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콰이어트 플레이스> 포스터.

영화 <콰이어트 플레이스> 포스터. ⓒ 롯데엔터테인먼트

 
2016년부터 매해 센세이션이라 할 만한 인기를 구가한 공포영화들이 매해 등장하고 있다. <라이트 아웃> <맨 인 더 다크> <그것> <겟 아웃> <해피 데스데이> <유전> 그리고 <콰이어트 플레이스>까지. 관객뿐만 아니라 평론가들한테도 호평을 들은 이 작품들은 독특한 소재로 군더더기 없는 서스펜스를 선사했다는 점이 공통적이다. 

그 중에서 <콰이어트 플레이스>는 에밀리 블런트와 존 크래신스키 부부가 처음으로 함께한 영화로, 2010년대 공포 영화로선 보기 드문 퍼포먼스를 펼쳐보였다. '소리 내면 죽는다'는 영화 콘텐츠로선 신선하고도 위험한 콘셉트로 관객들에게 그 공포를 직접 체험하게 만들었다. 

소리 내면 죽는다

사건 발생 89일째, 두 부부와 아이 셋의 일가족이 폐허가 된 마트에서 물건을 넣고 길을 나선다. 막내 보가 소리 나는 장난감을 가지고 나오려는데, 아빠 리가 막는다. 아쉬워하는 보에게 첫째 리건이 몰래 장난감을 건넨다. 보는 건전지까지 챙겨서 길을 나선다. 결국 집으로 가는 길 도중에 장난감으로 소리를 낸 보는 괴생명체에게 죽임을 당한다. 리건은 농인으로, 보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 제때 알아채지 못했다. 

시간이 흘러 사건 발생 472일째, 일가족은 철통 방어를 하고 집에서 지낸다. 불편하고 불안하지만 어떻게든 일상을 영위하고 있는 가족, 엄마 에블린은 임신했고 둘째 마커스는 아픈 게 낳은 듯하다. 리는 리건을 위한 인공와우 개발과 가족을 위한 방어계책에 몰두한다. 리건은 여전히 보의 죽음에 죄책감을 느끼고 있다. 그런 와중에, 리는 마커스와 함께 양식을 구하고자 길을 나서고 리건은 죄책감에 시달리다 집을 나가버리며 에블린 혼자 집에 있게 된다. 

에블린에게 그때 문제가 닥친다. 아직 예정일이 한참 남았는데 갑자기 양수가 터진 것이다. 와중에 못을 밟고는 들고 있던 게 떨어져 깨져 괴물이 집으로 쳐들어온다. 절체절명의 순간이지만 아이를 낳아야 하는 에블린. 한편 리와 마커스는 일이 생겨 평소보다 집으로 늦게 돌아온다. 리건은 아무것도 듣지 못한 채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중이다. 불편하고 불안했지만, 그래도 평화로웠던 가족에게 닥친 큰 위기. 이들은 어떻게 위기를 헤쳐나갈까.

본능 억제의 공포

영화는 모든 게 '소리'로 빨려들어가는 듯한 느낌이 들게 한다. 일반적이고 전통적인 공포영화의 순간을 삼키는 '놀람'이라는 주무기 대신 소리를 내면 안 되는 무소음의 상황이 계속 이어지는 와중에 느끼는 긴장감과 서스펜스가 모든 걸 집어삼킨다. 감정 아닌 몸이 우선 반응해, 보는 내내 숨소리조차 제대로 내지 못하는 경험을 하는 것이다. 이색 체험이지만 요즘 공포영화의 특징과 이어진다. 

공포영화라면 더더욱 소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월등한 장르다. 이 영화는 그러한 방식과 고정관념을 역으로 이용했다. 오감을 최소치로 억누르게 하기에 오히려 오감이 최대치로 작동하게 되는 영리함이 이 영화의 매력이라 하겠다. 그중에서도 특히 소리는 인간의 본능에서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가장 억누르기 힘든 부분이지 않은가. 

공포는 밖으로 퍼져나가는 것과 안으로 천착해 들어오는 것이 있다. 빠르고 스펙터클하고 와일드한 공포 대신, 이 영화는 조용하고 조심스럽고 축소지향적인 공포를 지향한다. 주지했듯, 공포가 소리에서 시작하는 게 아니라 소리로 빨려들어간다. 극한 상황에서의 공포보다 무서운 게 일상의 공포라면, 일상의 공포보다 무서운 건 본능의 공포이며, 그보다 '어려운 건' 본능 억제의 공포이다. 

잘 만든 영화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꼈을 만한 부분들, 즉 자잘한 의문들이 고개를 들이밀곤 할 것이다. 그 또는 그녀는 왜 그런 행동을 했어야 하는가? 영화 속 일가족이 위기를 겪는 원인의 태반이 상식을 지키지 않은 것에서 기인한다. 큰 틀에서 숨 쉴 틈을 주지 않기에 생각할 틈도 주지 않는 영화 특성상, 조금의 틈만 있었다면 수많은 불만이 표출되었을 테다. 

하여, <콰이어트 플레이스>는 적어도 공포영화에 있어 디테일이 아닌 콘셉트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동시에 몸소 제대로 보여준 예라고 하겠다. 공포는 머리가 아닌 몸이 반응하게 만들어야 하는 장르다. 개인적으로도, 보는 내내 이건 아니라고 전하는 머리와 가슴의 말을 몸과 마음이 제대로 받을 수 없는 체험을 했다. 그러면서도, 살아남으려면 본능을 억눌러야 하는 아이러니. 

본능 억제 관련한 공포 장르 중 최고였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가 하니, 이 영화가 나온 이듬해인 2019년부턴 지금까지와는 또 다른 공포의 면면이 우리를 찾아오고 있다. 2020년부턴 '심리'에 기반을 둔 불쾌한 공포가 공포영화의 주류를 형성하지 않을까 싶다. <콰이어트 플레이스>가 올해 3월에 2편으로 돌아온다. 이번엔 어떻게 디테일을 압도할 콘셉트로 공포에 빨려들어가게 할지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형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singenv.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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