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나 영화, 예능을 보다가 문득 이런 말을 내뱉게 됩니다. "다시 태어나면 저 캐릭터(사람)처럼 살고 싶다." '2020은 이 사람처럼'에서는 닮고 싶은 영화와 드라마 속 캐릭터들을 살펴봅니다. [편집자말]
2020년 새해가 밝았다. 누구나 지나간 해의 나 자신을 돌아보며 새해에는 좀 더 다른 사람이 되겠다는 포부를 가진다. 자신이 평생 가진 꿈을 이루거나, 여행을 떠나거나, 사람들과의 관계에 신경 쓰는 한 해를 만드는 등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방향은 다르다. 신정부터 구정까지 우리는 다른 사람들에게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인사를 건넨다. 거의 한 달 가까이 되는 그 시간 동안 우리는 상대방과 인사하며 올해에 대한 긍정적인 느낌을 공유한다. 그리고 자신이 어떤 방식으로 살고 싶은지 곰곰이 생각한다. 

설 연휴는 그런 생각들을 정리해 나가는 시기다. 누군가는 현실 속의 성공한 사람들처럼 살고 싶다며 그 삶을 꿈꾸고, 어떤 사람들은 영화나 드라마 속의 캐릭터와 같은 삶을 꿈꾸기도 한다. 우리는 이미 수없이 많은 현실의 사람들과 이야기 속 캐릭터들의 삶을 보며 살아왔다. 그 안에는 분명 각자가 가고자 하는 성향과 방향이 담겨있는 인물이 있을 것이다.

그 수많은 캐릭터 중에서 2020년 새해에 사람들이 '이 사람처럼 살고 싶다'고 생각할 만한 인물들을 영화 속에서 골라봤다. 그 인물은 거대한 꿈을 꿀 수도 있고, 어려운 상황에서 아주 작은 것에 만족하는 사람일 수도 있다. 또한 어떤 깨달음을 통해 삶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인물일 수도 있다. 설 연휴 동안 새해에 어떤 인물처럼 살고 싶은지 한번 생각해 보면 어떨까.


꿈을 이루는 사람
영화 <라라 랜드>(2016) : 미아&세바스찬
 
 영화 <라라랜드> 장면

영화 <라라랜드> 장면 ⓒ 판씨네마㈜


보통 꿈이라고 하면 쉽게 이룰 수 없지만 도전해 보고 싶은 것을 이야기한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인생에 이루고자 하는 큰 꿈이 있다. 어떤 사람들은 중간에 그 꿈을 포기하기도 하고, 여러 번의 실패에도 계속 그것을 이루려 노력하기도 한다.

영화 <라라 랜드>는 배우 지망생 미아(엠마 스톤)와 재즈 피아니스트 세바스찬(라이언 고슬링)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미아의 꿈은 배우로 성공하는 것이고, 세바스찬은 작은 재즈 카페를 하며 사람들에게 진정한 재즈를 들려주는 것이다. 영화 내내 이 둘은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지만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미아는 번번히 오디션에 탈락하며 절망하고, 세바스찬은 재즈 피아니스트로 새로운 팀을 만나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한다. 두 사람의 사랑은 아름답지만, 위태로워 보인다. 두 사람 모두의 꿈이 이루어질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 상황이 각각 다르게 나타난다. 둘은 꽤 진지하게 만나며 연인관계를 유지한다. 또한 각자의 꿈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한다. 비록 결과물을 얻지 못했고, 그 과정이 엇갈리며 그 둘의 인연은 점점 멀어져 간다.

"재능은 없고 열정만 가득한 사람들 있잖아. 나도 그런 사람 중 하나였나 봐."

주인공의 자조 섞인 푸념은 절망적인 상황에서 우리가 스스로에게 가장 하기 쉬운 말이다. 아직도 자신의 노력이 아무 부질없다고 생각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자신의 꿈을 향해 도전에 도전을 계속하는 사람들도 있다. 영화 속 주인공들은 서로의 인연보다는 꿈을 이루는 쪽을 선택했다. 특히 세바스찬에게 영감을 받은 미아는 결국 오디션에 합격하고 자신의 꿈을 하나씩 이루어간다. 세바스찬도 자신이 하고 싶은 카페를 결국 만들어 낸다.

사실 영화는 꿈과 사랑을 대립시켜 주인공들에게 이별이라는 아픔을 주었다. 실제 우리 주변에도 자신의 꿈 때문에 친구나 연인과 이별을 선택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 진정으로 원하는 꿈이란 삶의 일부분을 놓더라도 이루고 싶은 마력이 있는 것 아닐까. 영화 속 주인공들처럼 서로 꼭 이별하지 않더라도, 2020년은 영화 속 미아와 세바스찬처럼 자신의 꿈을 위해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던질 수 있는 한 해가 되면 좋겠다.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사람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2013) : 월터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장면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장면 ⓒ ㈜유니콘텐츠


모두가 <라라 랜드>의 미아처럼 삶의 목표라 할 수 있는 큰 꿈만 꾸는 것은 아니다. 모든 직장인들은 일상을 벗어나 어디론가 거대한 모험을 떠나는 것을 꿈꾼다. 이건 내가 되고 싶은 것이라기 보단 내가 하고 싶은 것이다. 누군가와 만나고 싶고, 어디론가 떠나고 싶고, 영화 속 주인공처럼 당당하게 내 의견을 말하길 바란다.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의 주인공 월터(벤 스틸러)도 그런 사소한 일들을 상상하는 인물이다. 소극적인 삶을 살아온 그는 자신이 원하는 여자와의 로맨스나, 하고 싶은 일들을 상상하며 많은 시간을 보낸다.

