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원-김대원 김대원이 4강 호주전에서 후반 11분 선제골을 터뜨린 후 정승원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 정승원-김대원 김대원이 4강 호주전에서 후반 11분 선제골을 터뜨린 후 정승원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 대한축구협회

 
김학범호가 난적 호주를 물리치고 9회 연속 올림픽 축구 본선 진출의 위업을 달성했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한국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이 22일 오후 10시 15분(이하 한국시간) 태국 방콕의 탐마삿 스타디움에서 열린 호주와의 2020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4강전에서 김대원과 이동경의 연속골에 힘입어 2-0으로 승리했다.

이로써 한국은 지난 1988년 서울올림픽부터 9회 연속 올림픽 진출이라는 대기록을 작성했다. 결승전 결과에 관계없이 2020 도쿄올림픽 본선 진출을 확정지은 한국은 오는 26일 사우디 아라비아와 우승컵을 놓고 다툰다.

3선 미드필더 원두재-김동현, 호주와의 허리 싸움서 우위
 
김학범 감독의 로테이션 시스템은 4강전에서도 이어졌다. 8강 요르단전과 비교해 5명이 바뀐 라인업이었다. 4-2-3-1 포메이션에서 원톱은 오세훈, 2선은 김대원-정승원-엄원상이 받쳤다. 중앙 미드필더는 김동현- 원두재, 포백은 강윤성-이상민-정태욱-이유현으로 구성됐다. 골문은 송범근이 지켰다.

호주의 그레이엄 아놀드 감독은 4-3-3을 가동했다. 부하지어-투레-이탈리아노를 최전방에 놓고, 허리는 오닐, 바커스, 메트칼프를 내세웠다. 포백은 게르스바흐-라이언-무도쿠타스-클러, 골키퍼 장갑은 글로버가 꼈다.

한국은 경기력에서 호주를 완전히 압도했다. 전반 2분 만에 오세훈이 절묘한 턴으로 미드필더의 압박을 벗겨낸 뒤 왼발 중거리 슈팅을 시도하며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한국은 수비 상황에서 4-4-2로 대형을 설정했다. 공격형 미드필더 정승원이 호주의 수비형 미드필더 바커스로 향하는 패스 길목을 막아서는데 주력했다. 호주의 주장이자 왼쪽 풀백 게르스바흐에 대한 견제는 2선 오른쪽 윙어 엄원상이 맡았다. 이에 호주는 이렇다 할 실마리를 풀지 못했다.

3선 미드필더 콤비인 원두재-김동현의 활약이 단연 두드러졌다. 두 사람은 허리를 완전히 장악하며 호주의 전진패스를 적재적소에서 끊었고, 곧바로 빠르게 공격으로 전환하는 패스를 공급했다.

한국은 전반 10분 이후 다양한 공격 루트를 통해 슈팅 생산력을 높이기 시작했다. 전반 11분에는 김대원의 크로스가 호주 수비수 머리에 걸리고 흘러 나온 공을 엄원상이 왼발 논스톱 슈팅으로 연결했으나 정확도가 떨어졌다. 14분에도 페널티 아크 서클 지점에서 정승원의 슈팅이 높게 떠올랐다.

전반 23분 오세훈이 두 명의 센터백과의 경합에서 등지고 버티며 부드럽게 돌아선 뒤 강력한 왼발 터닝슛을 시도했지만 골대를 맞고 튕겨 나왔다.

호주에게는 한 차례 기회가 찾아왔다. 전반 44분 세트 피스 상황에서 라이언의 왼발슛이 골문 오른편으로 빗나갔다. 한국은 1분 뒤 곧바로 반격했다. 김대원이 페널티 아크 정면에서 시도한 오른발 슈팅이 골문을 벗어났다. 전반 내내 빠른 원터치 패스와 공간 침투로 좋은 흐름을 가져간 한국은 내용에 비해 소득을 얻지 못한 채 45분을 마감했다. 
 
이동경 이동경이 8강 요르단전에 이어 이번 호주와의 4강전에서도 연속골을 터뜨렸다.

