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방송된 < SBS 스페셜 > '끼니외란-다크초콜릿 다이어트' 편은 다이어트의 배후에 치열하게 벌어지는 음식 정치를 다루었다. 이어 < SBS 스페셜 >은 12일 영양제에 타깃을 맞추었다. 영양제는 다이어트 못지않게 우리 삶과 밀접하다. 지난 2018년 기준 영양제 시장 규모는 4조2000억 원을 넘어섰으며 우리나라 사람의 절반 정도가 영양제를 복용하고 있다고 한다. 방송은 그 영양제의 필요성에 대한 평행선같은 주장과 그 이면에 숨겨진 또 다른 막후 전쟁을 다룬다. 
 
 < SBS 스페셜-끼니外란 영양제 진실 게임 >의 한 장면

< SBS 스페셜-끼니外란 영양제 진실 게임 >의 한 장면 ⓒ SBS

 
평행선과 같은 영양제 진실 게임

비타민C는 과거 대항해 시대, 오랜 기간 신선한 채소를 먹지 못한 선원들이 죽어가면서 그 중요성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비타민과 미네랄은 결핍되면 우리 몸에 문제가 생기는, 중요한 영양소이다. 제약산업이 발달해, 이제는 양털을 용매제로 녹여 비타민 D를 만들고 아스팔트의 주재료로부터 비타민 C를 추출할 수 있다. 영양제를 더욱 저렴한 가격에 공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여에스더, 홍혜걸 의학 박사 부부는 과도한 업무와 불규칙한 식사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갖가지 영양제로 극복하고 있단다. 여에스더는 아침 식사를 한 후 밥 한 공기 양에 버금가는 26알의 다양한 영양제를 삼킨다. 홍혜걸 역시 30대 후반부터 젊음과 활력을 유지하기 위해 영양제를 섭취해 왔다고 한다. 그는 "과로로 인한 신체적 부담과 불규칙한 식사로 인한 영양 불균형을 저비용으로 해결할 수 있다"며 영양제 섭취를 적극 찬성한다.

반면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 비만연구소장 베리 팝킨 교수의 입장은 달랐다. "제철 체소와 과일을 섭취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그는 영양제 무용론을 주장한다. 자연에서도 충분한 영양을 취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더구나 그는 "기름진 음식이나 정크푸드를 먹는다면 아무리 좋은 영양제도 소용 없다"고 강조한다. 

좀 다른 의견도 있다. 젊은 시절 여러 질병으로 고생했던 폴 자미넷, 수칭 자미넷 부부는 식습관의 변화를 통해 만성 질환을 고쳤다고 한다. 현재 암을 비롯한 여러 질병 연구에 헌신하고 있는 두 사람은 사골 국물로 무기질을, 내장 중심의 고기 섭취를 통해 단백질을, 코코넛 오일로 지방을 섭취하는 식단으로 필수 영양소를 보충한다.

그러나 이들 부부는 자연의 음식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말한다. 특히 겨울철에는 비타민 D가 부족하다고. 또 부부는 "일주일에 12개의 굴을 먹으면 아연을 충분히 섭취할 수 있다고 하지만, 막상 매주 12개의 굴을 먹을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냐"고 되묻는다. 그들이 매일 혹은 일주일에 한번씩 부족한 영양 성분을 각종 영양제로 섭취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자연 식품을 통한 영양소 섭취를 주장하는 하버드 건강 식단 역시 종합 비타민과 비타민 D는 영양제를 통해 섭취하라고 권장한다.

반면 서울대학교 가정의학 박사 명승권 교수는 "비타민부터 끊어라"라고 말하는 비타민 무용론 전도사다. 그는 "이미 22번의 임상 실험을 통해 '각종 영양제가 암 예방에 도움되지 않는다'고 밝혀졌고 특히나 비타민제 섭취를 하면 방광암의 위험성이 오히려 52%나 증가한다"고 주장했다.

에린 미코스 존스홉킨스대 심장내과의학 부교수도 영양제 무용론을 말한다. "비타민 섭취는 심혈관계 질환 예방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비타민 D와 칼슘을 함께 섭취했을 때 뇌졸중 위험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마이클 리스토 스위스 취리히연방공과대 의학 박사 역시 노화를 막는 묘약으로 주목받는 항산화제에 대해, "선충에게 이 항산화제를 과다 투여했을 때 도리어 죽음에 이르렀다"고 말한다. "운동을 하며 항산화제를 복용하면 건강이 안 좋아질 위험이 있으며, 오히려 항산화제 없이 운동을 했을 때 혈액 신진대사가 좋아지고 당뇨병도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 SBS 스페셜-끼니外란 영양제 진실 게임 >의 한 장면

< SBS 스페셜-끼니外란 영양제 진실 게임 >의 한 장면 ⓒ SBS


비타민의 실제 효용은? 

