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시청자들에게 수요일과 목요일 심야는 드라마를 보는 시간이었다. 특히 16~20부작의 비교적 짧은 호흡으로 방송되는 소위 미니시리즈들이 수목드라마로 편성돼 많은 사랑을 받았다. 실제로 <내 이름은 김삼순>과 <해를 품은 달>, <제빵왕 김탁구> <추노> <아이리스> <태양의 후예> <명랑소녀 성공기> <올인> <뿌리 깊은 나무> <별에서 온 그대> 같은 '레전드 드라마'들이 수요일과 목요일 시청자들을 사로 잡았다.

하지만 어느덧 수요일과 목요일 밤 시간대의 주도권을 종합편성채널의 예능에 빼앗긴 지 오래다. TV조선의 <내일은 미스터트롯>은 15%가 넘는 시청률로 목요일 밤 시간대를 완전히 장악했고 <나는 자연인이다>와 <도시어부> <보이스퀸> 등도 지상파의 어지간한 수목드라마보다 시청률이 높다. 급기야 SBS에서는 작년 11월에 종영한 <시크릿 부티크>를 끝으로 두 달째 수목드라마를 편성하지 않고 있다.

그나마 KBS가 <동백꽃 필 무렵>과 <99억의 여자>를 통해 수목드라마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는 가운데 MBC는 작년 5월부터 수목드라마의 편성시간을 9시로 앞당겼다. 그리고 9시로 시간을 옮긴 MBC 수목드라마의 5번째 작품 <더 게임 : 0시를 향하여>(이하 <더 게임>)가 22일 첫 방송된다. 특히 <더 게임>에서는 MBC 드라마를 통해 시련과 기쁨을 함께 경험했던 배우 이연희가 4년 4개월 만에 MBC 드라마로 복귀한다.

전설의 구어체 연기와 어색한 니냐니뇨, 발연기 논란의 단골 주인공  
 연기 경력이 일천한 이연희가 감당하기엔 <에덴의 동쪽>의 국영란은 너무 큰 역할이었다.

연기 경력이 일천한 이연희가 감당하기엔 <에덴의 동쪽>의 국영란은 너무 큰 역할이었다. ⓒ MBC 화면 캡처

 
H.O.T.와 S.E.S, 신화를 차례로 성공시키며 최고의 아이돌 기획사로 떠오른 SM엔터테인먼트는 좀 더 다양한 분야의 재능 있는 연습생을 선발하고자 2000년부터 SM 청소년 베스트 선발대회라는 오디션을 개최했다. 2000년 첫 대회에서 댄스짱에 선발된 연습생이 동방신기의 유노윤호였고 대상을 받은 연습생은 천상지희로 활동했던 선데이였다. 이연희는 2001년 제2회 대회에서 외모짱과 대상을 휩쓸며 SM의 연습생이 됐다.

청순한 이미지의 예쁜 외모와 큰 키, 날씬한 몸매를 두루 갖춘 이연희는 SM에서 보아의 뒤를 이을 간판스타로 키울 계획을 세웠다. 실제로 이연희는 초기 소녀시대 멤버들과 연습생 생활을 함께 하기도 했다(이연희는 아마추어로는 꽤 출중한 노래실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연기자 양성에 욕심을 내고 있던 SM에서는 이연희를 가수보다는 배우로 성장시키기로 결정했다.

드라마 <해신>에서 수애의 아역, <부활>에서 엄태웅의 이복동생 강신영을 연기한 이연희는 2006년 영화 <백만장자의 첫사랑>에서 현빈의 상대역으로 출연했다. 이명세 감독의 < M >에서 미미, 옴니버스 영화 <내 사랑>에서 감우성의 상대역 소현을 연기할 때만 해도 이연희의 연기를 지적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이연희는 2008년 자신의 커리어에 비해 너무 이른 시기에 스케일이 큰 작품을 만났다.

이연희는 250억의 제작비가 투입된 MBC 드라마 <에덴의 동쪽>에서 송승헌과 러브라인이 있는 여주인공 국영란을 연기했다. 하지만 56부작 대작 드라마를 이끌어 갈 경험이나 역량이 부족했던 이연희는 <에덴의 동쪽>에서 다소 미흡한 연기를 선보여 비판을 받기도 했다. 특히 "아저씨, 벌써 날 사랑하게 된거니?"라는 명대사(?)는 꽤 오랜 기간 이연희를 따라 다닌 흑역사가 되고 말았다.

