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트의 잔뼈가 굵은 베테랑이라도 마지막 타이 브레이크 상황에서 4점 차이 열세를 뒤집는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4포인트를 앞서고 있는 상대는 승리까지 마지막 두 포인트만 남았고, 모두가 페더러의 패배를 떠올리는 순간 놀라운 뒷심이 빛나기 시작했다. 이 극적인 승리가 페더러의 호주 오픈 100승을 찍은 것이라 그 기쁨은 더욱 클 수밖에 없었다.

세계 랭킹 3위 로저 페더러(스위스)가 24일(한국 시각) 저녁 호주 멜버른 파크에 있는 로드 레이버 아레나에서 벌어진 2020 호주오픈 테니스대회 남자단식 존 밀맨(47위, 호주)과의 32강 게임에서 4시간 3분만에 3-2(4-6, 7-6, 6-4, 4-6, 7-6)로 대역전승을 거두고 이 대회 개인 통산 100승의 위업을 이뤘다.

파이널 타이 브레이크, 4-8을 10-8로 뒤집은 페더러
 
 로저 페더러

로저 페더러 ⓒ EPA/연합뉴스

 
홈팬들의 큰 환호성을 등에 업고 밀맨이 첫 세트를 따낸 것부터 흥미진진했다. 첫 세트 10번째 게임, 서브를 페더러가 넣었지만 결과는 러브 게임으로 밀맨이 첫 세트의 주인이 된 것이다. 페더러의 포핸드 스트로크가 네트를 넘지 못하고 떨어졌다.

로저 페더러의 스트로크 실수가 두 번째 세트에서도 많았지만 타이 브레이크 고비는 잘 넘겼다. 두 번째 세트 마지막 포인트를 페더러 특유의 네트 앞 침착한 백핸드 발리 크로스로 따낸 것이다.

내친김에 세 번째 세트까지 6-4로 따낸 페더러는 이어진 네 번째 세트에서 이 32강 게임을 끝내려고 했다. 하지만 네트를 살짝 넘어 떨어지는 존 밀맨의 포핸드 크로스 스트로크는 페더러도 따라잡기 힘들었다. 첫 세트 마무리 순간처럼 존 밀맨이 러브 게임으로 네 번째 세트를 가져온 것이다.

그리고 두 선수는 파이널 세트하고도 정말 끝자락에서 마주섰다. 게임 스코어 6-6에서 10포인트를 먼저 따내야 하는 파이널 타이 브레이크 외나무다리에서 만난 것이다. 여기서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존 밀맨이 먼저 세 포인트를 따내며 기선을 제압한 것이다. 약간 늦게 정신을 바짝 차린 페더러가 두 개의 서브 기회를 살리며 따라붙기는 했지만 자신감 넘치는 포핸드 스트로크를 앞세운 밀맨의 기세는 그칠 줄 몰랐다. 

밀맨의 런닝 패싱샷은 그 중에서도 압권이었다. 페더러가 네트 가까이 들어오는 순간 밀맨의 포핸드 다운 더 라인 패싱샷이 오른쪽 옆줄을 따라 뻗어나간 것이다. 그렇게 파이널 타이 브레이크 점수판은 8-4까지 벌어졌다. 누가 봐도 존 밀맨의 승리가 눈앞에 보이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누구보다 큰 대회 경험이 풍부한 로저 페더러는 믿기 힘든 뒷심을 발휘하며 한 포인트 한 포인트를 차근차근 따라잡으며 끝내 뒤집기에 성공했고 매치 포인트 스트로크 싸움에서도 뛰어난 집중력을 자랑했다. 밀맨이 반 박자 빠른 백핸드 다운 더 라인으로 위협한 것을 페더러가 자랑하는 포핸드 크로스 스트로크로 코트 대각선 구석에 정확하게 떨어뜨린 것이다. 

마지막 여섯 개의 포인트를 내리 따내는 순간들은 아무리 산전수전 다 겪은 로저 페더러라도 소름이 끼칠 정도로 짜릿했다. 2000년부터 호주오픈에 참가하며 단 1년도 빠지지 않고 21년을 개근했다는 것도 놀랍지만 6회 우승(2004, 2006, 2007, 2010, 2017, 2018) 기록을 포함하여 개인 통산 100승을 거둔 것은 누구라도 존경할만한 대기록이 아닐 수 없다.

서른 여덟의 베테랑 로저 페더러는 이제 16강에 올라 헝가리 출신의 마르톤 푸초비치스(67위)와 만나 101번째 승리를 노린다.

2020 호주오픈테니스대회 남자단식 32강 결과(24일 로드 레이버 아레나-멜버른)

O 로저 페더러(3위, 스위스) 3-2(4-6, 7-6{7TB2}, 6-4, 4-6, 7-6{10TB8}) 존 밀맨(47위, 호주)

O 주요 기록 비교
서브 에이스 : 로저 페더러 16개, 존 밀맨 11개
더블 폴트 : 로저 페더러 6개, 존 밀맨 4개
첫 서브 성공률 : 로저 페더러 65%(111/170개), 존 밀맨 62%(118/189개)
첫 서브 득점률 : 로저 페더러 77%(85/111개), 존 밀맨 68%(80/118개)
세컨드 서브 득점률 : 로저 페더러 51%(30/59개), 존 밀맨 61%(43/71개)
브레이크 포인트 성공률 : 로저 페더러 30%(3/10개), 존 밀맨 50%(4/8개)
네트 포인트 성공률 : 로저 페더러 72%(46/64개), 존 밀맨 38%(9/24개)
리시빙 포인트 성공률 : 로저 페더러 33%(62/189개), 존 밀맨 29%(49/170개)
위너 : 로저 페더러 62개, 존 밀맨 40개
언포스드 에러 : 로저 페더러 82개, 존 밀맨 48개
서브 최고 속도 : 로저 페더러 197km/h, 존 밀맨 200km/h
첫 서브 평균 속도 : 로저 페더러 183km/h, 존 밀맨 185km/h
세컨드 서브 평균 속도 : 로저 페더러 156km/h, 존 밀맨 148km/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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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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