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 손흥민

토트넘 손흥민 ⓒ AFP/연합뉴스

 
퇴장과 징계, 골 침묵이라는 연이은 악재 속에 고전하던 손흥민이 오랜만에 웃었다. 손흥민이 미소를 되찾자 역시 토트넘도 기사회생했다.
 
손흥민은 23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노리치시티와의 2019-2020시즌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24라운드 홈 경기에서 1-1로 맞선 후반 34분 헤더 결승 골로 팀의 2-1 승리를 이끌었다. 손흥민의 시즌 11호(리그 6호골)이자 지난해 12월 8일 번리를 상대로 득점한 이후 46일(8경기) 만에 터진 2020년 첫 득점이었다.
 
2019년 의심의 여지없는 월드클래스급 활약을 펼쳤던 손흥민이지만 연말은 다소 우울하게 마무리했다. 12월 23일 첼시와의 리그 경기에서 안토니오 뤼디거와 볼경합 중 신경전을 펼치던 손흥민은 상대 선수에게 보복성 발길질을 한 혐의로 퇴장을 당했고, 3경기 출전정지 징계까지 받았다. 2019년에만 3번이나 다이렉트 퇴장을 당하는 불명예를 겪으며 현지 언론과 팬들에게도 비난을 받는 등 그간의 호감형 이미지가 급격히 나빠진 것도 뼈아팠다.
 
공교롭게도 손흥민이 퇴장 징계를 받은 박싱데이 시점부터 토트넘의 부진이 시작됐다. 조제 모리뉴 감독 부임 이후 잠시 상승세를 탔던 토트넘은 이후 손흥민의 공백과 주포 해리 케인의 부상, 고질적인 수비 불안 등의 문제가 겹치며 8위까지 추락했다.

손흥민은 징계를 마치고 지난 5일 미들즈브러와의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 3라운드부터 복귀했으나 더이상 시즌 초중반의 폭발적인 활약상을 보여주지 못했고 무득점도 점점 길어지며 마음 고생을 했다.
 
최근 부진에도 신뢰 보낸 모리뉴 감독

다행인 건 모리뉴 감독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손흥민에 대한 지지를 보여줬다는 점이다. 물론 모리뉴 감독의 손흥민 활용법은 다소 의문을 자아내기도 했으나 그와는 별개로 손흥민의 기량과 헌신에 대해서는 최근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확고한 신뢰를 보냈다.

모리뉴 감독은 노리치시티전을 앞둔 공식 인터뷰에서 "골이 터지지 않을 뿐, 과정이나 그 외의 역할은 매우 잘하고 있다. 손흥민은 언젠가 다시 골을 넣을 것이고 나는 그게 노리치전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라고 덕담을 건넸다. 과연 손흥민은 몸을 사리지 않는 플레이로 감독의 애정어린 기대에 부응했다.
 
노리치전에서 측면 공격수로 나선 손흥민은 이날 토트넘이 기록한 2골에 모두 관여했다. 전반 38분 델레 알리의 선제골은 손흥민의 발끝에서 시작됐다. 오른쪽 측면에서 손흥민의 날카로운 패스를 이어받은 오리에가 공간이 열린 상황에서 문전으로 정확한 땅볼 크로스를 찔러줬고, 쇄도하던 알리가 넘어지면서 왼발로 골을 만들어냈다.
 
토트넘은 후반 25분 세세뇽의 반칙으로 노리치 테무 푸키에게 페널티킥을 내주며 1-1 동점을 허용했다. 또 승리를 날리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깊어질 무렵, 손흥민이 해결사로 나섰다. 후반 34분 페널티 박스 안에서 알리의 크로스가 수비수 발에 맞고 높이 튀어 오르자 반대편에서 달려든 손흥민이 수비수와 골키퍼 사이에서 헤더로 골을 밀어 넣었다.
 
팀이 가장 어려운 상황에 손흥민이 결승골을 터뜨렸고, 하필 그가 가장 취약하다고 평가받던 헤더로 만든 골이라 의미도 남다르다. 손흥민은 몸싸움에 약하고 헤더 경합을 꺼린다는 이미지가 강하여 종종 비판을 받기도 했다. 타깃맨을 선호하는 모리뉴 감독이 손흥민을 최전방 공격수로 생각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했다. 손흥민의 득점은 대부분 발로 이루어졌고 헤더골은 정말 찾아보기 힘들다.

여전히 악재가 끊이지 않는 토트넘
 
일부에서는 어차피 손흥민이 쇄도하지 않았어도 공이 골문 안으로 향하던 상황이라 '주워먹기'가 아니냐는 평가도 있지만, 손흥민의 문전 쇄도가 없었다면 골키퍼와 수비수가 충분히 걷어낼 수도 있었다. 번리전같은 원더골은 아니지만 주워먹기도 적극적인 위치 선정과 집중력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점에서 손흥민의 골이 폄하될 이유는 전혀 없다.
 
무엇보다 토트넘에게 노리치전은 시즌 흐름상 너무나도 중요한 경기였다. 만일 리그 최하위인 노리치전마저 놓쳤다면 토트넘은 그야말로 심각한 부진에 봉착할 수도 있었다. 또한 토트넘은 이날 골키퍼 요리스가 4개월 만에 복귀했지만 이번엔 미드필더 해리 윙크스가 부상을 당하는 등 여전히 악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앞으로 정규리그 외에도 챔피언스리그, FA컵 같은 중요한 경기가 줄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고전하기는 했지만 귀중한 승점 3점을 추가하고 손흥민의 득점포까지 살아났다는 것은 한가닥 위안이 될 만하다.
 
손흥민이 모처럼 미소를 찾았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다. 2골에 관여한 장면을 빼고 노리치전의 전반적인 경기력을 봤을 때, 손흥민은 아직 시즌 초반 보여준 최상의 컨디션을 찾지는 못했다. 모리뉴 감독이 아무리 손흥민을 최전방 공격수로 분류하지 않는다해도 어쨌든 현재 토트넘 내에서 가장 믿음직한 골잡이가 손흥민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골 침묵에 대한 부담을 덜어낸 만큼 앞으로 손흥민 특유의 몰아치기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케인의 빈 자리를 메워야하는 막중한 부담감을 안고있는 손흥민은 지난 시즌에도 그러했듯 '케없손왕'(케인 없을 때 손흥민이 왕)이 되어야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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