▲ 이동경 이동경이 8강 요르단전에 이어 이번 호주와의 4강전에서도 연속골을 터뜨렸다. ⓒ 대한축구협회

 
김대원-이동경, 좌우 '하프 스페이스' 지배하다

한국과 호주 모두 후반 시작과 동시에 교체를 단행했다. 엄원상 대신 이동준, 메트칼프 대신 젠로우가 가세했다.

한국은 후반 1분 만에 김대원이 왼쪽에서 중앙으로 좁혀 들어오며 중거리 슈팅을 시도해 코너킥을 유도했다. 김대원의 왼쪽 하프 스페이스 공략은 줄곧 호주에게 큰 위협으로 다가왔다.

후반 2분에는 역습 상황에서 오세훈의 논스톱 패스가 쇄도하던 이동준에게 전달됐고, 이동준의 오른발 슈팅이 아슬아슬하게 골 포스트 왼쪽으로 흘러나갔다.

후반 5분 오세훈이 머리로 떨궈준 공을 받은 김대원이 왼쪽 하프스페이스 지점에서 다시 한 번 중거리 슈팅을 날렸지만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곧바로 이어진 코너킥에서 정태욱의 헤더슛이 골대를 맞았고, 이동준이 슈팅은 골키퍼에 발에 걸리면서 아쉬움을 자아냈다.

두 차례 골대 불운으로 굳게 닫혀있던 호주의 골문을 열지 못한 한국은 후반 11분에서야 웃었다. 페널티 박스 오른편에서 이유현의 오른발 슈팅이 또 다시 골 포스트 왼쪽을 맞고 나왔지만 왼쪽 하프 스페이스로 쇄도한 김대원이 밀어넣었다. 앞서 여러차례 호주의 골문을 두들긴 김대원의 집념과 하프 스페이스 공략이 빛난 장면이었다.  
 
김대원 터치맵 호주전에서 김대원이 볼 터치를 한 지점. 왼쪽 측면과 왼쪽 하프 스페이스에 집중돼 있다.

▲ 김대원 터치맵 호주전에서 김대원이 볼 터치를 한 지점. 왼쪽 측면과 왼쪽 하프 스페이스에 집중돼 있다. ⓒ 아시아축구연맹 홈페이지 캡쳐


한 골 앞선 한국은 볼 소유 시간을 늘리면서 짧은 패스 게임을 통해 후반을 지배했다. 김학범 감독은 후반 18분 정승원을 빼고 이동경을 투입했다. 다급한 호주도 후반 21분 폴라미, 피스코포를 한꺼번에 그라운드로 내세우며 공격적인 승부수를 던졌다.

후반 31분에는 이동경이 해결사로 나섰다. 오른쪽 하프 스페이스로 파고든 이동경은 오른발로 접어놓으며 호주 수비수의 타이밍을 빼앗은 뒤 왼발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2-0으로 앞선 한국은 끝까지 투쟁심을 발휘하며 호주를 압박했다. 후반 33분 역습 상황에서 오세훈이 왼쪽 측면으로 빠지며 공간을 만들었고, 하프 스페이스를 파고들던 김대원에게 기회를 열어줬지만 최종 수비수에 막혔다.

김학범 감독은 후반 42분 김대원 대신 수비수 김태현을 투입해 스리백으로 변화를 꾀했다. 체력 저하가 극심한 호주의 공세는 무기력했다. 한국은 큰 위기 없이 두 골의 리드를 지켜내며 승리를 거뒀다. 

 
이동경 터치맵 후반전 교체 투입된 이동경이 후반 31분 터뜨린 추가골은 오른쪽 하프 스페이스 지점이었다.

▲ 이동경 터치맵 후반전 교체 투입된 이동경이 후반 31분 터뜨린 추가골은 오른쪽 하프 스페이스 지점이었다. ⓒ 아시아축구연맹 홈페이지 캡쳐

 
도쿄행 이끈 김학범 감독의 신들린 로테이션-용병술

지금까지 이런 감독은 없었다. 큰 대회에서 과감한 로테이션 시스템을 가동하는 강심장과 뚝심을 가진 감독 말이다. 대다수의 감독들은 베스트 11을 조기에 확정지은 뒤 조직력을 가다듬는데 힘을 쏟는다. 하지만 김학범 감독의 팔색조 전술과 유연성은 도쿄행의 가장 큰 원동력이었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 골키퍼 2명을 제외한 21명을 적재적소에 골고루 활용하고도 5전 전승이라는 기염을 토했다.

