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세계대전이란 시대 배경을 이런 방식으로 영화화할 수 있다니! <조조래빗>을 보고 가장 강하게 든 생각이었다. <인생은 아름다워> <쉰들러 리스트> <피아니스트> 등 2차 세계대전의 참혹함을 따스하게 혹은 숭고하게 혹은 어둡지만 진지하게 그려낸 영화들을 보아왔지만, 이렇게 '똘끼' 넘치는 재기발랄한 영화가 같은 주제의 영화라니,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난 22일 오후 서울 용산CGV에서는 오는 2월 5일 국내개봉하는 영화 <조조래빗>의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블랙코미디 형식으로 전쟁의 참혹함을 풀다?
 
 영화 <조조래빗>

영화 <조조래빗> ⓒ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앞서 언급한 '똘끼'를 좀 더 정제된 언어로 표현하자면 블랙코미디쯤 되겠다. 풍자의 맛을 띤 이 코미디는 한 장면 한 장면이 만화같기도 하다. 사실 영화의 초반부까지 개인적으로 당황함을 떨쳐버릴 수 없었는데, 그 이유는 극중 히틀러가 엉뚱하면서 푸근한 아저씨로 등장하여 우리의 주인공 '조조' 곁을 지켜주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코미디라지만 히틀러를 미화(?)하는 건 좀 아니지 않나, 이런 생각을 잠깐 했지만 나의 당황스러움은 곧 증발해버렸다. 

줄거리 소개를 하자면 다음과 같다. 제2차 세계대전 말기, 엄마 '로지'(스칼렛 요한슨)와 단둘이 살고 있는 10살 소년 '조조'(로만 그리핀 데이비스)는 원하던 독일 소년단에 입단하지만 겁쟁이 토끼라 놀림 받는다. 상심한 '조조'에게 상상 속 친구 '히틀러'(타이카 와이티티)는 유일한 위안이 된다. 그러던 중 '조조'는 어느 날 우연히 집에 몰래 숨어 있던 미스터리한 소녀 '엘사'(토마신 맥켄지)를 발견하게 되고 그녀를 신고할 방법을 궁리한다. 

사실 엘사를 처벌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조조가 어떻게 심경의 변화를 맞이하는지, 위의 줄거리 이후의 이야기가 진짜다(스포일러는 피하도록 하겠다). 참혹한 전쟁 상황 속에 살고 있는 10살 소년의 눈에 당시의 미친 세상이, 히틀러가, 엘사가, 엄마가 어떻게 비춰지는지를 담아낸 부분은 이 영화를 보며 감탄한 포인트였다. 만약 어른의 시선으로 조조를 그렸다면, 블랙코미디가 아니라 그냥 코미디가 됐을 거다. 아니면, 정색하고 진지한 전쟁영화가 되든지. 

비참한 시절을 배경으로 하지만 이 영화 속의 주인공들은 침울하기 보단 누구보다 유쾌하고 즐겁고 건강하다. 이렇게까지 위트 넘치고 유쾌하게 이 소재를 풀어내도 괜찮나 하는 걱정(?)이 들 정도로 이 영화는, 다시 말하지만 웃기고 재미있다. 

웃음에 섞여 들어온 진짜 감정들
 
 영화 <조조래빗>

영화 <조조래빗> ⓒ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영화 <조조래빗>

영화 <조조래빗> ⓒ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그런데, 따뜻하다. 이 영화의 진짜 면모를 이제야 털어놓자면, 너무도 사랑스럽고 따뜻하고 쾌활하고 귀엽다. 전쟁을 겪고 있음에도 전쟁 속에 있지 않은 사람들보다 훨씬 생기 넘치는 주인공들이라니! 하지만 관객의 마음에 조조를 비롯한 캐릭터들을 향한 애정이 짙어질수록 마음은 슬퍼진다. 내가 웃었던 만큼 울게 될 거란 각오(?) 혹은 마음의 준비 없이 이 영화를 본다면 롤러코스터를 타는 자신의 감정에 혼란을 느낄 것이다. 이 점을 반드시 유의바란다.

결국은 휴머니즘이었다. 다시 말해, 사랑이었다. 앞서 언급한 <인생은 아름다워>부터 <피아니스트>까지, 이런 영화들의 메시지와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풀어내는 스타일의 독창성이 얼마나 같은 주제를 새롭게 보이게 하는지, 새로운 감정으로 그 아픔을 바라보게 하는지 여실히 깨닫게 한다. 하지만 새로운 스타일을 확인하기 위해 극장에 가시길 권하기 보단, 우리의 주인공 '조조'가 얼마나 사랑스럽고 용감하고 따뜻하고 귀여운지를 확인하기 위해 극장에 가시라 권하는 바다. 

<조조래빗>은 지난 해 9월 열린 제 44회 토론토국제영화제에서 <기생충>과 <결혼 이야기>를 제치고 관객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 영화제에서 관객상을 수상한 <킹스 스피치> <이미테이션 게임> <라라랜드> <그린 북> 등이 아카데미의 영광을 안은 사례들이 있는 만큼, 다가오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포함해 주요 6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된 <조조래빗>의 수상결과가 자못 궁금하다. 

한 줄 평: 나치에 한방을... 이런 식으로 날리다니!
평점: ★★★★☆(4.5/5) 

 
<조조래빗> 정보

제목: 조조래빗
원제: JOJO RABBIT
감독: 타이카 와이티티
출연: 스칼렛 요한슨, 로먼 그리핀 데이비스, 타이카 와이티티, 토마신 맥켄지
수입/배급: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개봉: 2020년 2월 5일
러닝타임: 108분
 
 
 영화 <조조래빗>

영화 <조조래빗> ⓒ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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