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후(현지시간) 태국 송클라 틴술라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한국과 이란의 조별리그 2차전에서 조규성이 골을 넣은 뒤 김학범 감독의 축하를 받고 있다. 2020.1.12

12일 오후(현지시간) 태국 송클라 틴술라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한국과 이란의 조별리그 2차전에서 조규성이 골을 넣은 뒤 김학범 감독의 축하를 받고 있다. 2020.1.12 ⓒ 연합뉴스


 
도쿄올림픽을 향한 김학범호의 진짜 도전이 시작됐다.

9회 연속 올림픽 본선진출을 노리는 대한민국 U-23 대표팀은 19일(한국시간) 태국 랑싯의 탐마삿 스타디움에서 중동의 복병 요르단과 2020년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8강전을 치른다. 이제부터 단 한 경기만 실패해도 그동안의 공든 탑이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될 수 있는 외나무다리 승부다.

김학범호는 조별리그를 3연승으로  통과하며 예상보다 여유롭게 승승장구했다. 중국, 이란, 우즈베키스탄 등 만만치 않은 팀들을 상대로 전승을 거두며 우승후보 0순위다운 저력을 과시했다. 하지만 단판 승부인 토너먼트는 또 다른 무대다. 요르단과의 8강전은 어쩌면 김학범호 출범 이후 가장 중요한 경기라도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학범호의 1차 목표는 당연히 2020년 도쿄 올림픽 본선 티켓이다. 개최국으로 자동 출전권을 거머쥔 일본을 제외하고 이번 대회에는 3장의 본선티켓이 걸려있다. 그런데 일본이 예상을 깨고 조별리그에서 일찍 탈락하며 한국은 자력으로 3위 이내에 올라야 올림픽 티켓을 획득하는 부담을 안게 되었다. 

한국은 일단 준결승까지는 올라야 최소 3-4위전을 치를 수 있다. 하지만 8강전에서 덜미를 잡히게 되면 만회의 여지도 없이 그대로 탈락이다. 조별리그 3연승도, 조 1위도 모두 헛수고가 되는 것이다. 무엇보다 올림픽 본선만을 바라보고 달려온 4년의 노력이 고작 1경기 결과만으로 물거품이 되어버린다면 너무나 허망한 일이 아닐수 없다. 올림픽 예선이 기존의 홈앤드 어웨이 제도에서 챔피언십이라는 토너먼트 방식으로 변경되면서 한국같은 전통의 강팀들이 가장 경계한 시나리오이기도 하다.

유독 중동팀에 약했던 동아시아 팀들

한국은 이번 대회 동아시아 축구의 마지막 자존심이다. 한국을 제외하고 이번 대회에서 동아시아를 대표하여 출전했던 북한, 중국, 일본은 모두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일본은 그나마 개최국 자격으로 이미 출전권을 확보한 상태지만 한국은 아직 티켓을 확정하지 못했기에 더욱 방심할 수 없다.

8강전 상대가 하필 중동팀이라는 것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이번 대회 동아시아는 유독 중동축구를 상대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동아시아 4개국이 이번 대회에서 중동팀과의 맞대결 상대전적은 1승 1무 5패에 불과하다. 유일한 1승이 바로 조별리그에서 대한민국이 이란에 거둔 승리였다.

8강 상대인 요르단은 전력상 중동팀 중에서는 그나마 덜 부담스러운 나라다. 이번 대회 참가국 중 유일하게 조별리그 전승을 기록한 한국에 비하여, 요르단은 1승2무 D조 2위로 8강에 턱걸이했다. 베트남(0-0 무), UAE(1-1 무)와는 비겼고 북한을 상대로 2-1로 승리했다. 조별리그 3경기에서 3골을 넣은 공격력은 측면을 통한 역습만 조심하면 크게 위협적이지는 않다.

한국축구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에서 40위로 97위의 요르단에 크게 앞서고 있다. 특히 23세 이하 대표팀간 맞대결에서는 3승3무로 단 한 번도 패하지 않았을만큼 확고한 우위를 자랑한다.

경기 외적인 환경도 한국에 유리하다. 김학범호는 유일하게 조별리그 전경기를 풀타임 소화한 송범근을 제외하고 필드플레이 전원을 고르게 기용하며 선수들의 체력을 안배하고도 전승을 거뒀다. 또한 16일에 조별리그 일정을 끝내고 이틀 만에 다시 경기에 나서는 요르단보다 하루를 더 쉬었다. 8강전이 열리는 탐마삿 스타디움은 한국이 조별리그 우즈벡전을 치러봤던 곳이라 이미 적응이 끝난 반면 요르단은 이 경기장이 처음이라는 것도 한국이 더 유리한 부분이다.

요르단에 일격을 당했던 아픈 기억

하지만 경계해야할 부분도 있다. 한국은 2014년 U23 챔피언십 초대 대회 3~4위전에서 바로 요르단에 승부차기 끝에 2-3 패배를 당한 적이 있다. 승부차기는 승리든 패배든 공식적으로는 무승부로 기록되지만 한국으로서는 유일하게 요르단에 일격을 당했던 아픈 기억이기도 하다.

축구 토너먼트 단판승부에서 강팀들이 약팀들에 의외로 고전하다가 덜미를 잡히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 요르단을 넘을 경우 한국과 4강에서 만나게 될 호주도 한 수아래로 꼽히던 시리아에 연장전까지 치르는 접전 끝에 1-0으로 겨우 신승한 바 있다. 한국이 초반에 리드를 잡지 못하거나 자칫 먼저 실점이라도 허용할 경우 중동 특유의 악명높은 '침대축구'가 발동할 가능성도 매우 높아진다. 만에 하나 연장전이나 승부차기까지 간다면 심리적으로 불리해지는 쪽은 한국이다.

요르단전이라는 고비를 넘으면 한국은 올림픽 본선의 9부능선에 근접했다고 할 수 있다. 준결승에서 만나게 될 호주가 한국보다 휴식일이 하루 더 길지만 연장승부까지 치른 만큼 체력적으로 더 여유롭다고 하기도 어려운데다, 이번 대회에서 보여준 전력이 딱히 신통치 않았다는 것도 김학범호가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대목이다. 물론 한국이 요르단전에서 덜미를 잡히거나 이겨도 연장전이나 승부차기까지 치르는 고전을 한다면 큰 의미가 없어진다. 승리를 확정짓기 전까지는 작은 방심이나 자만도 결코 용납할수 없는 것이 바로 토너먼트에 나서는 강팀들의 숙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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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요르단올림픽축구 김학범호 요르단상대전적 호주4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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