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경 이동경이 요르단과의 8강전에서 극적인 프리킥 결승골을 넣은 뒤 환호하고 있다.

▲ 이동경 이동경이 요르단과의 8강전에서 극적인 프리킥 결승골을 넣은 뒤 환호하고 있다. ⓒ 대한축구협회


김학범호가 중동의 모래 바람을 제거하고, 2020 도쿄 올림픽 아시아예선 4강에 올랐다. 이날 김 감독은 과감한 로테이션 시스템과 용병술, 완벽하게 짜여진 세트피스까지, 전술 측면에서 무엇 하나 흠 잡을 데가 없었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한국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은 19일 오후 7시 15분 태국 빠툼타니의 탐마삿 스타디움에서 열린 요르단과의 2020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8강전에서 2-1로 승리했다.

이로써 대회 개막 후 4연승을 내달린 한국은 4강에서 난적 호주와 결승 티켓을 놓고 다투게 됐다.

세트 피스 전술로 엮어낸 선제골

이날 김학범 감독은 4-2-3-1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조규성이 원톱에 포진했고, 김대원-김진규-이동준이 2선에서 받쳤다. 더블 볼란치는 맹성웅-원두재, 포백은 김진야-이상민-정태욱-이유현으로 구성됐고, 골문은 송범근이 지켰다. 우즈베키스탄과의 조별리그 3차전과 비교해 라인업이 무려 8명나 바뀌었다. 

요르단은 3-4-3으로 나섰다. 오마르 하니-음완-아부리지크가 스리톱을 구성했고, 허리는 아티에-알 라와브데-하이칼-알 바리, 스리백은 아피네-알 후라니-아로산, 골키퍼 장갑은 알파코리가 꼈다.

두 팀은 각각 한 차례씩 슈팅을 주고받았다. 전반 2분 김대원이 압박으로 공을 탈취한 뒤 역습을 시도했고, 김대원의 침투 패스를 받은 조규성이 반 박자 빠른 왼발슛을 날렸지만 골키퍼가 잡아냈다. 전반 9분에는 페널티 아크에서 오마르 하니의 오른발 슈팅이 송범근 골키퍼 품에 안겼다.

한국의 경기력은 매우 안정적이었다. 볼 점유율을 높이면서 흐름을 주도한 한국은 전반 16분 약속된 세트 피스를 통해 선제골을 엮어냈다. 김진규가 직접 프리킥을 처리할 것이라는 요르단 수비의 예상을 깨고, 근거리에 있는 김대원에게 패스했다. 김대원은 파 포스트 지역을 겨냥해 논스톱 크로스를 올렸고, 장신 수비수 정태욱이 문전에 헤더 패스를 투입했다. 이동준이 골키퍼와 경합하는 과정에서 공이 높이 떠오르자 조규성이 높은 타점을 이용한 헤더슛으로 마무리지었다.
 
한국 U-23 대표팀 한국이 요르단과의 8강전에서 전반 16분 완벽에 가까운 세트 피스 전술로 선제골을 넣은 뒤 기쁨을 나누고 있다.

▲ 한국 U-23 대표팀 한국이 요르단과의 8강전에서 전반 16분 완벽에 가까운 세트 피스 전술로 선제골을 넣은 뒤 기쁨을 나누고 있다. ⓒ 대한축구협회

 
왼쪽 지배한 김대원-김진야 콤비

전반에 나타난 한국의 공격 방향은 대부분 왼쪽에서 이뤄졌다. 특히 2선 윙어 김대원, 왼쪽 풀백 김진야의 유기적인 콤비네이션 플레이가 자주 나타났다. 김대원은 왼쪽 측면과 하프 스페이스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사실상 공격의 중심으로 활약했다. 김대원이 중앙으로 좁혀 들어올 때 생겨난 공간을 왼쪽 풀백 김진야가 효과적으로 메웠다. 