첫 경기 중국전 이후 이란전(7명), 우즈베키스탄전(6명), 요르단전(8명)에서 절반 이상의 선수를 바꾼 김학범 감독은 이번 호주와의 4강전에서도 무려 5명을 교체했다. 그

팀 내 유일한 유럽파 정우영, 8강 요르단전에서 프리킥 결승골을 넣은 이동경, 이번 대회 2골을 넣은 이동준이 벤치에서 시작할만큼 스쿼드의 깊이가 매우 두터웠다.  

그렇다고 김학범 감독이 매 경기 베스트 11을 모두 물갈이 한 것은 아니다. 앞선 4경기에서 팀의 척추를 형성하는 중앙 라인의 주전 멤버를 어느 정도 확정지은 상황에서 부분적인 로테이션을 감행한 것이 눈에 띄는 대목이다. 대표적으로 송범근 골키퍼는 전경기 선발 출전했고, 센터백 정태욱-이상민 콤비는 8강에 이어 이번 4강전에서도 선발로 호흡을 맞췄다.

이 중 센터백 정태욱, 수비형 미드필더 원두재는 1차전에서 결장했지만 2차전부터 4경기 연속 모두 선발로 나설만큼 김학범 감독으로부터 큰 신뢰를 받았다. 오른쪽 풀백 이유현, 왼쪽 윙어 김대원은 8강전에 이어 이날 호주전에서도 선발로 낙점됐다. 공교롭게도 이유현과 김대원은 후반 11분 선제골을 합작하며 승리에 힘을 보탰다.

특히 김대원은 같은 포지션에서 경쟁자였던 정우영을 밀어내고 주전으로 낙점된 이유를 입증했다. 왼쪽 터치 라인과 하프 스페이스를 지배하며 공격의 중심으로 활약했다. 
 
김학범 감독 김학범 감독은 매 경기 파격적이고 과감한 로테이션 시스템으로 5전 전승이라는 결과를 만들었다.

▲ 김학범 감독 김학범 감독은 매 경기 파격적이고 과감한 로테이션 시스템으로 5전 전승이라는 결과를 만들었다. ⓒ 대한축구협회

 
또, 김학범 감독은 8강전에 이어 이번 4강전에서도 이동경을 후반 조커로 활용하는 용병술로 재미를 봤다. 이동경은 오른쪽 하프 스페이스에서 천금의 추가골을 터뜨려 기대에 부응했다.

김학범 감독이 이끌던 한국 U-23 대표팀은 호주와 두 차례 맞붙은 바 있다. 지난해 3월에 치러진 2020 AFC U-23 챔피언십 예선에서 호주와 2-2로 비겼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열린 비공개 평가전에서도 1-1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세 번째 맞대결은 한국의 완승이었다.

최대 고비처였던 호주를 넘어선 한국의 최종 목표는 아시아 정복이다. 한국은 2013년부터 개설된 U-23 챔피언십에서 한 차례도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다. 과연 결승전에서 사우디 아라비아를 제압하고, 우승컵을 들어올릴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2020 AFC U-23 챔피언십 4강전 (2020년 1월 22일, 태국 방콕 탐마삿 스타디움)
한국 2-0 호주
득점 : 56분 김대원, 76분 이동경

선수 명단
한국 4-2-3-1 : 송범근/ 이유현, 정태욱, 이상민, 강윤성/ 원두재, 김동현/ 엄원상 (46'이동준), 정승원 (64'이동경), 김대원 (87'김태현)/ 오세훈

호주 4-3-3 : 글로버/ 클러, 무도쿠타스, 라이언, 게르스바흐/ 오닐 (66'폴라미), 바커스, 메트칼프 (46'젠로우)/ 부하지어, 투레, 이탈리아노 (66'피스코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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