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가 3년 연속 20홈런을 기록한 '거포' 이성열을 잔류시켰다.

한화 이글스 구단은 16일 보도자료를 통해 FA 외야수 이성열과 계약기간 2년 최대 14억 원(계약금 3억+연봉 9억+옵션 2억)의 조건에 FA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2017년부터 작년까지 3년 연속 20홈런 이상을 기록한 이성열은 이글스 프랜차이즈에서 역대 6번째로 3년 연속 20개 이상의 홈런을 기록한 타자다(장종훈, 송지만, 제이 데이비스, 김태균, 이범호).

이성열은 작년 시즌 129경기에 출전해 타율 .256 21홈런 85타점으로 팀 내 최다 홈런과 최다 타점을 기록했다. 작년 11월27일 마무리 정우람과 4년 39억 원, 14일 윤규진과 1+1년 최대 5억 원에 FA계약을 체결한 한화는 이성열까지 계약을 완료했다. 이제 팀 내 남아 있는 미계약 FA는 김태균 1명뿐이다. 정민철 단장으로서는 제일 어려운 문제를 제일 마지막에 풀게 되는 셈이다.

프로 입단 후 시즌 중 트레이드만 3번 겪은 비운의 저니맨
 
 한화 이성열이 16일 대전한화생명이글스파크 구단사무실에서 FA계약을 맺은 뒤 정민철 단장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한화 이성열이 16일 대전한화생명이글스파크 구단사무실에서 FA계약을 맺은 뒤 정민철 단장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 한화이글스

 
순천 효천고 시절 장타력과 의외의 빠른 발을 가진 포수로 이름을 날리던 이성열은 2003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1라운드(전체 3순위)로 LG트윈스에 지명됐다. LG는 이미 조인성(두산 베어스 배터리 코치)이라는 확실한 주전 포수가 있음에도 이성열에게 2억7000만 원의 계약금을 안겼다. 하지만 뛰어난 장타력을 가진 여느 유망주들처럼 이성열 역시 넘치는 파워에 비해 정확성이 떨어졌고 떨어지는 변화구에도 치명적인 약점을 보였다.  

프로 입단 후 2년 동안 1군에서 단 1경기 밖에 출전하지 못한 이성열은 2005년 외야수로 변신해 타격에 전념하며 1군에서 9홈런을 때려내며 가능성을 뽐냈다. 하지만 이성열은 더 이상 발전한 기량을 보여주지 못하고 1군과 2군을 오가는 그저 그런 유망주에 머무르고 말았고 2008년 6월 두산으로 트레이드됐다. 당시만 해도 이 트레이드의 핵심은 이성열이 아닌 투수 이재영과 포수 최승환이었다.

이성열은 이적 3년째이던 2010년 주전 우익수로 나서며 타율 .263 24홈런 86타점으로 데뷔 후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하지만 이성열은 또 한 번 상승세를 잇지 못하고 2011년 7홈런으로 주춤했고 2012년 7월 오재일과의 트레이드를 통해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의 유니폼을 입었다. 이성열은 2013 시즌 6월 초까지 홈런 선두 다툼을 벌일 정도로 좋은 홈런 페이스를 보였지만 팔꿈치 부상 후 흔들리며 시즌 18홈런이라는 아쉬운 성적을 남겼다.

2014년에도 14홈런을 기록하며 FA 자격을 얻은 이성열은 원소속팀 히어로즈와 2년 5억 원에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외야와 지명타자 자리가 꽉 찬 히어로즈에서 이성열의 자리는 없었고 이성열은 2015년 4월 또 다시 트레이드를 통해 한화 유니폼을 입었다. 프로 입단 후 트레이드만 3번째 겪는 이성열이지만 LG, 두산, 히어로즈 등 서울팀에서만 활약했던 이성열에게 서울 이외의 연고팀으로 이적하는 것은 한화가 처음이었다.

이성열은 한화 이적 후 첫 시즌 타율 .250 9홈런 36타점에 그쳤지만 2016년 86경기에서 타율 .288 10홈런 29타점으로 좋은 활약을 펼쳤다. 그리고 이성열은  햄스트링 부상에 시달리며 81경기 출전에 그친 2017년 타율 .307 21홈런 65타점으로 2010년을 능가하는 생애 최고의 성적을 올렸다.실제로 2017 시즌 한화 타선에서 이성열보다 많은 홈런을 친 선수는 37홈런을 때린 외국인 선수 윌린 로사리오 밖에 없었다.

 2년 연속 호잉보다 더 많은 홈런 때린 독수리 군단 대표 거포

2018 시즌을 준비하던 도중 종아리 근육이 파열되는 부상을 당해 시즌을 조금 늦게 시작한 이성열은 5월부터 무서운 타격 상승세를 보이며 타율 .295 34홈런 102타점 76득점을 기록했다. 2010년의 24홈런을 10개나 뛰어 넘는 프로 데뷔 후 개인 최다 홈런 기록이었다. 무엇보다 고무적인 사실은 이성열이 최고의 시즌을 보낸 2018년 소속팀 한화 역시 긴 암흑기를 끝내고 11년 만에 가을야구 무대를 밟았다는 점이다.

하지만 작년 KBO리그에 닥친 공인구 변화의 영향은 이성열에게도 예외가 될 수 없었다. 이성열은 2018년과 비교해 타율 .039, 안타 37개, 홈런 13개, 타점 17개, 득점 16개가 떨어지는 큰 피해를 입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성열은 이성열 이상으로 장타력이 급감한 김태균(6홈런 62타점)과 이용규의 부재로 중견수 수비 부담을 떠안은 외국인 선수 제라드 호잉(18홈런 73타점)을 제치고 팀 내 홈런과 타점 1위를 차지했다.

이성열은 지난 2014 시즌이 끝나고 첫 번째 FA자격을 얻었을 때 2년 5억 원이라는 아쉬운 규모의 계약을 맺었던 기억이 있다(물론 당시 이성열은 FA 계약 후 4개월 만에 한화로 이적하면서 결과적으로 '사인 앤 트레이드'가 됐다). 하지만 이성열은 두 번째 FA 자격을 얻었을 때도 앞선 2년에 비해 성적이 좋지 않았다. 따라서 이성열의 성적과 얼어붙은 시장 상황, 30대 후반으로 접어드는 나이를 고려하면 2년 최대 14억 원은 썩 나쁘지 않은 조건이다. 

한화는 작년 시즌 팀 홈런 8위(88개)에 머물렀을 정도로 많은 장타를 생산하는 팀과는 거리가 멀다. 그런 한화에서 이성열은 거의 유일하게 장타 한 방으로 많은 타점을 쓸어 담을 수 있는 거포형 타자다(호잉의 경우 거포라기 보단 호타준족형 중장거포에 가깝고 김태균은 4년 연속 5할대 중반이던 장타율이 작년 .395까지 떨어졌다). 따라서 이성열은 올 시즌에도 김태균,호잉,송광민과 함께 한화의 중심타선에서 많은 타점을 올려줘야 한다.

사실 30대 중반을 넘어가는 노장 선수들의 FA 계약은 미래가치에 대한 투자보다는 그 동안의 활약에 대한 보상의 성격이 더 가깝다. 하지만 프로 입단 후 10년 이상 반쪽 짜리 선수에 머물렀던 이성열은 30대 중반이 돼서야 비로소 잠재력을 폭발시키며 한화의 중심타자로 자리 잡았다. 다소 거친 듯 하지만 시즌을 거듭할수록 점점 무르익은 기량을 선보이는 매력적인 거포. 야구선수로는 황혼을 바라보는 37세 노장 이성열의 2020 시즌이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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