전반 19분 김진야가 왼쪽에서 접어 놓은 뒤 중앙으로 빠르게 패스를 배달했고, 김대원이 페널티 아크에서 대포알 중거리 슈팅을 시도했지만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전반 34분 왼쪽을 파고들던 김대원의 감각적인 오른발 얼리 크로스를 쇄도하던 조규성이 발을 뻗으며 슈팅으로 연결했으나 아쉽게 골키퍼 정면으로 향했다.

전반 38분 김대원의 침투 패스를 받은 김진야가 오버래핑에 이은 크로스를 올렸지만 이동준의 슈팅 강도는 다소 약했다.

한국은 전반 39분 추가골을 넣을 결정적인 기회를 날렸다. 이동준의 패스로 조규성이 골키퍼와 일대일로 맞섰지만 회심의 왼발슛이 골문을 넘어가며 아쉬움을 남겼다.

한 골 뒤진 요르단은 여전히 라인을 내리며 역습에 치중했다. 급할 게 없는 한국으로선 후방에서 3선 미드필더 원두재, 맹성웅을 거쳐가는 빌드업으로 공격을 전개했다. 특히 선수 개개인 모두 간결한 볼 처리를 통해 공격의 속도를 높였다. 또, 2선 좌우 윙어가 중앙으로 밀집함에 따라 공격 숫자를 늘리며 상대 진영에서 점유율을 높일 수 있었다.
 
김학범 감독 이번 2020 AFC U-23 챔피언십에서 보여주고 있는 김학범 감독의 로테이션 시스템과 용병술은 큰 호평을 받고 있다.

▲ 김학범 감독 이번 2020 AFC U-23 챔피언십에서 보여주고 있는 김학범 감독의 로테이션 시스템과 용병술은 큰 호평을 받고 있다. ⓒ 대한축구협회

 
김학범의 공격적인 승부수, 기대에 부응한 이동경

김학범 감독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맹성웅 대신 이동경을 투입했다. 김진규를 3선으로 내리고, 이동경을 2선 공격형 미드필더에 배치했다. 한 골 차 리드에도 불구하고 공격적인 교체를 단행한 것이다.

한국은 줄곧 골운이 따르지 않았다. 후반 6분 김진규가 감아찬 프리킥 슈팅이 골대를 맞고 튕겨나왔다. 교체 투입된 이동경은 후반 11분 공간이 열리자 자신감 있는 왼발슛으로 예열했다.

이후 잠시나마 요르단의 점유율이 증가했다. 한국은 별다른 위기 없이 요르단 공격을 차단했다. 한국은 다시 공격으로 전환했다. 후반 23분 수비수 한 명을 따돌린 김진야의 오른발 슈팅은 골키퍼 손에 스치고 골대를 맞았다.

김학범 감독은 후반 26분 이동준을 빼고 오세훈을 넣었다. 원톱 조규성을 2선의 오른쪽, 오세훈을 최전방에 포진시켰다. 지키기보단 추가골을 넣으려는 의지를 드러냈다.

불안한 한 골 차를 유지하던 한국은 요르단에 불의의 일격을 허용했다. 후반 30분 알 나이마트가 오른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김학범 감독은 후반 39분 김진규 대신 정승원을 투입해 세 번째 교체 카드를 소진했다. 후반 40분 페널티 박스 안에서 조규성의 오른발 슈팅은 골키퍼가 선방했다. 후반 44분 김대원의 중거리 슈팅은 골키퍼 손에 스쳐 흘러나갔다.

자칫 연장전으로 돌입할 뻔한 승부는 후반 50분에서야 갈렸다. 또 다시 세트피스였다. 이동경이 페널티 박스 아크 오른편에서 직접 파울을 얻어냈고, 환상적인 왼발 프리킥 슛을 성공시키며 승부의 마침표를 찍었다.

