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드라마 <메시아> 스틸 컷

넷플릭스 드라마 <메시아> 스틸 컷 ⓒ Netflix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콘텐츠가 지닌 가장 강력한 매력은 바로 <하우스 오브 카드>의 성공에서부터 드러난 과감함일 것이다. 실제로 다른 제작사나 배급사들이 영상화하기를 주저하는 소재들을 선택해, 가감 없이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어서 성공하는 것이 넷플릭스의 주특기이기도 하다.

넷플릭스가 지난 1일 공개한 드라마 <메시아>도 마찬가지다. 여러 방면에서 논쟁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예수의 재림이라는 소재를 넷플릭스는 멋지게 포장하는 데 성공했다.

전쟁과 테러로 인해 혼란스러운 팔레스타인에 알라의 이름으로 말씀을 전파하는 한 남자가 등장한다. 전쟁에 지친 사람들은 그의 매력적인 언변에 위로를 받는다. 그가 설교하던 중 거대한 모래폭풍이 불어닥쳐 도시를 공격하던 군대가 퇴각하자, 사람들은 그를 '알 마시히', 즉 구세주라고 떠받들기 시작한다.

자신을 추종하는 난민들과 함께 이스라엘로 향한 알 마시히는 믿기 어려운 여러 기적을 보여주며 신의 말씀을 전한다. 중동에서의 또다른 혼란을 우려하는 CIA와 모사드는 그의 정체를 밝히기 위한 작전을 시작한다. 

상상하기는 쉽지만 설득력을 갖춘 이야기로 만들기는 쉽지 않은 소재다. <메시아>는 이를 세 가지 축을 지닌 이야기로 풀어낸다. 첫 번째 축은 종교적 측면이다. <메시아>는 알 마시히를 이슬람 문화권(팔레스타인), 유대교 문화권(예루살렘), 기독교 문화권(텍사스, 워싱턴 D.C.)으로 이동시키면서 그의 설교에 반응하는 서로 다른 종교인들의 모습을 묘사한다.
 
 넷플릭스 드라마 <메시아> 스틸 컷

넷플릭스 드라마 <메시아> 스틸 컷 ⓒ Netflix

 
예수와 비슷한 내용의 설교를 하고 유사한 기적을 보여주는 알 마시히에 대한 종교인들의 태도는 믿음, 불신, 유보 등 제각기 다르다. 미국에서는 사람들이 치유의 기적을 바라고, 팔레스타인에서는 안티파다(민중 봉기)가 재발하는 식이다. 이는 세 종교가 기본적으로 메시아의 존재를 긍정하면서도 예수의 존재와 재림에 대해서 교리적으로 각기 다른 해석을 지니고 있음을 반영한 결과물이다.

다만 <메시아>에서는 각 종교의 다른 해석보다, 기독교 중심적 관점에서 예수가 맞는지 아닌지를 따지려는 경향이 더 두드러져 보인다. 이러한 점은 다소 아쉬움을 남긴다. 물론 작품의 주된 배경이 미국이고, 또 미국에서 제작된 작품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자연스러울지도 모른다. 그러나 소재가 지니는 파급력과 논쟁을 감안했을 때 이러한 묘사나 태도는 편향적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

두 번째는 정치, 특히 국제정치와 관련된 측면이다. <메시아>는 미국과 이스라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미국과 전 세계라는 세 가지 국제정치적 관계를 플롯 속에 녹여냈다. 또 메시아의 존재로 인해 동맹 관계에 이견이 발생하고, 적대 관계가 심화되며, 2차 세계대전과 9.11 테러 이후 미국 중심으로 재편된 세계질서가 흔들리는 긴장 상태를 플롯의 원동력으로 삼는다. 이처럼 폭발력을 갖춘 정치적 이해관계를 건드리다 보니 <메시아>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전쟁, 테러를 둘러싼 증오의 역사, 미국의 외교적 스탠스 변화 등 국제관계에 대해 많이 알수록 더 깊게 빠져들 수 있는 드라마이기도 하다.

