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나 영화, 예능을 보다가 문득 이런 말을 내뱉게 됩니다. "다시 태어나면 저 캐릭터(사람)처럼 살고 싶다." '2020은 이 사람처럼'에서는 닮고 싶은 영화와 드라마 속 캐릭터(사람)들을 살펴봅니다. [편집자말]
 영화 <에드 우드> 포스터

영화 <에드 우드> 포스터 ⓒ 터치스톤 픽쳐스


영화사상 가장 위대한 작품들은 무엇일까? 많은 평자가 <시민 케인>(1941), <현기증>(1958), <게임의 규칙>(1939), <대부>(1972), <동경 이야기>(1953),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1968), <전함 포템킨>(1925) 등을 꼽곤 한다. 이들은 영화사의 걸작들로 칭송을 받는다.

반대로 영화사상 가장 못 만든 영화들도 존재한다. 2010년 영국의 영화잡지 <엠파이어>는 독자들의 투표를 통해 최악의 영화 50편을 선정한 바 있다. 여기엔 <슈퍼맨4-최강의 적>(1987), <더 룸>(2003), <배트맨4-배트맨과 로빈>(1997), <하워드 덕>(1986), <배틀 필드>(2000), <하우스 오브 더 데드>(2003) 등 쟁쟁한 졸작들이 이름을 올렸다.

졸작들의 목록 중에 오래된 영화 한 편이 눈에 띈다. 바로 <외계로부터의 9호 계획>(1958)이다. 이 영화는 1980년 뉴욕에서 열린 '최악의 영화제'에서 당당하게 '영화사상 가장 못 만든 영화'로 선정되는 영예를 누린 작품이다. 영화를 너무 못 만들어서 전설이 되어버린 격이다.
 
 영화 <에드 우드>의 한 장면

영화 <에드 우드>의 한 장면 ⓒ 터치스톤 픽쳐스


팀 버튼 감독이 연출한 <에드 우드>(1994)는 전설적인 졸작 <외계로부터의 9호 계획>을 만든 에드워드 D. 우드 주니어를 주인공으로 삼은 전기 영화다. 당시 팀 버튼 감독은 공포물의 애정과 기괴한 상상력을 재료로 삼아 <피위의 대모험>(1985), <비틀쥬스>(1988), <배트맨>(1989), <가위손>(1990), <배트맨 리턴즈>(1991)를 잇따라 선보이며 관객의 사랑을 받고 있었다.

팀 버튼 감독의 첫 번째 전기 영화이자 현실에서 소재를 얻은 <에드 우드>는 전설적인 졸작으로 많은 컬트팬의 지지를 받던 에드 우드 감독을 향한 애정이 듬뿍 묻어난다. 영화는 재미도 있거니와 작품성도 뛰어나다. 몇 해 전, 미국 대중문화 잡지 <버라이어티>는 팀 버튼의 연출작들 가운데 <에드 우드>를 1위로 선정하며 "팀 버튼의 가장 개인적인 진술이자 영화 만들기의 원초적인 이야기"라고 평가했다.

<에드 우드>는 연극 연출을 하던 에드 우드(조니 뎁 분)가 우연한 기회에 드라큘라 역으로 유명한 스타 벨라 루고시(마틴 랜도 분)을 만나 영화 제작의 기회를 얻게 되어 <글렌 혹은 글렌다>(1953), <괴물의 신부>(1955), <외계로부터의 9호 계획>을 만드는 과정을 다룬다. 그런데 영화가 묘사한 에드 우드의 제작 방식이 실로 놀랍다. 에드 우드가 영화를 만든 속도는 엄청나게 빨랐다.

에드 우드는 저예산에 맞추어 3일 만에 각본을 완성하고 7일 동안 모든 촬영을 마친다. 영화를 빨리 찍어야 하는 상황이기에 배우의 실수로 세트가 흔들거리거나 영화 속 시간의 경과가 맞지 않는단 지적을 받아도 개의치 않는다. 조악한 특수효과도 신경 쓰지 않는다. 주어진 제작 여건 속에서 최선을 다해 영화를 완성할 따름이다.
 
 영화 <에드 우드>의 한 장면

영화 <에드 우드>의 한 장면 ⓒ 터치스톤 픽쳐스


<에드 우드>엔 인상적인 대목이 두 차례 나온다. 첫 번째는 에드 우드가 오손 웰즈를 만나는 장면이다. 제작자의 시나리오 수정과 캐스팅 간섭에 시달리던 에드 우드는 화가 나서 술집으로 향했다가 그곳에서 우연히 <시민 케인>을 만든 오손 웰즈와 마주친다. 이것은 명백한 허구다. 실제로 에드 우드와 오손 웰즈는 만난 적이 없다.

팀 버튼 감독이 이 장면을 왜 넣었을까? 제작 규모와 상관없이 창작자가 겪는 고민은 본질적으로 같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사람의 삶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부, 명예, 지위는 다를지언정 살아가면서 겪는 고민은 별반 다르지 않다. 오손 웰즈는 자신과 똑같은 고민을 하는 에드 우드에게 "소신은 싸울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왜 남의 꿈을 만드는 데 인생을 낭비합니까?"라고 조언한다. 누구나 각자의 위치에서 전투를 치르고 있으니 두려워하지 말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맞서라는 의미다.

두 번째 인상적인 순간은 에드 우드가 별다른 시나리오 없이 벨라 루고시를 카메라로 찍어주는 대목이다. 영화에서 에드 우드와 벨라 루고시의 처지는 사뭇 다르다. 벨라 루고시는 왕년의 스타였지만, 이젠 아무도 찾아주지 않는 처지로 전락했다. 에드 우드는 유명 감독이 되고 싶으나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는 상황이다.

두 사람은 우정을 나누며 서로를 돕는다. 벨라 루고시는 에드 우드가 영화를 찍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준다. 에드 우드는 벨라 루고시가 삶의 아름다움을 다시 느낄 수 있게끔 한다. 둘이 찍은 촬영 분량을 <외계로부터의 9호 계획>의 도입부로 사용한 에드 우드는 시사회로 영화를 지켜보며 "이 작품으로 난 길이길이 기억될 거야"라고 내뱉는다. 에드 우드의 말처럼 영화 <외계로부터의 9호 계획>, 에드 우드, 벨라 루고시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 영원히 남았다.
 
 영화 <에드 우드>의 한 장면

영화 <에드 우드>의 한 장면 ⓒ 터치스톤 픽쳐스


에드 우드는 졸작을 만든 감독에 불과하지 않느냐고 반문하는 분이 있을지도 모른다. 중요한 건 에드 우드는 꿈을 꾸었고 최선을 다하여 그만의 영화를 만들었다는 점이다. 비록 걸작은 아닐지라도 말이다. 

에드 우드의 꿈을 비웃었던 사람들이 어떤 이들인지 기억하는가? 아무도 기억하질 않는다. 반면에 에드 우드와 그의 영화는 살아 있다. 오늘날 팬들은 에드 우드의 재능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다. 그의 열정을 높이 사고 있다. 오손 웰즈가 위대한 승자라면 에드 우드는 뜨거운 패자다.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싶은 걸까?"란 의문이 든다면 <에드 우드>는 좋은 길잡이가 될 영화다. 영화는 이야기한다. 누군가의 삶이 아닌, 나의 삶을 살라고. 모든 꿈은 존중받을 가치가 있으니 당신의 꿈을 절대 잃지 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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