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드라마 <스토브리그>의 메인 포스터.

SBS 드라마 <스토브리그>의 메인 포스터. ⓒ 박장식


롯데의 주전포수가 된 지성준도, 롯데 자이언츠의 단장 성민규도 푹 빠진 TV 프로그램이 있다. 야구를 좋아하는 이들이 꼭 챙겨보는 <베이스볼 투나잇>이나 <베이스볼S>, <아이러브 베이스볼>이 아닌 '드라마'다. 현직 선수부터 프론트 직원, 야구 팬과 야구 기자들을 금요일-토요일 오후 10시 안방에 앉게 만드는 이 프로그램은 바로 SBS의 금토 드라마 <스토브리그>다. 

이 작품이 이렇듯 인기인 이유는 드라마 속 만년 꼴찌팀 '드림즈'의 이야기에 많은 이들이 공감하기 때문이다. 주변엔 롯데 자이언츠, 한화 이글스, 키움 히어로즈 등 자신이 응원하는 야구팀을 대입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높은 관심 덕분에 본방 사수를 외치는 이들도 많다. 지난 11일 방송되었던 <스토브리그> 9회 2부의 경우 시청률이 15.5%(닐슨코리아 전국)였다.

대다수 저녁 시간에 드라마 채널 대신 '스포츠 채널'을 선택했던 야구 팬들은 어쩌다 이렇게 <스토브리그>에 푹 빠지게 된 걸까. 10대부터 30대 후반까지, 네 명의 야구팬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원래 드라마 팬이었던 야구 팬부터 <스토브리그>로 처음 드라마를 정주행하는 야구 팬까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10대도, 20대도, 30대도 '신선함'에 끌렸다   
 많은 야구 팬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켰던 <스토브리그>의 1회 실책장면.

많은 야구 팬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켰던 <스토브리그>의 1회 실책장면. ⓒ SBS


 
야구 팬들은 어떤 경로로 <스토브리그>를 처음 접했을까. 키움 히어로즈 팬인 30대 후반 김현식씨는 "야구 드라마를 한다고 광고하기에, 호기심에 봤다가 한 번에 빠졌다"라고 이야기했다. KIA 타이거즈 팬 고등학생 원최영씨도 "커뮤니티나 SNS에서 지인들이 추천해서 보기 시작했다"라고 말했다. 

그동안 드라마를 잘 보지 않았다는 이들이 <스토브리그>에 빠진 이유는 무엇일까. 두산 베어스 팬인 20대 중반 김석민씨는 "지금까지 야구를 세밀하게 다루는 드라마가 없었다"라며 "야구팬들이 관심을 갖는 신인드래프트나 2차 드래프트, 연봉 협상 과정, 프런트의 운영 등을 더욱 자세히 볼 수 있어서 재미있다"라고 밝혔다. 

20대 초반의 키움 히어로즈 팬 박준형씨는 "1화부터 야구 팬에게 공감가는 장면이 너무 많았다. 수비 에러나 송구 실책처럼 공감되는 장면이 많았다"라고 답했다. 원최영 씨도 "첫 화에 한화 이글스의 '거울수비'를 그대로 재현해낸 것이 너무 강렬했다"고 거들었다.

김현식씨는 "러브라인도 없는데다 재벌이 주인공도 아니라 신선하다"라며, "구단 내부의 정치싸움, 병역기피나 폭행시비처럼 실제 야구계에서 일어난 사건사고를 드라마에 녹인 것도 <스토브리그>를 더욱 신선하게 만드는 요인인 것 같다"라고 답했다.

야구팬의 공감, "어? 저거 우리 팀이잖아?" 
 
 드라마 <스토브리그>의 스틸컷

드라마 <스토브리그>의 스틸컷 ⓒ SBS


야구 팬들이 <스토브리그>에 특히 공감하는 이유는 "드라마에 나오는 드림즈가 내가 응원하는 팀과 꼭 닮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실제 인터넷 상에선 서로 자신이 응원하는 팀의 이야기라며 논쟁을 벌이는 이들도 있다. 또 롯데 자이언츠 성민규 단장을 드림즈 백승수 단장 역을 맡은 배우 남궁민과 비교하며 만든 '남궁민규'라는 별명이 인터넷상에 퍼져 야구 팬들에게 웃음을 주기도 했다. 

김현식씨와 박준형씨는 "구단에 돈이 없다는 것이 너무 똑같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김씨는 "드라마에 선수단 연봉이 30% 삭감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보다 더한 일이 10년 전 히어로즈 야구단에 일어났었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박준형씨는 "그러면서도 스카우팅 능력이 좋은 직원이 있다는 것이 공통점 같다"라고 생각을 밝혔다. 