마지막은 사회적 측면이다. 특히 언론과 SNS에 대한 묘사가 인상적이며, '아랍의 봄' 당시 SNS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것을 연상시킨다. <메시아>에서 알 마시히에 대한 의제나 정보는 주로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를 통해서 확산되며, 이는 사람들 사이에서 즉각적인 변화나 피드백을 발생시키고 사회적인 긴장관계를 유발한다. 대학교 이슬람교 관련 강의에서 학생들의 의견이 충돌하거나, 온라인 상으로 사람들이 정반대의 의견을 나누는 장면들이 그 예시다.

흥미로운 것은 이러한 세 가지 측면이 드라마 전반에 걸쳐 다양한 긴장관계를 만든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예수가 기적을 행하는 장면의 경우, <메시아>는 다양한 측면에서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반박을 제시하면서 관객들로 하여금 알 마시히의 존재에 대해서 끊임없이 의심하고 고민하게 만든다. 이는 이 작품의 장르적 정체성과도 연관된다. 넷플릭스는 이 드라마를 스릴러로 소개하고 있는데, 실제로 <메시아>는 예시와 같은 서스펜스에 기초해 효과적인 스토리텔링을 보여주고 있다.
 
 넷플릭스 드라마 <메시아> 스틸 컷

넷플릭스 드라마 <메시아> 스틸 컷 ⓒ Netflix

 
작중 서스펜스는 크게 두 가지 유형이 있다. 하나는 작중 인물과 시청자 사이의 정보 차이를 이용한 서스펜스다. <메시아>는 각자 제한된 정보를 토대로 그를 신뢰하는 사람들과 그를 의심하고 자신의 신념대로 움직이는 사람들을 대조한다. 이 경우 시청자는 작중 인물과 달리  양쪽의 생각과 계획을 다 알게 되고, 이러한 정보량의 차이는 앞으로의 전개를 궁금하게 만드는, 스토리 전개에 있어서 서스펜스를 만들어낸다.

다른 하나는 작중 인물과 시청자들이 같은 상황에 놓였을 때 생기는 서스펜스다. 드라마 내에서 알 마시히를 신뢰하는 이들과 불신하는 이들, 그리고 시청자들은 그가 진짜 메시아인지 아닌지 알 수 없다. 알 마시히 본인을 제외하면 드라마와 내외적으로 관련된 모든 이들을 동일한 불안함과 묘한 기대감 속에 빠뜨리는 것이다. 이러한 서스펜스는 보다 감정적으로 드라마의 몰입도를 높여준다.

또한 <메시아>는 넷플릭스의 긍정적인 영향력을 보여주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전 세계 드라마 산업에서 미국이 가진 자본과 영향력은 막강하다. 그러나 미국에선 여전히 유대계와 기독교계의 입김이 세다는 점을 고려하면, <메시아>와 같은 드라마의 등장은 놀라운 일이라고 할 수 있다. 팔레스타인, 이스라엘과 미국 간의 불편한 국제관계는 물론 각종 미군의 전쟁범죄와 종교 간의 충돌을 모두 건드리는 창작물에 반대할 세력이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지에서 이 드라마를 비난하는 반응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오리지널 콘텐츠로 OTT 전쟁에서 살아남고자 하는 경영진의 의지, 이를 가능케하는 풍부한 자본력,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구축된 독자적인 배급망 덕분에 넷플릭스의 앞길에는 큰 장애물이 없어 보인다. 물론 최대한 장르적으로 접근해 불필요한 논쟁을 줄이려는 노력의 흔적도 보인다. 그렇기에 <메시아>라는 종교적, 사회적, 정치적으로 민감한 소재를 뚝심 있게 영상화할 수 있었을 것이다. 두둑한 배짱을 바탕으로 하는 <메시아>와 같은 신선한 시도들은 많은 영화, 드라마 팬들이 넷플릭스로부터 헤어 나오지 못하는 결정적인 이유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원종빈 시민기자의 개인 브런치에도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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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읽는 하루, KinoDAY의 공간입니다. 서울대학교에서 종교학과 정치경제철학을 공부했고, 지금은 영화와 드라마를 보고, 읽고,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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