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방영된 MBC < 놀면 뭐하니 >의 한 장면

지난 18일 방영된 MBC < 놀면 뭐하니 >의 한 장면 ⓒ MBC

 
지난해말 매주 토요일 저녁 '신인가수 유산슬'의 좌충우돌 도전기로 웃음꽃을 피웠던 MBC <놀면 뭐하니?>가 이번엔 쿡방+토크 예능의 변주로 시청자들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했다.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타인(김태호PD)의 조종에 의해 모든 것을 실행해야 하던 유산슬과 마찬가지로 18일 방영분에서 유재석은 타의에 의해 라면집을 개업하고 손님을 맞아야만 했다.

지난해 11월 갑작스런 라면 끓이기를 시작으로 1월 MBC 구내식당에서 100인분 라면 조리에 나서던 일련의 과정은, 역시 김 PD의 큰 그림이었다. 심영순, 여경래 쉐프 등 한중일식 등을 아우르는 전문가들의 모니터링까지 동원하며 철저한 분석에 돌입한 제작진에 구상대로 유재석은 라면 요리를 동료+후배들에게 대접하며 다양한 이야기를 꾸려나간다.

기우에 불과했던 소재 고갈 걱정
 
 지난 18일 방영된 MBC < 놀면 뭐하니 >의 한 장면

지난 18일 방영된 MBC < 놀면 뭐하니 >의 한 장면 ⓒ MBC

 
수개월에 걸친 음악 도전기로 지난해 하반기 <놀면 뭐하니?>는 최근 몇 년 사이 뒷걸음질 치던 지상파 예능의 자존심을 지켜줬다. 특히 유재석의 두 번째 자아 유산슬을 앞세운 '뽕포유' 편은 뜨거운 인기 속에 데뷔 28년 만의 연예대상 신인상 수상이란 결과물도 만들어냈다.

하지만 유산슬이 큰 인기 속에 1집 활동을 마무리 지으면서, <놀면 뭐하니?> 다음 소재를 놓고 많은 이들이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뽕포유'의 반향이 워낙 컸기에 어지간한 내용으론 시청자들의 기대감을 채우는게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었다. 

그런데 새로 등장한 '인생라면'편은 또 다시 예상을 넘어선 재미를 방송 내내 선사하며 2020년에도 <놀면 뭐하니?>를 활약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유산슬 라면'을 중심으로 다양한 라면 요리을 마치 밑반찬 처럼 깔아놓고 김구라, 박명수, 장도연, 양세찬, 조세호 등 깜짝 초대손님과의 대화를 '주 요리'로 만든 '인생라면'은 기존 쿡방+토크쇼 예능을 <놀면 뭐하니?>만의 솜씨로 재해석했다.  

전문 셰프로부터 특강까지 받았지만 결국 조리법이 적힌 공책을 수시로 봐야할 만큼 유재석은 연신 허술함을 드러내며 방송 초반부터 하나 둘씩 웃음을 쌓기 시작했다. 까탈스런 후배 양세찬의 요구 사항을 들을 땐 울컥하며 분노를 쏟아내기도 했지만, 그만큼 시청자들의 즐거움 역시 커졌다. 허둥지둥 실수를 연발하는 유재석을 중심으로 예능인들의 쉴 틈 없는 입담이 어우러지며 이날 <놀면 뭐하니?>는 웬만한 토크쇼 예능을 뛰어넘는 색다른 재미를 만들어냈다. 

박명수의 무근본 개그 vs. 김구라의 "아냐 아냐"로 웃음 채운 후반부
 
 지난 18일 방영된 MBC < 놀면 뭐하니 >의 한 장면

지난 18일 방영된 MBC < 놀면 뭐하니 >의 한 장면 ⓒ MBC

 
이날 <놀면 뭐하니?>에서 가장 큰 흥미를 이끌어낸 대목은 <무한도전>의 오랜 동료 박명수와 연예대상의 남자' 김구라가 펼치는 브레이크 없는 입담 대결이었다. 

유재석과는 막역한 사이지만 <무도> 폐지와 <해피투게더> 하차 등으로 인해 잠시 멀어진 박명수는 밑도 끝도 없는 '무근본 호통 개그'를 선보이며 과거 별명 거성에 걸맞은 면모를 보여줬다. 현재 자신의 상황을 수출길이 막힌 일본 불화수소에 비유하는가 하면 김구라의 신규 프로그램 시청률을 놓고 옥신각신하는 등 박명수는 모처럼 그를 그리워하던 시청자들에게 쉴 틈 없는 웃음 폭탄을 선사했다. 

지난해말 SBS와 MBC 연예대상 현장에서 시상식에 대한 소신 발언으로 화제를 모았던 김구라 역시 만만찮은 입담으로 즐거움을 배가시켰다. "아냐 아냐"를 연신 내뱉으며 라면은 싫어하지만 생라면 먹는 건 좋아하는 앞뒤 다른 행동으로 방송에 임한 그는 박명수와 연신 티격태격하면서 프로그램의 분위기를 주도했다.   

김구라가 계속 말하는 "아냐"에 일일히 숫자까지 매긴 제작진의 절묘한 편집까지 맞물리면서 관록의 두 예능인의 토크 대결은 시청자들에게 큰 재미를 선사했다. 두 사람의 맹활약 속에 <놀면 뭐하니?> '인생라면'편은 최근 이렇다할 재미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정체중인 기존 토크쇼 예능의 한계를 가볍게 뛰어 넘었다.

"진짜 버티느라 고생들 했다"... 유재석의 진심 어린 격려
 
 지난 18일 방영된 MBC < 놀면 뭐하니 >의 한 장면

지난 18일 방영된 MBC < 놀면 뭐하니 >의 한 장면 ⓒ MBC

 
쉴 새 없이 개그를 쏟아내는 초대 손님에게 많은 분량을 할애하다보니 이날 유재석의 비중은 이전 방영분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지 않았다. 그럼에도 후배들과 즐거운 대화 속에 등장한 그의 말 한마디는 웃음 못지않은 진한 울림을 선사했다. 

"진짜 버티느라 고생들 했다!"

지난해 다양한 활약 속에 각 방송사 시상식의 주인공이 된 조세호, 장도연, 양세찬에게 유재석이 던진 짧은 이 한 마디는 그 어떤 미사여구보다 값진 격려였다. 15~20년 가까이 우여곡절 속에 개그맨 생활을 이어온 후배들이 유재석의 입장에선 무척 자랑스럽고 대견했던 모양이다. 그 역시 오랜기간 무명의 설움을 겪은 뒤 지금의 자리에 오른 만큼, 그 누구보다도 후배들의 고충을 잘 아는 사람 아니던가.

비록 강제로 떠맡은 식당 주인 역할이었지만 이를 통해 유재석은 손님들이 편안한 분위기 속에 자신들의 이야기를 마음껏 드러낼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주며 최고 예능인다운 모습을 보였다.  

이를 통해 '인생라면'이라 이름 붙은 식당명+방송은 제목에 걸맞은 알찬 내용으로 웃음, 감동 등 다채로운 맛을 안방까지 전달해줬다. 그리고 이날 유재석이 정성 담아 끓여낸 한 그릇의 라면은 손님과 시청자들의 마음 속까지 따뜻함으로 채워줬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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