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후(현지시간) 태국 송클라 틴술라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한국과 이란의 조별리그 2차전에서 조규성이 골을 넣은 뒤 김학범 감독의 축하를 받고 있다. 2020.1.12

12일 오후(현지시간) 태국 송클라 틴술라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한국과 이란의 조별리그 2차전에서 조규성이 골을 넣은 뒤 김학범 감독의 축하를 받고 있다. 2020.1.12 ⓒ 연합뉴스

 
김학범과 박항서, 두 토종 명장의 8강 재회는 가능할까. 2020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에 도전하고 있는 김학범호와 박항서호가 이제 조별리그 최종전만을 앞두고 있다.

양팀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U-23 대표팀은 이미 중국과 이란에 2연승을 거두며 일찌감치 8강 진출을 확정지었다. 남은 우즈베키스탄전(승점 4점)에서 조 1위 결정만이 남았다. 김학범호는 비기기만 해도 조 1위를 확정할 수 있다.

김 감독은 조 1위를 위하여 무리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우즈벡전을 굳이 느슨하게 임해야할 이유도 없다. 지난 대회 챔피언이자 이번 대회에서도 우승후보로 꼽히는 우즈베키스탄은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지난해 11월 화성에서 열렸던 두 차례 평가전에서도 양팀은 1승씩 주고 받으며 팽팽한 승부를 펼친 바 있다. 2년 전 대회 우승멤버도 일부 포진해있어서 상당히 까다로운 전력으로 평가받고 있다. 도쿄올림픽 본선진출과 함께 우승을 노리는 김학범호로서는 우즈벡과의 조별리그 대결이 '미리보는 결승전'이 될 수도 있는만큼 기왕이면 무패와 조 1위로 좋은 기세를 이어가는 게 중요하다.

김학범 감독은 지난 중국전과 이란전에서 상대팀에 따라 선수단에 큰 폭의 변화를 가져가는 맞춤형 전술을 들고 나와 화제를 모았다. 자칫 조직력 약화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김학범호는 안정적인 실리축구로 연승을 달리며 강팀의 저력을 증명했다.

이번 대회 조별리그 경기 사이에 휴식일이 이틀 밖에 없는 만큼 토너먼트를 앞두고 선수들의 적절한 체력 관리도 매우 중요하다. 김 감독이 우즈베키스탄전에서 다시 한 번 선발 명단에 대대적인 변화를 줄 가능성에 시선이 몰리는 이유다. 또한 오세훈, 정우영 등 이번 대회에서 기대에 비하여 활약이 저조한 몇몇 주축 선수들이 토너먼트를 앞두고 경기력을 끌어올리는 것도 우즈벡전의 중요한 변수다.

조별리그 탈락 벼랑 끝에 놓여 있는 베트남

반면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은 조별리그 탈락의 벼랑 끝에 놓여있다. 베트남은 UAE-요르단과의 1, 2차전에서 모두 득점없이 0-0으로 비기며 승점 2점으로 3위에 자리하고 있다. 최종전에서 북한을 상대하는 베트남은 이 경기를 이기더라도, UAE와 요르단의 최종전 결과에 따라 탈락할 수도 있다.

베트남이 북한을 이기고 UAE와 요르단이 비기면 세 팀이 나란히 1승 2무(승점 4)가 되어 3개국 간 골득실-다득점 순으로 순위를 가리게 된다. 베트남은 UAE, 요르단과 득점 없이 비겼기에 골득실은 0이다. 베트남 입장에서 최악의 시나리오는 UAE와 요르단의 3차전이 양팀 모두 득점을 기록하여 1-1 이상의 스코어로 무승부가 되면 베트남이 탈락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UAE와 요르단이 0-0으로 비겨서 3개국의 골득실이 모두 0이 된다고 해도, 득점 또한 없기에 페어플레이 점수, 즉 경고와 퇴장 등을 따져 순위가 정해질 수 있기에 역시 베트남의 8강행은 낙관하기 어렵다.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AFC의 규정 때문에 하필 베트남이 최대 희생양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박 감독과 베트남 축구에게 U-23 챔피언십은 '박항서 매직'의 시작으로 기억된다. 박  감독은 2년 전 이 대회에서 베트남 역사상 최초로 결승진출을 이끌며 베트남 축구의 황금시대를 개척했다. 이후 박 감독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4강 진출, 2018 스즈키컵 우승, 2019 동남아시안(SEA)게임 금메달로 이어지는 눈부신 성과를 베트남에 선물하며 '쌀딩크'라는 애칭을 얻기도 했다.

연이은 성공은 박 감독에게 눈부신 영광을 안겨줬지만 동시에 부담도 커졌다. 박 감독은 지난해 베트남축구협회와 재계약 협상 당시 앞으로는 A대표팀에만 집중하고 싶다는 의지를 드러냈지만 축구협회의 강력한 만류로 결국 A팀과 U-23팀을 계속 겸임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사실 베트남의 전력을 감안할 때 지난 대회 준우승은 기적에 가까운 결과였고 이번 대회 요르단-UAE에 실점 없이 비겼다는 것만해도 충분히 대단한 성과였다.

하지만 박 감독의 연이은 성공으로 눈높이가 높아진 베트남으로서는 내심 이번 대회에서 사상 첫 올림픽 본선진출까지 기대하는 분위기다. 베트남이 최소한 조별리그도 통과하지 못한다면 사실상 박항서 체제가 출범한 이후로는 첫 실패가 된다. 박 감독의 부담감이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국과 베트남의 최종전 결과가 관심을 모으는 또다른 이유는 두 팀이 바로 8강에서 만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우즈벡에 비기거나 이기면 조 1위가 되고, 베트남은 D조 2위를 노리고 있다. C조 1위가 유력한 한국은 D조 2위와 19일 오후 7시15분 파툼타니에서 8강전을 치를 가능성이 높다. C조 2위가 되면 같은날 오후 10시15분 방콕 국립경기장에서 D조 1위와 맞붙게 된다.

지난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 준결승에 이어 또 한 번 김학범-박항서 감독의 리턴매치가 성사될 수도 있다. 당시에는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한국이 베트남을 3-1로 꺾고 금메달까지 목에 걸었던 바 있다. 냉정히 말하면 한국 입장에서는 변수가 많은 중동팀보다는, 차라리 피지컬이 떨어지고 박 감독의 존재로 비매너 문제 등을 신경써야할 우려가 적은 베트남이 좀 더 수월해보이는 8강 상대인 것도 사실이다.

자칫 얄궂은 운명이 될 수도 있지만 지금은 양 팀 모두 상대를 걱정할 처지가 아니다. 김학범호는 9회 연속 올림픽 본선행이라는 큰 그림을 위하여, 박항서호는 일단 눈앞의 조별리그 통과라는 난제부터 극복해야 한다. 많은 축구팬들은 두 팀이 8강에서 만나는 한이 있더라도, 김학범호의 무패-조1위 통과와 박항서호의 조별리그 생존을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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