맞물리는 주장을 검증하기 위해 제작진은 실험을 한다. 라면을 삼시세끼 먹다시피 한다는 남요한씨, 건강을 챙기기 위해 마치 식사처럼 다양한 영양제를 복용하는 현지씨, 저탄수화물-고지방 다이어트를 했지만 지금은 요요에 시달리고 있는 이영훈 PD 등의 영양 상태를 조사한 것이다.

결과는 뜻밖이었다. 일단 세 사람 모두 비타민 B6가 과잉으로 나타났다. 남요한씨는 비타민이 좀 부족했고, 이영훈 PD는 비타민 A와 B12 과잉으로 나타난 것을 제외하면 세 사람 모두 혈중 내 비타민 농도가 비슷했다. 

베리 팝킨 교수는 "채소 속 항산화물질은 우리 몸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지만, 그것이 영양제의 형태로 변했을 때 전혀 다른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즉, "활성 부위에 얼마나 흡수되는지 시판되는 영양제의 효과를 알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영양제 산업 규모는 해마다 커지고 있다. 이제는 맞춤 비타민이라며 직접 몸에 투입하는 주사요법까지 등장하고 있는 형편이다. 

여기서 < SBS 스페셜 > 제작진은 앞서 <끼니外란> 1편과 마찬가지로 산업과 학계의 유착 관계를 짚는다. 우리가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고 있는 여러 주장들의 이면에 업계의 '로비'가 있을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홍혜걸 역시 영양제로 특정 질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인식이나, 우리가 음식을 통해 먹지 않는 성분을 필요 이상 영양제로 섭취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선을 긋는다. 
 
 < SBS 스페셜-끼니外란 영양제 진실 게임 >의 한 장면

< SBS 스페셜-끼니外란 영양제 진실 게임 >의 한 장면 ⓒ SBS

 
기준이 모호한 건강기능식품 

사실 우리 사회에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영양제뿐만이 아니다. 방송 광고로 널리 알려진 '키 크는 약'은 1, 2차에 걸친 비교 실험 결과 편차가 미미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문가는 "이런 식이라면 1, 2년 먹어서는 거의 차이가 없다"고 주장한다.

제작진은 우리나라와 일본에만 있는 이른바 식약처의 건강기능식품 인정에 대해서도 꼬집었다. 한두 개의 논문 만으로 건강기능식품으로서의 효과를 인정받는 과정이 허술하다는 것이다. 관절에 특효약이라는 글루코사민은 비영리기관에서는 효과가 없다는 결과가 나왔다. 반면, 자금 지원을 받은 기관에서는 통증이 감소했다는 상반된 결과를 내놓았다. 이처럼 식약처 인증 기준 자체가 의심스러운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또 가르시니아 추출물처럼 급성 간염을 일으키거나 심장 질환 등에 부작용을 일으킬 위험이 있는 제품이 건강기능식품으로 둔갑하기도 한다. 이런 상황인데도 농림축산부는 일반 식품에도 기능성표시 제도 도입을 시도해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영양제 진실게임' 편의 결론은 모호하다. 양측의 주장은 팽팽하고, 각 주장은 나름대로 타당한 근거를 제시한다. 결국 선택은 '소비자'의 판단이다. 하지만 각종 미디어를 통해 끊임없이 확대재생산 되는 영양제에 대한 맹신주의는 사람들을 시험에 들게 한다.

그러나 어쩌면 결론은 명확할지도 모른다. 가장 기본은 신선한 식재료를 통한 규칙적이고도 건강한 식단이다. 앞서 비타민 무용론에 불을 지폈던 영국 BBC에서도 일조량이 적은 가을과 겨울철에 비타민 D 보충제 섭취를 권장했다. 또 음식으로 필수 영양을 섭취할 수 없는 노약자에게는 부족한 영양분을 영양제로 보충하는 방법을 권장했다. 중요한 건, 늘 우리가 먹는 각종 영양제들이 어디까지나 우리가 먹는 식사의 '보조'라는 것을 놓치지 않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5252-jh.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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