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닥터 김사부 2

낭만닥터 김사부 2 ⓒ sbs

 
2016년 초겨울, 한 지역에 위치한 초라한 '돌담병원'에서 의술과 인술의 기적을 일으키며 신드롬을 불러왔던 <낭만닥터 김사부>가 그로부터 3년 후인 2020년 '시즌2'로 돌아왔다.

예의 오래된 팝송이 담긴 카세트 테이프를 트는 '낭만'이 가득한 김사부의 방도, 그 방을 지키는 김사부도 여전하지만 그의 '아이들'이 달라졌다. 사고뭉치에서 어엿한 의사로 성장했던 서정쌤(서현진 분)과 동주쌤(유연석 분)이 각자의 사정으로 돌담병원을 비우게 되고, 외과의가 필요했던 김사부는 본원인 거대병원에서 GS 펠로우 2년차 서우진(안효섭 분)과 CS 펠로우 2년차 차은재(이성경 분)를 데려온다. 

아이들만 달라진 게 아니다. 시즌1 내내 돌담병원은 낡은 의료기기와 적은 의료인력에 허덕이며 불가능한 작전을 해내왔다. 또 거대병원의 분원이라는 구조적 위치와 자격지심에서 비롯된 도윤환 원장의 태클은 시즌1 내내 갈등의 도화선이 되었다. 결국 시즌1은 도윤환 원장이 직을 내려놓는 것으로 화끈하게 마무리됐다. 

3년 만에 돌아온 돌담병원 내 낡은 의료 장비는 업그레이드 되었고, 최신 의료 기기가 구비된 수술실도 마련되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돌담병원의 막강한 후원자였던 신 회장(주현 분)이 더 이상 그곳에 없다. 그리고 그를 대신해 거대재단 이사장 자리를 차지한 사람은 바로 그 시즌1 내내 악의 '치트키'였던 도윤환이었다. 
 
 낭만닥터 김사부 2

낭만닥터 김사부 2 ⓒ sbs

 
돌아온 도윤환이 가장 먼저 벌인 일은 바로 김사부의 환자 낚아채기다. 지방 행사에 가던 중 교통 사고를 당한 국방부 장관은 가까운 돌담병원으로 이송되고, 김사부는 국방장관 주치의로부터 장관이 오랫동안 아스피린을 복용해 지혈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하지만 김사부는 지체 없이 수술을 감행해, 급한 불을 껐다. 하지만 이내 돌담병원으로 거대병원의 간판 외과의인 박민국 교수(김준헌 분)팀이 들이닥쳐 국방장관의 2차 수술을 자신들이 맡겠다고 선언한다. 이 모든 일들은 김사부를 눈엣가시처럼 여기는 도윤환 이사장 머릿속에서 나온 것이었다. 

이렇게 거대재단 이사장이 된 도윤환은 김사부를 향해 자신이 가진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할 예정임을 선포했다. 그리고 도윤환 원장이 먼저 던진 이 승부수에 대해 느긋하게, 하지만 그가 모르는 패를 쥔듯 '암중모색'하며 반격을 준비하는 김사부의 모습은 시즌2를 이끄는 가장 흥미진진한 관전 포인트다. 

여전히 세상은 돈과 명예와 권력, 그리고 그것을 향한 권모술수에 능한 사람의 것이라 자신하는 도윤환과 그런 도윤환을 한껏 비웃으며 자신의 몸을 희생하면서도 응급 사고 현장에서 사람을 구하던 '인간미' 넘치는 김사부가 '인간'이라는 화두를 놓고 대립하는 대결은 그 이상의 의미로 다가온다. 

아이들은 어떻게 단련되는가 
 
 낭만닥터 김사부 2

낭만닥터 김사부 2 ⓒ sbs


흙수저임에도 실력 하나로 거대병원의 에이스로 거듭났던 강동주는 금수저들의 카르텔 그 벽을 넘지 못하고 이용만 당하고 버려진다. 그렇게 3년 흘러 또 다른 상처를 가득 가진 흙수저 의사가 돌담병원에 등장한다. 어찌 보면 강동주보다도 더하다. 부모님이 음독을 한 현장에서 홀로 살아남은 아이 서우진은 따라가기도 힘든 의대 과정을 아르바이트를 하며 자퇴서를 품은 채 견뎌냈다.