그는 챗바퀴처럼 돌아가는 일상 속에서 벗어나기 원하지만 잡지사에서의 일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다. 또한 좋아하는 여자와의 관계도 그저 상상 속에서만 진행될 뿐이다. 잡지 표지에 필요한 사진이 담긴 필름이 없어진 것을 발견하고 그 사진작가를 찾으러 떠나는 과정을 담은 영화는 월터가 겪는 모험을 차근차근 보여준다. 그는 무엇이든 서투르고 어찌해야 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는 이런저런 실수를 하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목표를 향해 나아간다. 점점 목표에 가까워질수록 그 과정은 그의 삶 자체가 된다.

그는 결국 사진가 션 오코넬(숀 펜)을 만난다. 동물의 사진을 찍고 있던 션은 사진 찍는 걸 멈추고 그 동물이 하는 행동을 가만히 바라본다. 월터는 사진을 찍어야 할 그 순간이 아까워 션에게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재촉한다. 하지만 션이 하는 말은 꽤 의미심장하다.

"아름다운 순간을 보면 카메라로 방해하고 싶지 않아, 그저 그 순간 속에 머물고 싶지."

영화 속 월터가 모험하고 있는 장면 장면에는 아름다운 풍경이 같이 담겨있다. 그가 아무도 없는 도로에서 스케이트 보드에 의지해 질주하는 장면은 아름다움을 넘어 경이로운 느낌까지 준다. 월터가 션의 말대로 그 아름다운 순간을 진정으로 즐기게 되었을 때, 보는 우리들도 그 아름다운 순간 속에 같이 머문다. 우리 모두는 자신이 꿈꾸는 모험이 있다. 그것이 크든 작든 우리는 그곳으로 뛰어들 수밖에 없다. 한 발짝을 옮겨야 상상이 현실이 된다. 2020년에는 월터가 그랬던 것처럼 아름다운 순간으로 뛰어들어 그 순간에 머무는 장면을 만들어가는 것도 좋을 것이다.


내일을 위해 묵묵히 분투하는 사람
영화 <내일을 위한 시간>(2014) : 산드라  
 
 영화 <내일을 위한 시간> 장면

영화 <내일을 위한 시간> 장면 ⓒ 그린나래미디어㈜


살면서 때론 내가 선택하지 않은 길에 서있는 순간이 찾아오기도 한다. 다른 사람에게 부당한 대우를 받거나, 다른 사람의 선택으로 자신의 자리가 결정될 때 그것을 겪는 당사자는 정말 속에서 무언가를 잡으려 최선을 다한다. 영화 <내일을 위한 시간> 속 산드라(마리옹 꼬띠아르)는 병가로 회사를 잠시 비웠다 다시 복직을 하고자 하지만, 회사는 산드라를 해직시키고 남은 직원들에게 보너스를 지급하겠다는 통보를 해온다.

영화는 자신의 일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다른 직원들을 설득하는 과정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산드라는 영화 내내 지쳐 보이고 금방이라도 포기할 것만 같다. 또한 나머지 직원들도 사정이 어려워 꽤 큰 금액인 보너스를 포기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주인공의 절망적인 상황과는 다르게 영화 속 날씨는 너무나 쾌청해 보인다. 우리가 영화 속 산드라의 위치였다면 어땠을까. 아마도 우리 모두는 바로 포기하기보다는 똑같이 다른 직원들을 설득하려 했을 것이다. 자신이 원했던 길은 아니지만 그것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해 분투하는 건, 당연한 태도일 것이다. 절망적인 상황에서 산드라도 거울을 보며 연신 다짐한다.

"버텨, 울지 마."

중요한 건 그렇게 힘들게 다른 직원들을 설득했지만 원하는 투표 결과를 얻지 못했던 산드라의 상황이다. 자신의 자리를 위해 혼자만의 투쟁을 벌였던 산드라는 회사가 자리를 만들어 주고 나머지 직원들에게 보너스도 지급하는 대신 이후에 곧 계약이 만료되는 계약직 직원의 자리를 주겠다는 조건을 제시받는다. 하지만 한참을 고민한 끝에 산드라는 그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자신의 자리를 위해 다른 사람을 자신이 처했던 상황으로 밀어 넣지는 않는다. 몇 명의 직원을 설득했지만 결국 자신의 자리를 지키지 못한 산드라는 다른 사람의 자리를 지켜주는 선택을 한다. 마지막 회사를 나오며 산드라는 오히려 웃으며 남편에게 이야기한다.

