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빛> 포스터

<작은 빛> 포스터 ⓒ (주)시네마달

 
<작은 빛>은 어찌 생각하면 역설적인 영화다. 뇌수술을 앞둔 진무는 수술 후 기억을 잃을 수도 있다는 말에 기억해야 될 것들을 캠코더에 담기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관객들은 캠코더에 담기는 장면들이 ‘아름다운 것’이라 생각하기 마련이다. 제목부터 ‘작은 빛’이니 빛과 같은 찬란한 순간들을 진무가 촬영하지 않을까 여긴다.
 
하지만 카메라에 담기는 건 곰팡이 핀 벽이나 어두운 방, 무표정한 가족들이다. 떠나고 싶어지는 공간이고 만나도 딱히 할 말이 없는 얼굴이다. 영화가 지닌 진정한 역설은 이 지점에서 비롯된다. 이런 공간과 얼굴 속에서 느껴지는 가족의 따스함과 잊고 싶지 않은 기억이 마음을 자극한다.
  
 <작은 빛> 스틸컷

<작은 빛> 스틸컷 ⓒ (주)시네마달

 
영화가 품은 가족에 대한 따뜻함은 기억과 소멸이란 작품의 주제와 연관되어 있다. 진무는 어쩌면 기억이 소멸될 수 있는 순간을 앞두고 있다. 그는 잊혀서는 안 될 소중한 기억을 담고자 하는데 이 과정에서 오래 떨어져 살았기 때문에 서먹서먹한 가족들과 만난다. 이 과정은 소멸을 이겨내는 모습으로 비춰진다.
 
진무의 가족은 영화 속 낡은 집의 모습과 같다. 크고 좋은 집처럼 산뜻하지도 쾌활하지도 않다. 어둡고 좁은 집처럼 분위기는 축 처지고 서로 대화도 많지 않다. 하지만 작고 오래된 집에는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잘 알고 포근하고 안락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것처럼 함께 있는 것만으로 서로의 존재를 다시 인식하고 따스함을 느낀다.
 
이런 감정은 진무가 아버지를 다시 기억해내는 장면에서 절정에 이른다. 흩어져 지냈던 가족을 다시 추억하는 순간 기억 속 잊힌 존재인 아버지가 다시 살아난 것이다. 가족이 다 같이 모인 산소에서의 무덤 장면은 이런 기억과 진무가 마주한 순간으로 기억의 탄생과 소멸, 다시 기억해내는 과정을 통해 가족의 따스함을 느끼게 한다.
  
 <작은 빛> 스틸컷

<작은 빛> 스틸컷 ⓒ (주)시네마달

 
영화의 느낌은 어둠 속을 비추는 작은 빛처럼 밝고 따뜻하다. 이를 가족을 통해 풀어내며 사랑을 느끼게끔 만든다. 이 속에서 감독이 찾고자 하는 건 존재이다. 자신의 자전적 이야기를 풀어내며 인간의 존재 이유를 기억에서 찾아낸다. 모든 기억을 잃어버린다면 과연 나는 나라는 존재로 자리할 수 있을까.
 
이런 의문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캠코더를 통해 기억을 수집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잃어버렸던 기억인 아버지와 마주한다. 이 부분에서 아련함이 느껴지는 건 아버지는 땅에 묻힌 게 아니라 마음에서 아예 묻혀 있었다는 사실 때문일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영화가 말하는 ‘작은 빛’은 기억일 것이다.
  
 <작은 빛> 스틸컷

<작은 빛> 스틸컷 ⓒ (주)시네마달

 
아주 작은 순간이지만 그 사람과 함께했던 기억이 내 머릿속에 남아있다면 찬란하게 빛나는 추억을 통해 잊지 않을 수 있다. 진무는 자신의 존재를 보존하고자 하는 과정에서 존재의 큰 의미 중 하나인 아버지를 만나게 되었고 이는 관객들에게 과연 우리는 어떤 기억을 간직하고 있는지, 우리가 소중히 여겨야 될 작은 빛이 사라진 건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작은 빛>은 이미지를 통해 주제의식을 확고히 정립하는 영화다. 카메라는 한 순간도 들뜨지 않고 담담하게 인물을 조명하며 이들 사이의 관계를 설명하기 보다는 느끼고 스며들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한다. 어둠을 밝히는 작은 빛처럼 관객들의 마음에 작지만 환한 빛을 비치는 이 영화는 다양성 영화가 지닌 실험과 공감의 가치를 보여준다 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김준모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브런치, 씨네리와인드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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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겸 영화 칼럼니스트 김준모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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