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사마에게> 포스터

다큐멘터리 <사마에게> 포스터 ⓒ (주)엣나인필름

 
<사마에게>를 보지 않았더라면 시리아 내전에 대해 무관심했을 것이다. 너무나 많은 어린 아이들이 죽고, 집과 삶터가 파괴되고, 무수한 사람들이 고향을 등져야만 했던 그 모든 사실을 모르는 채, 그저 해외 단신에 나오는 몇 장면만을 보면서 흘려보냈을지도 모른다.
 
<사마에게>는 시리아 내전의 현장을 기록한 다큐멘터리다. 이 영화를 촬영한 '와드'는 시리아 도시 '알레포'를 떠나지 않는다. 독재정권 하에서 야만적인 학살이 이뤄지던 대학시절에도, 그리고 하루에도 몇 번씩 폭격기가 날아다니고 폭탄이 떨어지는, 화염이 자욱하고 콘크리트 건물 잔해만이 해골처럼 남아있는 폐허의 도시에서 와드는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키운다.

엄마는 총 대신 카메라를 들었다 
 
 <사마에게> 한 장면

<사마에게> 한 장면 ⓒ (주)앳나인필름


와드가 알레포를 떠나지 않은 이유는 시리아 내전의 현장을 기록해 딸 사마에게 알려주기 위해서다. 그것은 곧 폭격으로 무참히 희생된 시리아의 많은 아이들을 위해서이기도 하다. 그녀라고 어찌 두렵지 않았을까. 그녀는 저널리스트이기도 하지만 한 아이의 엄마였다. 왜 그런 곳에서 딸 사마를 낳아야했는지, 왜 지옥같은 그곳을 떠날 수 없었는지. 수많은 폭탄과 죽음들은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딸이 나중에라도 알기 바라며 카메라를 든다. 
 
<사마에게>는 알레포가 포위된 6개월 간의 기록을 있는 그대로 담았다. 시리아 내전의 원인이나 정치적 상황, 국제적 관계 등을 파헤치는 대신, 당시 현장을 생생하게 있는 그대로 보여줌으로써 전쟁이 삶을 얼마나 피폐하게 만드는지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카메라는 늘 흔들리고, 뷰 파인더는 온통 피투성이인 병원과 폭격 맞은 사람들의 처참한 주검을 비춘다. 영화를 보다보면, 내가 마치 알레포 한복판에 있는 것같은 느낌이 든다. 끔찍하다. 차라리 극 영화라면 좋을텐데... 저런 현실이 지구 다른 어딘가에서 발생하고 있었다니.
 
특히 어린아이들의 죽음은 비통하다. 알레포에 남은 사람들은 아이들의 주검을 보며 울부짖는다. '이 아이들에게 무슨 잘못이 있나요?' 하지만 아무도 대답하지 못한다. 아마도 그 아이들에게 죄가 있다면, 전쟁의 땅에 태어난 죄 그것밖에는 없다. 와드도 혼잣말처럼 탄식한다. '너(사마)를 이런 땅에 태어나게 해서 미안해'라고.
 
알레포, 그곳에도 삶이라는 게 있었을까? 
 
 폐허가 되어버린 시리아의 도시 '알레포'

폐허가 되어버린 시리아의 도시 '알레포' ⓒ (주)엣나인필름


이곳에서도 삶이라는 게 가능할까? 먹고 자고 사랑하고 노래하고 웃는 일이 과연 있을 수 있을까? 알레포에는 와드 가족 외에도 고향을 떠나지 못하는 가족들이 있다. 그들은 폭격과 죽음의 공포를 날마다 마주하면서도 떠나지 못한다. 그곳이 그들의 고향이기 때문이다.
 
하루라도 빨리 떠나야 목숨을 건질 수 있을 듯한데, 떠난 친구들을 그리워하면서 우는 소년과 그 소년을 보며 '아들이 떠나지 않겠다는데 어떻게 이사를 할 수 있겠냐'며 눈물 짓는 소년의 엄마 모습을 보면 과연 고향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한번 생각하게 된다. 타인의 눈에는 설령 그곳이 죽음의 폐허라 해도, 그들에게는 누가 뭐래도 고향이었다.
 
언젠가는 다시 평화가 찾아올 거라는 믿음으로 그들은 벌레가 기어다니는 밀가루로 음식을 만들어먹으며 버티고 또 버틴다. 그리고 함께 모여 노래를 부르고 이야기하며 서로를 위로한다. 식량 배급도 끊기고 먹을 것이 궁해지자, 그들은 낙담한다. 한 남편이 아내를 위해 아내가 좋아하는 감 하나를 어렵게 구해 주었을 때 아내가 환호작약하는 모습이 나온다. 그것이 바로 삶의 환희라는 것을 느꼈다. 알레포에도 사람이 살았고, 삶이라는 게 있었구나 라는 생각.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그들은 알레포를 모두 떠나게 된다. 이 작품은 와드를 비롯한 알레포에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사람들이 그곳을 떠나는 장면으로 끝난다. 그들은 고향을 떠나는 슬픔에 비통해하지만 언제라도 다시 알레포로 돌아올 것을 약속한다. 그때가 언제일지는 모른다. 떠남이라기 보다는 잠시 떠나있음이다.

용감한 자만이 기록할 수 있다
 
 와드의 남편인 '함자'와 딸 '사마', 그리고 저널리스트 '와드'

와드의 남편인 '함자'와 딸 '사마', 그리고 저널리스트 '와드' ⓒ (주)엣나인필름


와드는 독재정권에 저항하는 시위 현장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하기 시작하면서 이 기록의 대장정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녀가 이런 행동을 할 수 있었던 데는 그녀의 남편 '함자'의 존재도 크다. 함자는 알레포에 유일하게 있는 병원 의사인데, 폭격으로 죽어가는 사람들의 수술을 8천건 이상 견뎌내면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와드 부부는 시리아 내전을 함께 기록하며 그 참상을 유엔에 알린다.
 
영화를 보는 내내 와드와 함자의 용감함에 놀랐고, 작품 속 시리아 내전이 불과 3년 전 발생했었다는 사실에 놀랐다. 그리고 동시대를 살고있는 내가 그런 현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는 사실에 다시 한번 놀랐다. 기록하는 자만이 이야기할 수 있다. 그리고 용감한 자만이 세상을 향해 외칠 수 있다. 와드 감독은 '시리아 문제'에 관심을 가져달라고했다. 폭탄에 목숨을 잃어야만 했던 시리아의 가엾은 이들을 위해서라도 그녀는 기록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지금 이시간에도 어디선가 일어나고 있을지 모르는 전쟁의 야만과 공포, 그 속에서 떨고 있을 어린 생명들을 위해서라도 누군가는 기록하고 또 우리 모두는 함께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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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아픈 것은 삶이 우리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도스또엡스키(1821-18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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