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새 일요 예능 '끼리끼리'

MBC 새 일요 예능 '끼리끼리' ⓒ MBC

 
지난해부터 케이블, 종편 채널들은 천편일률적인 관찰 카메라 예능 대신 복고풍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을 하나둘 선보이기 시작했다. 여러 명의 출연진을 쏟아부으면서 각종 게임 등을 펼치는, 1990~2000년대 TV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소재를 택해 대중문화계에 불어닥친 '레트로 물결'에 합류했다.

하지만 시즌2로 돌아오는 XtvN, tvN <플레이어>를 제외하면 대다수 프로그램들이 방송사들의 기대와 달리 오래 버티지 못한 채 소리소문 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JTBC <찰떡콤비>와 <어서 말을 해>,  tvN <호구들의 감빵생활>과 <뭐든지 프렌즈>, <돈키호테> 등은 시청자들의 기억에 자리 잡지 못했고 <1박2일 시즌3> 주요 멤버들로 틀을 짠 MBN <친한 예능> 역시 아직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MBC 역시 복고 버라이어티 예능 부활 대열에 합류했다. 파일럿 방영 없이 설연휴에 곧장 정규 편성된 <끼리끼리>는 무려 10명의 고정 출연자로 구성된 시끌벅적한 예능 프로그램이면서 수년째 부진한 MBC 일요 저녁 예능의 구원투수를 자임하고 나섰다.

<복면가왕> 받쳐줄  MBC 일요예능 구원투수?
 
 MBC 새 일요 예능 '끼리끼리'

MBC 새 일요 예능 '끼리끼리' ⓒ MBC

 
<복면가왕> 전후 시간대 프로그램들이 변변한 관심 받지 못한 채 몇 달 만에 종영되는 일이 반복되었던 터라 <끼리끼리>로선 큰 부담감 속에 출발한 셈이다. 박명수와 은지원 등 검증된 예능 고수, 장성규와 이용진 등 신흥 대세, 정혁과 이수혁 등 새 인물 등의 조합은 10년 전 방영된 <뜨거운 형제들>을 연상케한다.  

<뜨거운 형제들>은 비록 오랜 기간 방영되진 못했지만 '아바타 소개팅' 등 프로그램 속 몇몇 아이템은 훗날 타 예능에서도 자주 활용될 만큼 제법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던 터라 일부 시청자들은 자연스레 <끼리끼리>와 <뜨꺼운 형제들>을 함께 언급하기도 한다. 

일단 지난 26일 첫 회 내용에 대해선 시청자들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명확히 갈렸다. 왁자지껄한 분위기가 방송 내내 지속된 프로그램이 한동안 없었던 터라 이에 대한 불만 섞인 지적도 적지 않았다. 특별한 구심점 없이 10명의 출연자들이 제각각 움직이다보니 산만함이 가장 큰 단점으로 부각됐다. 그 결과는 2.1%라는 다소 아쉬운 시청률(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로 나타났다.

적폐(?) 논란부터 박명수 잔고 40억설까지
 
 MBC 새 일요 예능 '끼리끼리'

MBC 새 일요 예능 '끼리끼리' ⓒ MBC

 
<끼리끼리> 첫 회는 많은 출연진들을 소개하는데 상당 분량을 할애했다. 이미 친분이 있는 인물들과 모든 게 낯선 것 투성이인 출연자들이 뒤섞이다보니 방송 초반 어색한 분위기가 감돌면서 재미를 뽑아낼 기회는 상대적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더불어 속도감 있는 진행과 거리가 멀다보니 시청자들에게 채널 고정의 이유를 만들어주지 못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끼리끼리>에는 나름 희망적인 부분도 있었다. 본격 게임에 돌입하기 앞서 식사 자리를 겸한 멤버간 설문, 질문의 시간이 진행되면서 조금씩 각자의 성격이나 성향을 드러냈다. 이를 계기로 10명의 멤버들은 점차 웃음을 유발하는 원동력을 얻기 시작한다. 

'선넘규'라는 별명 속에 종종 위태로운 토크로 질타를 받던 장성규는 이날 만큼은 과잉 행동은 피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신입사원>으로 MBC에 지원했던 장성규에게 박명수가 "그때 떨어뜨린 방송사 사람들 밉지 않냐"고 묻자, "그 사람들 적폐(?)들이어서 다 나갔다"라는 예측불허 답변도 내놓았지만, 표현 절제뿐 아니라 딱 필요한 순간에만 입담을 펼치는 변화도 관찰되었다. 촬영 당일 장성규는 이사 잔금을 치러야 하는데 이체 한도가 묶여 발을 동동 구르게 됐고, 이에 뜬금없이 등장한 "박명수 은행잔고 40억원설"이 생뚱맞은 웃음을 유발했다. 

인기 모델이지만 아직 TV 시청자들에겐 생소한 존재인 정혁은 <플레이어>로 합을 맞춘 이용진의 지원 속에 무난하게 또 다른 예능에 적응해나갔고 군제대 이틀만에 촬영에 나선 인피니트 성규는 공백기로 인한 위축된 모습이 역설적으로 재미를 줬다. 

복고 예능이 2020년 살아남으려면
 
 MBC 새 일요 예능 '끼리끼리'

MBC 새 일요 예능 '끼리끼리' ⓒ MBC

 
지난해 우후죽순 등장한 복고풍 예능들이 대부분 생존하지 못한 데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형식과 웃음에 대한 접근방식 모두 예전 그대로였기 때문이다. 

관찰 예능에 대한 반발심리처럼 재등장했지만 새로움이 하나도 없었던 이들 예능들은 자연스레 요즘 시청자들의 눈높이와 거리가 멀었고 출연진의 개인기 등에만 의존하다보니 이른 종영을 맞이해야만 했다. 

그나마 시즌2로 생존한 <플레이어>의 사례는 눈여겨볼 만하다. 비록 일부 방송 내용이 논란이 되면서 빛이 바래긴 했지만, 방송 초반 개그맨 이진호의 기막힌 대사 활용은 지난해 가을 <타짜> 곽철용 신드롬에 불을 지피는가 하면 이후 CF로도 제작된 '농번기 랩'을 만들어내는 등 복고 뿐만 아니라 최근 감각의 재미를 함께 담아내는 데 성공했다. 

대중문화의 유행은 돌고 도는 것이라지만, 결국 2020년 유튜브 및 다채널 시대에도 유효하려면 요즘 시청자들의 정서와 생각을 관통할 수 있는 확실한 무기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는 <끼리끼리>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 사항이다. 첫 회의 미지근한 반응을 교훈 삼아 10명 대인원에 걸맞은 재미를 만들 수 있는 프로그램만의 장점을 재빨리 마련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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