이연희는 <에덴의 동쪽>을 통해 MBC 연기대상 신인상과 인기상, 베스트커플상을 휩쓸었지만 이후 약 2년 가까운 공백을 가져야 했다. 이연희는 2011년 동방신기의 최강창민과 함께 사전제작 드라마 <파라다이스 목장>에 출연했지만 SM 소속 연예인들이 주연을 맡은 <파라다이스 목장>은 시청자들에게 큰 감흥을 주지 못했다. 이연희는 <파라다이스 목장>에서 전설의 '니냐니뇨'만을 남긴 채 여전히 '연기력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배우로 남았다.

천천히 지우고 있는 연기력 논란, <더 게임>에서 완전히 사라질까
 
 이연희는 <미스코리아>에서 연기력 논란을 털어 버렸지만 하필이면 동시간대 경쟁 상대가 <별에서 온 그대>였다.

이연희는 <미스코리아>에서 연기력 논란을 털어 버렸지만 하필이면 동시간대 경쟁 상대가 <별에서 온 그대>였다. ⓒ MBC 화면 캡처

 
2012년 김은희 작가의 <유령>에서 여기저기 민폐를 끼치고 다니는 사이버수사대 경위 유강미를 연기했던 이연희는 2013년 <구가의 서>에 특별 출연했다. 그리고 그 해 연말 이연희는 배우 인생의 첫 단독 주연작 <미스코리아>를 통해 한결 나아진 연기를 선보이며 데뷔 후 오랜 기간 자신을 따라다니던 '연기력 논란'을 씻는데 성공했다. 2015년에 출연한 <조선 명탐정 : 사라진 놉의 딸> 역시 무난한 연기를 통해 300만 관객을 동원했다.

이연희는 2015년 청명공주를 연기한 <화정>에서 다시금 억지스런 표정연기로 시청자들의 혹평을 받았지만 활동적이고 해맑은 캐릭터를 연기한 <다시 만난 세계>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았다. 2017년에 방송된 JTBC 드라마 <더 패키지> 역시 1~2%에 머문 낮은 시청률과는 별개로 열혈 시청자들 사이에서 시즌2 제작요구가 있었을 정도로 이연희는 경력이 쌓일 수록 점점 안정된 연기를 선보였다.

작품마다 논란과 호평 사이를 오가던 이연희에게 필요한 것은 연기의 기복을 줄이는 일이다. 따라서 죽음 직전의 순간을 보는 예언가와 강력반 형사가 20년 전 '0시의 살인마'에 얽힌 비밀을 파헤치는 드라마 <더 게임>은 이연희에게 매우 중요한 작품이다. 이연희는 <더 게임>에서 인내심이 강하고 통찰력과 직관력이 뛰어난 중앙경찰서 강력1팀 형사 서준영을 연기한다. <유령>에 이어 이연희 커리어에서 두 번째로 맡는 형사 역할이다.

<더 게임>에는 이연희 외에도 옥택연이 죽음을 보는 예언가 김태평을 연기한다. 옥택연은 미국 영주권을 포기하고 2번이나 허리수술을 받은 후 재검 끝에 현역으로 군복무를 마치며 대중들에게 많은 박수를 받았다. <오 나의 귀신님>에서 악귀를 연기하며 시청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던 임주환은 뛰어난 국가수 법의관 구도경 역을 맡았다. 이 밖에도 정동환, 박원상, 장소연 등 시청자들에게 익숙한 배우들이 <더 게임>을 빛낼 예정이다.

흔히 아이돌 출신 연기자들은 배우 전업을 결정하고 나면 배우를 전문적으로 케어해 주는 소속사로 옮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연희는 2001년 SM의 연습생으로 들어간 후 햇수로 20년째 SM과의 의리를 지키고 있다. 아직 이연희는 본인에게 어울리는 역할과 어울리지 않는 역할을 연기했을 때의 편차가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경력이 쌓일수록 연기력 논란을 지워가고 있는 이연희는 2020년을 <더 게임>과 함께 활기차게 시작하려 한다.
 
 이연희는 <더 게임>을 통해 혹평을 받았던 <화정> 이후 4년4개월 만에 MBC 드라마로 돌아온다.

이연희는 <더 게임>을 통해 혹평을 받았던 <화정> 이후 4년4개월 만에 MBC 드라마로 돌아온다. ⓒ <더 게임 :0시를 향하여>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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