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적인 데뷔 시즌을 보낸 이학주

인상적인 데뷔 시즌을 보낸 이학주 ⓒ 삼성 라이온즈

  
2018시즌까지 삼성 라이온즈 부동의 주전 유격수는 김상수였다. 데뷔 시즌인 2009년부터 뛰어난 수비와 주루 플레이로 주목받았던 김상수는 2년차인 2010시즌 국가대표 유격수 출신인 선배 박진만을 밀어내고 주전 자리를 꿰찼다.

삼성 입장에서는 더할 나위 없이 자연스러운 세대교체였다. 박진만이 선수 나이로 황혼기를 바라보던 시기에 1차지명 출신으로 프랜차이즈 스타가 될 재목인 주전 유격수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예상대로 김상수 역시 국가대표로 성장하며 삼성 국가대표 유격수의 계보를 이었다.

2011시즌 이후 김상수는 통합우승 4연패를 포함해 삼성이 전성기를 구가하는 데 일익을 담당했다. 당시 삼성의 내야 구상에서 유격수 김상수는 이견의 여지가 없는 '상수'였다. 하지만 지난 2019시즌, 삼성 벤치는 유격수와 2루수 쪽에서 변화를 택했다.

부동의 유격수였던 김상수가 FA 잔류 후 2루수로 옮긴 것이다. 삼성 내야의 터줏대감과도 같던 김상수를 2루로 밀어내고 유격수 자리를 꿰찬 것은 김상수의 동기생이자 해외파 신인 이학주였다.

그만큼 신인 이학주에 대한 삼성의 기대치가 높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KBO리그 데뷔전부터 이학주는 야구 팬들에게 이미 알려진 선수였다. 마이너리그 당시 수비만큼은 메이저리그급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유격수 유망주로 꼽혔다.

그러기에 삼성은 김상수가 아닌 이학주를 새로운 유격수로 하는 내야 플랜을 짤 수 있었다. 메이저리그급 유격수 수비를 보여준다는 이학주가 기대치대로 뛰어준다면 2루로 전향하며 수비 부담을 던 김상수와 함께 최고의 내야를 구성할 수 있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실전 공백이 있었던 이학주는 평범한 타구에도 실책을 저지르며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5월 초반까지 10개의 실책을 범하며 리그 전체 야수 중 가장 많은 실책을 기록했다. 내야의 중심인 이학주가 흔들리자 삼성은 수비 전체가 흔들리며 하위권으로 쳐지고 말았다.

아무래도 부족한 경기감각이 원인이었다. 해외파 입단 규정에 따라, 이학주는 지명 이전까지 무적 상태로 2년 이상을 쉰 선수다. 타격도 마찬가지지만 유격수 수비는 특히 실전 감각을 유지하는 게 무엇보다 더 중요하다.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독립리그에서 경기를 소화했다고는 하지만 한창 좋았던 모습을 바로 회복하긴 어려웠다.

실제로 이학주는 경기를 소화하면 할수록 수비 감각을 되찾고 나아지는 모습을 보였다. 30개 이상의 실책을 범할 페이스였던 이학주는 이후 19실책으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안정감을 되찾으며 장기인 화려한 수비를 선보이며 내야를 지켰다. 2루로 옮긴 김상수 역시 이학주가 유격수를 맡아준 탓에 체력적으로 여유 있는 2루수 포지션에서 공수 반등에 성공했다.

▲ 삼성 이학주의 2019시즌 주요 기록
 
 삼성 이학주의 2019시즌 주요 기록(출처: 야구기록실 KBReport.com)

삼성 이학주의 2019시즌 주요 기록(출처: 야구기록실 KBReport.com) ⓒ 케이비리포트

 
시즌 초반 부진으로 평가절하되기도 했지만 이학주의 유격수 수비는 높게 평가해줄 여지가 충분하다. 국내 유격수들과 비교해 수비 테크닉이 남다르다. 포구 이후 공을 빼는 동작이 매우 빠르고, 송구로 연결 시에도 잔스텝 없이 노스텝 혹은 최소한의 스텝만을 밟는다. 군더더기 없는 이런 플레이는 상대 주자를 아웃시킬 확률을 그만큼 높일 수 있다.

남들이 어려운 수학 문제를 끙끙거리며 겨우 풀어낼 때, 문제를 보자마자 술술 풀어가는 학생처럼 이학주는 수준 높은 수비를 보여준다. 이학주의 수비 재능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수준이다.

더 기대되는 점은 이학주가 향후 더 뛰어난 기량을 발휘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이학주는 경기를 소화할수록 수비가 더 나아지는 모습을 보였다. 경기감각을 완벽하게 되찾고 동계훈련을 소화한 2020시즌에는 리그 최고의 유격수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충분하다.

타격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해 이학주는 타율 0.262 7홈런으로 OPS 0.701로 평범한 성적에 그쳤다. 유격수라는 점을 감안하면 평균 이상의 타격이지만, 이학주의 체격 조건과 마이너리그 경력을 생각하면 아쉬운 것이 사실이다.

몸 상태가 완벽하게 만들어진 2020시즌에는 2019시즌 이상의 타격도 기대해볼만 하다. 유격수와 같이 수비가 중요한 포지션에서는 수비가 안정감을 찾을 경우 방망이 역시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경우가 많다. 특히, 분위기를 많이 타는 이학주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공수에서 발전이 기대되는 삼성 이학주

공수에서 발전이 기대되는 삼성 이학주 ⓒ 삼성 라이온즈

 
이학주는 2019 신인 드래프트 전체 2순위로 삼성 유니폼을 입게 됐다. KT가 1순위로 이대은을 지명하자 삼성은 일절 고민없이 이학주를 지명했다. 그만큼 이학주에 대한 기대치가 컸다는 이야기다.

2019년 KBO리그에 데뷔한 이학주는 주전 유격수 자리를 바로 꿰차고 올스타전에도 출전하는 등 어느 정도 기대치를 충족시켰다. 하지만 삼성이 내심 기대했던 리그 최고 유격수 이학주의 모습은 아직 보이지 못했다. 풀타임 2년차를 맞는 이학주는 삼성의 기대치를 완전하게 충족시킬 수 있을까? 2020시즌 이학주가 자신의 공수 재능을 완벽히 만개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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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참조: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KBO기록실, STAT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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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글: 이용선 /감수: 김정학 기자) 기사 문의 및 스포츠 필진·웹툰작가 지원하기[ kbr@kbreport.com ]
프로야구 KBO 삼성라이온즈 이학주 허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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