"우리 잘 싸웠지? 나 행복해."

비록 산드라의 상황은 좋지 않게 끝이 났지만, 최선을 다해 자신의 자리를 지키려 노력했고 다른 사람의 자리를 침범하지도 않았다. 일련의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산드라는 자신을 다잡으며 최선을 다했고, 그 자체만으로 작은 행복을 느꼈다. 누군가는 새해에 비슷한 절망적인 상황에 처할 것이다. 비록 자신의 선택으로 그런 어려움에 서 있다고 하더라도, 서있는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또 지켜야 할 도의를 지키며 분투한다면, 어쩌면 영화 속 산드라처럼 작은 뿌듯함을 느낄 수 있는 내일을 위한 한 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다른 사람을 진정으로 이해하는 사람
영화 <증인>(2018) : 순호  
 
 영화 <증인> 장면

영화 <증인> 장면 ⓒ 롯데엔터테인먼트


다른 사람이 나와 '다름'을 인정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다. 우리는 매일 상대방과 다르다는 것을 깨닫고 서로의 생각을 이야기하며 이해하려 애쓴다. 그 다름을 통해 새로운 것을 발견하기도 하고, 또 비슷한 무엇인가를 이야기하며 좀 더 친근한 관계로 발전하기도 한다. 누군가와 친구 혹은 관계를 만들어감에 있어 '다름'을 인정하는 것은 그 관계의 시작을 의미한다. 아무리 비슷한 구석이 많은 사람들이 만나더라도 다른 부분은 분명히 있다. 그것을 인정하고 서로 이야기 나눌 때, 그 관계는 진정한 교류를 나눌 수 있는 것이 된다.

영화 <증인> 속 순호(정우성)는 대형 로펌으로 이직해 일하지만, 과거에는 자신의 법률 지식으로 어려운 사람을 도우며 살아왔던 인물이다. 그는 살인사건을 목격한 자폐아 지우(김향기)의 증언이 믿을 수 없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지우의 주변에서 그와 관계를 맺는다. 그런 그의 노력은 역설적이게도 지우를 자폐아가 아닌 한 인간으로서 바라보게 만든다.

'저렇게 똑똑한데 자폐아만 아니었으면 참 좋았겠어요.'
'그러면 그건 지우가 아니죠.' 


순호는 지우의 엄마와 대화를 나누면서도 여전히 지우를 자폐아로만 바라본다. 지우를 그대로 한 인간으로서 대하는 엄마를 본 순호는 그 뒤로 조금씩 변해간다. 실제로 순호의 그 '다르다'는 구분 짓기는 본인조차 모르게 장애인들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만든다. 영화 <증인>은 그런 순호가 결국 장애인들도 그저 조금 다른 하나의 인간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과정을 보여준다. 어쩌면 우리 모두는 매일 또 다른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새해에는 그 '다름'을 맞이하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한 해를 만들어가면 좋을 것 같다. 결국에는 우리도 영화 속 순호와 다르지 않다.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을 해 나가는 사람
영화 <겨울왕국 2>(2019) : 안나
 
 영화 <겨울왕국2> 장면

영화 <겨울왕국2> 장면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애니메이션 <겨울왕국> 시리즈에서 관객의 시선을 받는 건 주인공 엘사다. 세상을 얼려버리는 마법의 힘으로 얼음을 만들고 눈을 만들어내는 그의 능력과 그가 성장하는 이야기는 꽤 매력적이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엘사와 안나 두 사람의 이야기 이기도 하다. 안나는 엘사의 어려움을 가만히 두지 않고 적극적으로 나서 도우려 애쓴다. 엘사에 비해 보잘것없어 보이는 안나는 덜렁대는 성격에 실수가 계속되면서도 앞으로 계속 나아가려 애쓴다.

얼마 전 개봉한 후속 편에서도 안나는 엘사의 옆에서 보조적인 역할을 맡는 듯 보인다. 하지만 시리즈 내내 안나는 자신이 맞을 어려움을 포기하거나, 피하지 않는다. 어쩌면 그것이 겉으로 표출되는 능력을 가지지 않은 안나의 진정한 능력인지 모른다. 

"지금 해야 할 일을 해야 해."

엘사를 잃었다는 절망적인 상황 이후에도 안나는 자신을 다잡으며 지금 해야 할 일을 해야 한다며 다시 앞으로 나아간다. 큰 시련 속에서도 그 슬픔에 빠져있기보다는 그 늪에서 나와 자신이 지금 해야 할 일을 해나가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흔히 이야기하는 무한 긍정의 태도로 삶을 살아가는 것은 자신이 처한 어려운 상황 속에서 매번 유지하긴 어렵다.

2020년도 개개인들에게 쉽지 않은 한 해가 될 것이다. 엘사처럼 대단한 능력은 없지만 앞으로 한 발 한 발 나아가며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해 나갈 수 있다면 결국 우리가 이루고자 하는 목표에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2020년은 영화 속 안나처럼 자신을 다잡으며 해야 할 일을 해 나가는 한 해를 만들어나가면 좋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동근 시민기자의 브런치,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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