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너의 모든 것> 스틸 컷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너의 모든 것> 스틸 컷 ⓒ Netflix

 
흔해 빠진 스릴러 섞인 멜로드라마처럼 보이던 <너의 모든 것>의 예고편에서 오랜만에 댄 험프리를 보고 바로 재생 버튼을 눌렀다. 2007년부터 방영했던 <가십걸>에서 '댄 험프리'를 연기했던 '펜 바드글리'는 <너의 모든 것>에서도 지적이고 매력적인 남자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똑똑하고 재밌고 잘생겼다는 현실 불가능한 매력을 다 갖춘 '조'는 그러나 스토커다. 자신의 온전한 매력만으로 여자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하는 그가 안타깝기만 할 뿐이지만 이 드라마가 재밌는 이유는 바로 내레이션인 이 드라마의 화자가 스토커 그 자신이기 때문이다.

시즌1에서 뉴욕의 서점 매니저로 일하는 주인공 조는 대학원생인 여자 주인공 '벡'에게 한눈에 반한다. 그녀의 마음에 들기 위해 조는 스토킹 및 SNS를 통해 뒷조사로 벡의 취향을 파악한다. 별생각 없이 SNS에 올리는 일상을 통해 우리도 생각보다 많은 정보들을 타인에게 공개하고 있다는 것에 소름이 끼치는 장면들이다. 벡의 뒷조사를 통해 조는 그녀의 숨겨뒀던 진실된 자아를 발견하며 더욱 깊은 사랑에 빠지고 거짓말 반 진실 반으로 그녀의 이상형으로 변신해 결국 둘은 연인이 된다.

일반적인 스토킹과 달리 흥미로운 것은 조가 사랑을 위해 벡을 일방적으로 이용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녀 자신의 꿈인 작가가 될 수 있도록 돕는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도 벡은 조 덕분에 잘 나가는 책을 출판하며 꿈을 이룬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목적과 결과가 정당하고 옳다면 잘못된 과정이 어디까지 용인될 수 있는가에 대해서도 고민할 수 있다. 지적이고 다정한 목소리로 조가 내레이션을 통해 자신의 행동에 대해 설명하고 설득을 구하는 것이 재밌는 이유다. 그러고 보면 누구나 하는 구애에도 어느 정도의 스토킹과 자기에 대한 적당한 연출은 필요하지 않은가? 사랑을 얻기 위한 노력과 스토킹의 경계는 과연 무엇인가? 

하지만 조가 아무리 달콤한 목소리로 모든 것이 너를 위해서라고 해 봐야 시즌1 끝으로 갈수록 그의 스토킹과 가스라이팅은 폭력이고 잘못된 것이라는 것이 명백해진다. 결국 조의 폭력들은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는 경악을 안기며 되돌릴 수 없는 선을 넘는다. 

시즌2는 새로운 여자 주인공 '러브'를 등장시키며 흥미로운 스토리와 전개로 끝을 마무리했다. 뉴욕에서 LA로 이사해 아예 '윌'이라는 인물로 신분을 바꾼 조는 다시는 사랑에 빠지지 않겠다며 최선을 다하지만 결국 러브를 사랑하게 됨으로써 지적이고 낭만적인 남자 주인공으로 거듭난다. 뉴욕과는 비교도 안되게 특이한 LA의 파티 문화와 미국에서 유행하는 오리엔탈리즘을 보는 것만으로도 화면들은 충분히 흥미롭다. 벡의 친구들은 비교적 악한 면이 명확히 드러났다면 러브의 주변 인물들은 파격적이지만 선과 악의 경계 사이 모호한 지점에 서 있어 이야기의 전개를 더욱 알 수 없게 만든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너의 모든 것> 스틸 컷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너의 모든 것> 스틸 컷 ⓒ Netflix

 
사랑에 빠질 것을 경계하고 망설이다 조심스레 시작되는 윌의 스토킹과 사랑은 시즌1의 조보다 훨씬 애잔한 공감을 준다. 그가 러브에게 어울리는 진정으로 좋은 사람이 되고자 최선을 다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기이하게도 스토킹의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에게 감정을 이입해 일련의 과정을 관찰하게 된다. 가십걸 때보다 살을 많이 뺀 '펜 바드글리'의 어둡고 음울한 얼굴도 그의 위험하고 애처로운 몸부림에 불쌍함을 더해준다. 조금씩 어긋나기 시작해 종래에 아주 틀어져버린 인생을 다시 바로잡는 꿈은 많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것이기도 하니까. 

약간은 뻔하게 마무리됐던 시즌1과 달리 시즌2는 윌보다 한 수 위의 인물들이 대거 등장해 끝까지 사건의 전개를 알 수 없게 만든다. 한 똑똑하고 매력적인 남자가 남자가 사랑 때문에 망가지고 회복하고 또다시 망가지는 모습은 우리들 속에도 숨겨진 작은 욕망일지도 모른다. 사랑하고 또 사랑받고 싶은 욕망이 비극이 되는 것은 언제나 한순간이기 때문이다. 그의 새로운 욕망이 어떻게 실현되고 좌절되는지 시즌3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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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넷플릭스를 보고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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