원최영씨는 "자신이 응원하는 팀에 각 상황을 대입해서 맞춰보는 재미가 있다"라며 "전통을 가진 구단이지만 근래에 하위권을 찍었다는 점, 혁신을 준비하는 점이 KIA 타이거즈와 비슷하다"라고 말했다. 김석민씨는 "새로운 외국인을 스카우트하는 부분에서 두산 베어스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라고 답했다.

김석민씨는 "야구선수들도 SNS에 <스토브리그>를 보고 있다고 글을 올리곤 하는데, 자신들의 현실과 비슷한 내용이 드라마에 많이 나와서 올리는 것 같다"라며 "아마 대부분의 선수들이 <스토브리그> 내 연봉 협상이나 트레이드 같은 부분에 공감하지 않을까 싶다"라고 덧붙였다. 

"비야구팬도 보는 이유? 의학드라마 같아서가 아닐까요"

일명 '야알못', 야구를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스토브리그>의 인기는 대단하다. 김현식씨는 "만날 TV만 틀면 재벌가의 막장 드라마, 판타지 같은 주제의 드라마만 나왔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스토브리그> 구단 프론트 직원의 오피스 스토리가 현실적이면서도 신선하게 다가온다. 그것이 인기 비결이 아닐까 싶다"라고 인기 이유를 추측했다. 

김석민씨 역시 "<스토브리그>는 야구를 알지 못해도 재미있게 볼 수 있는 드라마"라며 "자막이나 대사를 통해 용어 설명도 자세히 해주고, 야구 규칙에 얽매이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인기를 끌 수 있는 요인 중 하나인 것 같다"라며 "의사가 아닌 사람들이 의학 드라마를 보면서 재미를 느끼는 것과 비슷하게 느껴진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김씨는 "물론 드라마를 보다보면 의학 드라마처럼 허구적인 사실이 나오거나, 실제 야구단 운영에서 일어날 수 없는 상황도 나오긴 한다. 하지만 야구라는 소재로 드라마를 만들었던 일이 적고, 오히려 극에 재미를 더해주는 것들이라 작품을 더욱 흥미롭게 만들어주는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원최영씨는 "남궁민이라는 배우의 힘도 있는 것 같다"라면서 "남궁민씨의 연기력이 워낙 좋은 데다가, 냉철한 단장이라는 배역도 잘 어울린다"라고 의견을 내놨다. 박준형씨도 "운영팀장 역을 맡는 박은빈 배우는 카리스마 있고 색달라서 배역에 어울리고, '낙하산'이라고 불리는 운영팀 직원 역의 조병규 배우와의 케미도 좋다"고 거들었다.

"경기보다는 스토브리그 더 다뤘으면" 
 
 SBS <스토브리그>의 한 장면. 백승수 단장(오른쪽)은 여러 비난을 감수하고 '외국인 선수' 로버트 길과의 계약을 성사시켰다.

SBS <스토브리그>의 한 장면. 백승수 단장(오른쪽)은 여러 비난을 감수하고 '외국인 선수' 로버트 길과의 계약을 성사시켰다. ⓒ SBS



마지막으로, 이제 반환점을 돈 <스토브리그>의 내용이 앞으로 어떻게 진행되기를 바랄까. 김석민씨는 "경기보다는 제목 그대로 '스토브리그'를 콘셉트로 잡았으면 좋겠다. 야구 경기야 시즌 중에 매번 찾아보겠지만, 시즌 사이의 이야기를 자세히 보는 경우는 많지 않으니 더욱 흥미를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다"라고 답했다.

빅준형씨는 "사인 앤 트레이드를 포함한 FA 과정을 소재로 사용해도 좋을 것 같다. 최근 문제가 많았던 승부조작처럼 실제로 일어난 일을 다루면 더욱 흥미있을 것 같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제일 마지막 화는 드림즈의 멋진 우승 장면이면 좋을 것 같다"라고 말하며 웃었다.

팬들은 드라마 속 백승수 단장이 겪었던 '우승 후 해체'라는 상황 대신 다른 결말을 바랐다. 김현식씨는 "권 상무(오정세 분)가 알고보니 뼛속까지 드림즈를 사랑하고 있는 인물이었다면 좋을 것 같다"면서 "꼭 우승이 아니더라도, 권 상무가 백 단장과 환상적인 호흡으로 구단을 운영해서 모두 행복해지는 결말을 보고싶다"라고 전했다.

원최영씨는 "벌써 드림즈에 정이 들었다. 해체하는 모습은 못 볼 것 같고, '드림즈'의 배경인 문학야구장의 기를 받아서 SK 와이번스처럼 왕조를 건설하는 스토리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준형씨도 "해체하면 마음이 아플 것 같다. 다른 기업에서 인수하는 이야기가 나오면 좋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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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도 쓰고, 스포츠와 여행까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러면서도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그리고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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