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2020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올스타전이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19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올스타전은 전 좌석이 매진됐고 입석까지 다 팔리며 총 9704명의 관중이 경기장을 찾은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창원에서 열린 올스타전이 5215명으로 역대 최저 관중을 동원하는 데 그친 것과 비교할 때 무려 두 배 가까이 급상승한 수치다. 올 시즌 프로농구 정규 리그 경기를 합쳐도 최다 관중이자, 삼산월드체육관의 역대 홈 최다 관중 기록이기도 했다. 최근 달라진 프로농구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는 장면이다.

콘텐츠도 상당히 볼 만했다. 올스타전에 참여한 선수들은 화려한 쇼맨십과 적극적인 팬서비스를 선보였다. 경기 전부터 팬들의 사인과 사진 요청에 즐겁게 응하는가 하면 분장쇼와 코스프레, 발연기가 돋보인 상황극까지 선보이며 팬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했다.

압권은 단연 김종규(원주 DB)의 '자학 개그'였다. 올스타 선수들의 첫 등장 세리머니에서 김종규는 만화 캐릭터인 피카츄 옷을 입고 코트에 들어서며 팬들을 포복절도하게 했다. 피카츄는 전기를 일으키는 능력을 지닌 귀여운 캐릭터로 유명한데, 바로 올 시즌 논란을 일으켰던 김종규 본인의 '페이크 파울'을 패러디한 분장이었다.
 
 피카츄 의상 입고 온 김종규 선수

피카츄 의상 입고 온 김종규 선수 ⓒ KBL

 
김종규는 지난해 10월 31일 창원 LG와의 경기에서 정희재와 부딪히며 할리우드 액션을 취해 비판 받았다. 당시 KBL은 사후 판독을 통해 김종규가 '페이크 파울'을 얻은 것이라고 인정했다. 농구 팬들 사이에서는 마치 전기에 감전되어 허우적거리는 것 같다는 의미로 '감전규'라는 조롱섞인 별명까지 얻었다. 부끄러운 일일 수 있는 부분을 그는 오히려 웃음의 소재로 활용했다.

친형제가 나란히 올스타전에 출전한 허웅(원주 DB)과 허훈(부산 KT)의 형제 대결도 돋보였다. 최근에는 '예능 대통령'으로 활약 중인 허재의 친아들이기도 한 두 선수는 상대팀으로 만나 1대 1 승부를 펼치는가 하면, 경기 내내 귀여운 신경전을 주고 받았다. 허훈이 허웅의 슛을 막다가 반칙 휘슬이 불리자 아버지 허재의 대표적인 유행어로 꼽히는 "이게 불낙(블락)이야?"를 선보이기도 했다. 허훈은 2쿼터에는 김시래와 함께 심판으로 나서서 편파판정으로 웃음을 자아내는 등 경기 내내 가장 적극적으로 분위기를 띄웠다.

허웅 vs. 허훈이 상황극에 가까웠다면 정말 실전을 방불케하는 대결을 펼친 선수들도 있었다. 바로 프로농구 최고의 앙숙으로 꼽히는 이정현(전주 KCC)과 이관희(서울 삼성)였다. 두 선수는 올스타전에서도 상대팀으로 매치업을 이루며 양보없는 대결을 펼쳤다. 이관희가 이정현을 적극적으로 마크하면서 올스타전에서 보기 드문 U파울이 나오는가 하면, 이정현은 일부러 큰 동작으로 파울을 유도해 본인을 셀프 패러디하기도 했다.

올스타 참가 선수 중 최고참인 전태풍(서울 SK)은 오토바이를 타고 등장하는 기행을 선보였다. 24명의 선수중 가장 마지막으로 입장한 전태풍은 지난해 프레디 머큐리 분장에 이어 올해는 자신의 오토바이를 직접 몰고 코트를 한바퀴 도는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명불허전 프로농구 '쇼맨십 장인'다운 피날레를 장식했다.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예고한 전태풍으로서는 생애 마지막 올스타 무대이기에 더욱 그 의미가 각별했다.

덩크 콘테스트에서도 선수들의 다양한 아이디어와 연출이 돋보였다. 특히 김진용(전주 KCC)은 영화 <조커>를 재현한 분장을 하고 나와 화제를 모았다. 김진용은 비록 결선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영화 속 장면을 패러디하고 덩크슛을 성공시킨 후 영화 대사도 선보이는 등 꽤 완성도 높은 퍼포먼스로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오히려 영화적 연출이나 퍼포먼스의 의미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했던 심사위원들의 박한 평가가 아쉬웠던 대목이다. 덩크만 놓고보면 올해도 김현민(부산 kt)이 성인 남자 3명을 한꺼번에 뛰어넘거나 눈을 가린 채로 슛을 성공하는 등 묘기에 가까운 덩크쇼를 연이어 선보이며 국내 선수 1위를 차지했다.

팬 투표 1위와 2위로 뽑힌 허훈과 김시래를 중심으로 팀을 짠 이번 올스타전은 허훈 팀이 김시래 팀을 123-110으로 이겼다. 올스타전 최우수선수(MVP)는 허훈 팀의 김종규(DB)에게 돌아갔다.

선수들은 웃고 즐길 때는 거침없이 망가지다가도 농구로 보여줘야할 순간에는 진지하게 임하는 모습을 보이며 끝까지 팬들이 지루하지 않게 집중력을 유지했다. 설렁설렁 뛰다가 3점슛만 난사하는 식의 무성의한 플레이는 크게 줄어 들었다. 심지어 경기후에도 최준용(서울 SK)이나 라건아(전주 KCC)등 많은 선수들이 땀에 흠뻑 젖은 모습으로 사인을 해주거나 유니폼을 선물하는 등, 선수들이 마지막 한 명의 팬들에게도 최선을 다한 팬서비스를 선보이려고 노력하는 장면은 프로 선수다운 귀감이 될만했다.

프로농구는 최근 몇 년간 극심한 침체기를 거쳤다. 올스타전도 몇 년간 잇달아 최저관중 기록을 경신하는 등 팬들의 외면을 받았다. 성적지상주의와 매너리즘에 빠져 팬들의 요구를 외면한 농구계가 자초한 결과였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최근들어 농구계가 위기의식을 느끼면서 조금씩 변화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올 시즌 프로농구의 흥행 몰이는 다양해진 KBL과 각 구단의 기획력, 선수들의 열정과 쇼맨십이 어우러지며 팬 친화적=으로 거듭나겠다는 프로농구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는 데 희망이 있다. 팬들에게 진심으로 다가가겠다는 '성의'를 보인다면 팬들도 기꺼이 응답한다.

물론 올 시즌을 치르면서도 팬서비스나 페어플레이 문제 등을 둘러싸고 여전히 구설수가 나오는 등 아쉬웠던 순간들도 없지는 않았다. 많은 농구인들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몇몇 소수의 부적절한 언행과 태만한 프로의식이 공들여 정화 중이던 프로농구 전체의 물을 다시 흐릴 수도 있다. 올스타전은 1년에 한 번뿐인 이벤트지만, 모든 농구 관계자들은 평소에도 항상 이런 올스타전같은 마음가짐으로 팬들에게 다가가겠다는 초심을 잃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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