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한국 시각)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휴스턴 애스트로스에 벌금 500만 달러(한화 약 57억 원)와 제프 르나우 단장과 A.J. 힌치 감독에 대한 경질 및 자격정지의 중징계를 내렸다.

지난 2017년 메이저리그 포스트 시즌에서 상대 팀 포수의 사인을 훔치는 비신사적인 행위로 월드 챔피언을 차지한 것에 대한 징계였다. 또한 휴스턴 애스트로스는 앞으로 두 시즌 동안 신인 드래프트(2021, 2022)의 1, 2라운드 지명권이 박탈된다.

애스트로스의 단장과 감독 자리는 순식간에 공석이 되었다. 르나우 전 단장과 힌치 전 감독은 1년 동안 야구와 관련된 업무를 할 수 없다. 다만 짐 크레인 구단주는 사인 관련 위반 사실을 당시 모르고 있었다는 게 인정돼 사무국의 징계를 피했다.

사인 훔치기로 얼룩진 2017 포스트 시즌
 
 2017년 월드시리즈 5차전에서 마운드를 떠나는 클레이튼 커쇼의 모습

2017년 월드시리즈 5차전에서 마운드를 떠나는 클레이튼 커쇼의 모습 ⓒ EPA/연합뉴스

 
애스트로스는 2011년부터 2013년까지 3년 연속 100패 이상을 기록하며 최악의 시기를 보냈다. 이후 기나긴 리빌딩을 거쳐 암흑기 탈출에 성공한 애스트로스는 2017년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에 올랐다. 애스트로스의 월드 시리즈 진출은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시절인 2005년 첫 진출 이후 12년 만이었다.

그리고 월드 시리즈에서 애스트로스는 2017 시즌 30팀 중 최고 승률을 기록했던 로스앤젤레스 다저스를 만났다. 시리즈 7차전까지 가는 혈투 끝에 애스트로스가 창단 첫 월드 챔피언으로 등극했다.

그러나 월드시리즈가 끝난 후 애스트로스 출신이었던 마이크 파이어스 등 전 휴스턴 선수들은 사인 훔치기가 있었다고 폭로했다. 홈 경기장인 미닛 메이드 파크 외야 중앙 근처에 상대 팀 포수를 향한 카메라를 설치하고 클럽하우스 복도에서 이 화면을 봤으며, 쓰레기통을 두드리거나 큰 소리를 내는 방법으로 타자들에게 사인을 전달했다. 다만 이 방식은 특수 카메라가 설치된 미닛 메이드 파크에서만 쓸 수 있었고 원정 경기에서는 사용할 수 없었다.

그 결과 애스트로스는 보스턴 레드삭스(ALDS)와 뉴욕 양키스(ALCS) 그리고 다저스(WS)를 상대한 2017년 포스트 시즌 중 홈 경기에서만 8승 1패의 압도적인 승률을 올렸다. 원정 경기 3승 6패를 기록했던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홈 경기에서만 18홈런을 기록한 반면 원정 경기에서는 9홈런에 그쳤다. 홈 득점도 평균 5.7점으로 원정 득점의 두 배에 가깝다.

2017년 클레이튼 커쇼는 월드 시리즈 1차전 7이닝 1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되면서 포스트 시즌 공포를 극복하는 줄만 알았다. 그러나 4일 휴식 후 등판했던 5차전 원정 경기에서 4회에 3점 홈런을 허용했고, 5회에는 커쇼가 남겨놓은 책임 주자를 마에다 겐타가 홈런을 허용하며 커쇼는 이날 6자책점을 기록했다.

2018 월드시리즈도 사인 훔치기 의혹

애스트로스의 르나우 전 단장과 힌치 전 감독의 징계가 확정된 이후, 보스턴 레드삭스의 알렉스 코라 감독을 의심의 눈초리로 지켜보는 시선도 많아졌다. 코라 감독이 2017년 당시 애스트로스의 벤치 코치였기 때문이다. 2017년 시즌이 끝난 뒤 보스턴 레드삭스의 감독으로 선임되어 이적한 그는 2018 월드시리즈에서 챔피언을 차지했다. 
 
코라 감독은 현재 레드삭스의 월드시리즈에서도 상대 팀의 사인을 훔쳤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현재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레드삭스 사건까지 조사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2018 포스트 시즌에 대한 조사가 끝나면 코라 감독 역시 징계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공교롭게도 사인 훔치기 의혹을 받고 있는 2017, 2018년 모두 상대 팀은 LA다저스였다. 다저스는 2017년, 2018년 두 차례 내셔널리그 챔피언에 올랐으나 두 번 모두 월드 시리즈에서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월드 챔피언에 오른 두 팀은 모두 사인 훔치기 논란으로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과거 메이저리그에서도 여러 차례 부정 행위가 적발됐다. 대표적인 사례는, 1919년 월드 시리즈에서 도박사들이 시카고 화이트삭스 선수단을 매수한 '블랙삭스 스캔들'이다. 당시 화이트삭스의 찰리 코미스키 구단주는 에이스였던 에디 스카티에게 시즌 30승에 성공하면 1000달러의 보너스를 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스카티가 시즌 29승에 도달하자 구단주는 감독에게 압력을 가해, 스카티의 정규 시즌 등판을 중단시켰다.

결국 스카티의 30승 보너스는 없던 일이 되었지만, 화이트삭스 선수들은 월드 시리즈를 앞두고 도박사들과 결탁했다. 당시 월드 챔피언은 신시내티 레즈가 차지했는데, 이후 화이트삭스 선수단과 도박사들 사이의 뒷거래가 드러나는 바람에 8명의 선수들이 메이저리그에서 영구 제명됐다. 화이트삭스는 블랙삭스 스캔들로 인한 오명에서 벗어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메이저리그 역대 최다 안타를 기록했던 피트 로즈는 1984년부터 신시내티 레즈의 선수 겸 감독을 맡았다. 그러나 그는 레즈의 감독으로 있는 동안 1987년 52경기에서 경기 당 수천 달러에 달하는 배팅을 했다는 사실이 밝혀져 징계를 받았다. 결국 1989년 8월 24일 야구계에서 영구 제명되었으며 1991년 명예의 전당 후보에도 들어가지 못했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애스트로스는 창단 첫 월드 챔피언에 오명을 덮어쓰게 됐다. 게다가 애스트로스는 향후 2번의 신인 드래프트에서 상위 지명권이 박탈돼, 미래 선수 자원을 육성하는 데도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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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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