'누가 뛰어도 강하다'…또 다시 적중한 김학범의 과감한 로테이션

이번 대회를 앞두고 한국 대표팀은 유럽파 백승호(다름슈타트)와 이강인(발렌시아)의 차출이 불발되면서 난항을 겪었고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성적을 볼 때, 당시 걱정은 기우였다. 현재 대표팀엔 특출난 스타 플레이어는 없지만 김학범 감독은 골키퍼 2명을 제외한 21명에게 출전 시간을 분배하는 등 매 경기 로테이션 시스템을 가동하며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3-4일 간격으로 열리는 대회 일정에 맞춰 베스트 11을 고집하기보단 스쿼드를 이원화로 운영한 김학범 감독의 선택은 옳았다. 현재 대표팀은 주전과 비주전의 기량차이가 적을만큼 선수층이 두텁고, 선택지가 다양하다. 이는 김학범 감독이 원하는 대로 상대팀 맞춤 전략을 펼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또 각 포지션별로 만들어진 경쟁 구도는 선수들의 동기 부여를 높였다.

첫 경기 중국전에서는 조커로 투입한 김진규, 이동준이 후반 종료 직전 극적인 결승골을 합작했다. 경기력이 서서히 올라온 것은 이란과의 2차전부터였다. 이 경기에서는 원두재-맹성웅 콤비가 이란의 피지컬에 대응해 중원을 장악하는 등 김학범 감독이 고민하던 3선 조합의 퍼즐조각을 맞췄다. 수비형 미드필더 원두재는 1차전에 결장했지만 이란, 우즈베키스탄, 요르단전까지 모두 선발 출장하며 김학범 감독의 신뢰를 받았다.

최전방 원톱 경쟁을 벌이는 조규성과 오세훈도 김학범 감독을 행복한 고민에 빠뜨린다. 조규성은 이란, 요르단전에서 각각 1골씩 넣었고, 오세훈은 우즈베키스탄전 멀티골로 승리를 이끌었다.

김학범 감독은 요르단전을 앞두고 만약을 대비해 승부차기 훈련을 하는 치멸함을 보였고, 세트피스에도 각별히 신경썼다. 훈련의 결실은 세트피스로 나타났다. 승리를 결정지은 2골이 모두 세트피스에서 비롯됐다. 이 중 선제골은 철저하게 약속된 세트피스에 의한 득점이었다. 김진규, 김대원, 정태욱, 이동준, 조규성 등 무려 5명이 관여했다.

아울러 김 감독의 상대 허를 찌르는 용병술 또한 빛났다. 수비에 치중할 것이란 예상을 깨고 세 장의 교체 카드를 모두 공격 성향의 선수를 투입한 것이다. 이동경은 공격의 창의성을 높이며 후반 들어 지친 공격진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그리고 프리킥 결승골로 기대에 부응했다.

한편 4강에 오른 한국은 오는 22일 호주와 4강전을 치른다. 도쿄 올림픽 개최국 일본이 조별리그에서 탈락함에 따라 이번 대회에서 3위 이내에 들어야만 2020년 도쿄 올림픽 본선 티켓을 가져간다. 호주를 물리치면 9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을 확정짓는다. 김학범 매직이 호주전까지 이어질지 주목된다. 

2020 AFC U-23 챔피언십 8강전 (2020년 1월 19일, 태국 빠툼타니 탐마삿 스타디움)
한국 2-1 요르단
득점 : 16분 조규성, 75분 알 나이마트, 95분 이동경

선수 명단
한국 4-2-3-1 : 송범근/ 이유현, 정태욱, 이상민, 김진야/ 원두재, 맹성웅 (46'이동경)/ 이동준 (71'오세훈), 김진규 (84'정승원), 김대원/ 조규성

요르단 3-4-3/ 알파코리/ 아로산, 알 후라니, 아피네/ 알 바리, 하이칼 (87'사미), 알 라와브데, 아티에/ 아부리지크 (65'알 나이마트), 음완 (46'이합), 오마르 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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