전문의를 딴 후 오로지 돈을 벌기 위해 선배 병원에 따라갔지만, 병원은 의료법 위반에 걸려 폐업한다. 이후 불법을 고발한 이가 서우진이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그는 거대병원 페이닥 자리에서도 잘린다. 아버지가 남긴 빚에, 학자금 대출까지 짊어진 그는 이후 자신의 신장을 노리는 조폭들로부터 집단 구타를 당하고 그들을 피해 자신에게 명함을 안겨준 김사부의 돌담병원을 찾는다. 

차은재라고 다를까. 서우진이 차은재를 남다르게 생각했던 지점이 있다. 누구보다 열심히고 누구한테라도 지지 않은 악바리인 아이가 사실은 '엄마가 슬퍼해서' 의대를 버티고 있었다는 사실. 그 딜레마는 흉부외과 전문의 차은재를 수술실에서 버텨내지 못하게 한다. 안정제를 복용해도, 청심환을 사탕처럼 씹어먹어도 넘을 수 없는 벽. 본원 수술실에서 잠든 차은재에게 선택지라고 던진 카드는 알고보니 김사부가 주고 간 것이었다. 

서우진과 관련된 오래된 기사까지 스크랩해서 가지고 있고, 본원의 후배가 만류하는데도 기꺼이 차은재를 품은 김사부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냥 아량을 베풀지 않는다. 아량은 커녕, 피투성이가 되어 찾아온 서우진이 돈에 자신을 팔려하자 "너같은 놈은 필요 없다"며 당장 내친다. 수술실에서 뛰쳐나온 차은재에게는 "수술실에서 도망가는 너같은 의사는 필요없다"며 다그친다.

"요즘 아이들한테 그러면 '꼰대'"라고 오영심 선생이 달래도 김사부는 끄덕도 하지 않는다. 여기서 기시감이 느껴진다. 시즌1에서도 그랬다. 육체적 심리적 트라우마 때문에 손을 쓰는 게 여의치 않았던 윤서정에게 김사부는 얼마나 혹독했던가. 사사건건 중뿔나던 강동주와는 또 얼마나 싸웠던가. 

마치 한껏 달궈진 쇠를 단단한 망치로 두드려 벼리어 날선 칼을 만들어 내듯 김사부는 늘 자신의 상처에 갇힌 아이들을 시험에 들게 한다. 어떻게든 인정받고 싶은 차은재에게 수술실에 얼씬도 하지 말라하고, 자신을 팔겠다는 서우진에게 그런 의사는 필요 없다며 일주일의 시간을 준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그 속에 믿음이 있다. 차은재든, 서우진이든 지금 이 자리까지 자신의 최선을 다해 온 이 '아이들'이 김사부가 달구어 두들기는 그 망치질 속에서 다시 최선을 다해 '정답'의 길을 찾아낼 것이라는 믿음 말이다. 그런 믿음이 없고서야 불가능한 미션이다.

그리고 바람이 있다. 뜨거운 그 불길과 같은 김사부의 가르침 속에서 아이들이 스스로 자신의 상처를 딛고 진짜 의사로 거듭나기를 바라는 것. 그 어느 곳에서도 받아들여지지 않는 외과의, 수술실에도 갈 수 없는 흉부외과의, 그 최악의 상황을 이겨내려면 저 정도의 '제련'은 어찌 보면 불가피한 과정인 듯싶다. 

그 불가능한 미션이, 상처받은 아이들이 김사부의 단련 과정에서 몸부림치며 성장하는 과정이 시즌 1에서도 그랬듯 <낭만닥터 김사부>의 진짜 이야기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5252-jh.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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