 헌터> 시리즈. 범죄 누아르의 '장인'이자 <하우스 오브 카드>를 통해 초창기 '넷플릭스의 세계화'에 기여한 데이비드 핀처가 깊게 들여다본 1970년대 FBI 프로파일러의 '탄생기'와 그 이후 '연쇄 살인범들의 기록'. 이게 다 실화였다니, 를 연발하게 만드는, 한 마디로 <조디악>의 확대 심화버전.

일본 야쿠자 영화와 가족 드라마, 형사물 '영드'를 결합한 듯한 독특한 분위기와 구조를 자랑하는 BBC2 와의 합작 드라마 <기리/하지>를, 넷플릭스는 <체르노빌> 제작진의 신작이라 소개하며 기대를 높였다. '사고'를 친 야쿠자 동생을 쫓아 영국으로 날아간 형사가 얽혀가는 사건의 연쇄가 지구 반대편 형사의 가족에게까지 영향을 미치는 독특한 구조와 형사 누아르 특유의 분위기가 '살아 있다'. 켈리 맥노날드와 쿠보즈카 요스케 등 영미일 배우들이 출연, 일본어와 영어가 뒤섞인 '다이얼로그'의 재미와 예측 불가의 내러티브가 신의와 생과 사란 주제로 내달린다.

'집사'들의 공분을 일으킬 <고양이는 건드리지 마라: 인터넷 킬러 사냥>은 '강추' 또 '강추'하는 5부작 다큐멘터리. 인터넷 상에서 일련의 '고양이 학대' 페이스북 영상을 뒤쫓던 인터넷 자경단이 각고의 노력 끝에 맞닥뜨린 범인의 실체가 충격적인 반전으로 다가온다. 소재는 소재거니와 물론 끝까지 긴장감을 유지하는 형식과 제작진이 마지막에 던지는 주제 모두에서 부족함이 없다. 원체 다큐 잘 만들기로 소문난 넷플릭스라 만들 수 있는 그런 '엔터테인먼트' 요소 넘치는 작품이다.

<킬링 이브>와 '왓챠 플레이'
 
 <킬링이브> 스틸 컷

<킬링이브> 스틸 컷 ⓒ 왓챠플레이


지금 이 순간이 무료하다면, 당장 <킬링 이브>를 보라. 스파이를 꿈꿨던 MI5 사무직 요원과 얽히고설키는 사이코패스 킬러, 예측 불가한 두 캐릭터의 매력으로 충만한 지금껏 볼 수 없었던 '스파이 스릴러'. 게다가 야릇하고 미묘한 감정의 줄타기를 반복하는 두 주인공은 남성이 아닌 여성이다!

<그레이 아나토미>의 한국계 산드라 오에게 골든글러브 TV 드라마 부문 여우주연상을 안긴 작품으로, 1시즌의 경우 예측 불가한 사건과 장면의 연쇄로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셜록>을 비롯해 드라마 잘 만들기로 BBC의 걸작이요, 영국 배우 조디 코머가 연기한 '빌라넬'은 '사이코패스 킬러'계의 '워너비'이자 지금껏 만 한 번도 만나보지 못했던 독보적인 캐릭터다. 이 캐릭터의 '다음' 장면을 계속 볼 수 있게 해주는 것 만으로 '감사합니다'란 탄성이 나올 정도.     

<킬링이브> 시즌2까지 달렸다면, 박찬욱 감독의 '영드' <리틀 드러머 걸>과 전 세계 드라마 마니아들을 '탄식'케 한 'HBO'의 <체르노빌>을 시청할 차례다. 오리지널 콘텐츠에 수십억 달라를 쏟아 붓는 넷플릭스와 달리 '국산' 왓챠 플레이는 이렇게 <킬링 이브>와 같은 킬러 콘텐츠의 수입에 공을 들이고 있이는 중이다.

<리틀 드러머 걸>은 존 르 카레의 동명 원작을 박찬욱 감독 특유의 누아르로 탈바꿈 시켰고, <체르노빌>은 '체르노빌' 원전사고의 '진실'을 진지하게 쫓는 흔치 않는 드라마로 일각에선 일부 마니아들이 '2019년의 드라마이자 21세기 최고의 드라마'로 꼽길 주저하지 않는 명작이다.

<아노네>와 '도라마 코리아'
 
 드라마 <아노네> 스틸컷

드라마 <아노네> 스틸컷 ⓒ imbc


2019년 NTV(니혼 TV)에서 2,3분기에 방송된 <당신 차례입니다>는 무려 20편이다. 한 맨션 입주자들이 장난 반 진담 반 벌인 "당신은 누굴 죽이고 싶습니까"라는 '교환 살인' 게임이 예상치 못한 연쇄살인으로 번져간다. 범인을 잡아가는 과정을 쫓는 이 미스터리/추리 드라마는 '일드' 특유의 교훈극을 배제한 채 죽어나가는 시체들과 주민들 사이의 의심과 갈등으로 극을 유지해 간다.

'한드'로 리메이크 된 <마더>, <최고의 이혼>의 각본가 사카모토 유지의 2018년 작 <아노네>는 의도치 않게 사건에 휘말리는 주인공들의 내면과 상처를 들여다보고 이들의 비스듬한 연대를 응원하는 사카모토 유지 특유의 감성이 고스란히 살아 있는 작품이다.

사회로부터 버림 받은 한 소녀가 위조지폐 사건과 얽히면서 만나는 인간군상들의 면면과 이들이 소녀와 함께 살아가며 서로를 보듬는 '마음'이 꽤나 감동적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극찬한 히로세 스즈가 바로 이 '소녀'를 연기했다.

토종 '일드' 전문 OTT 도라마코리아는 볼만한 최신 '일드'를 정식 자막과 함께 감상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2017년 4분기 드라마부터 감상할 수 있으며, 점차 다큐와 예능으로까지 장르를 넓혀가는 중이다. <고독한 미식가> 시리즈는 기본이요, 두 '일드' 전문 케이블 TV(채널J, 채널W)와 신작 '일드'를 삼분하는 플랫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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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영화 기자, 오늘은 프리랜서 글쟁이. 살다보니 시나리오 쓰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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