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강소라 인터뷰사진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길게 연기하고 싶다. 연예인 강소라와 '나' 강소라의 균형을 잘 맞춰서 오래오래 연기생활 할 수 있었으면 한다."

배우 강소라는 2020년 새해 소망을 '오래오래 연기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긴 휴식기를 마치고 돌아온 그는 한층 더 편안해진 모습이었다. 9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배우 강소라를 만났다. 

영화 <해치지않아>는 동물 없는 동물원 동산파크를 정상화시키기 위해 수습 변호사 태수(안재홍 분)와 수의사 소원(강소라 분), 동물원 사육사들이 동물 탈을 쓰고 사기 행각을 벌이는 내용을 그린다. 극 중에서 소원은 "동물 탈을 쓰고 방사장에 들어가자"는 태수의 황당한 제안에 "미친 짓"이라며 반대하지만, 빚 때문에 팔려간 동물들을 다시 데려오기 위해 계획에 동참한다.

사자의 탈을 쓰고 연기해야 했던 강소라는 "머리가 특히 무거웠다. 사극에서 가채를 쓰는 듯한 기분이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하지만 그는 "사자를 흉내내려고 하지는 않았다"며 "'어떻게 하면 (사자와) 똑같이 움직일까'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안 들킬까'가 우선이었다. 그러다보니 운신할 수가 없더라. 그냥 가만히 있기만 했다"고 덧붙였다.

극 중에서 소원은 어릴 적부터 함께한 실제 북극곰 '까만코'에게 남다른 애정을 보인다. 철창에 머리를 연거푸 부딪히며 공격성을 드러내는 '까만코'를 진정시키고 건강을 확인하는 것도 모두 소원의 몫이었다. 그러나 강소라는 실제로 이 모든 장면이 북극곰이 아니라 사람인 스태프와 함께한 촬영이었다고 고백했다.

"(촬영이 걱정돼서) 집에서 연습을 해 보려고 했다. 털이 있다면 어떨까. 냄새는, 질감은 어떨까. 숨은 어떻게 쉴까. 내 상상으로 그런 부분들을 채워넣어야 했다. (모션 디렉터 스태프가) 연기를 정말 디테일하게 해주시더라. 숨을 쉴 때 등이 들썩이는 것까지 표현해주셔서 막상 연기할 때는 쉽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배우 강소라 인터뷰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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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없는 동물원'이라는 신선하고 기발한 설정의 <해치지않아>는 자칫 공감하기 어려운, 허무맹랑한 영화가 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영화는 의외로 현실감 있는 연출과 연기로 관객들을 몰입하게 만든다. 강소라는 손재곤 감독 역시 그 부분을 가장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손재곤 감독님이 (과한 연기를) 싫어한다. 연기에서 (배우가) 너무 노력하는 게 보이거나, '나 지금 열심히 한다'는 게 화면에 보이는 것 자체를 안 좋아하시더라. 계속해서 (배우들에게) 컴 다운 하고, 내추럴하게, 과하지 않게 오버하지 않고 연기해 달라고 주문하셨다.

영화 <써니> 촬영할 때 강형철 감독님이 내게 똑같은 말을 하셨다. 내 이목구비가 진하고 팔 다리도 길고 장신이니까. 크게 잘 보이고 눈에 띄는 게 오히려 (내게는) 안 좋을 수 있다고 하더라. 더 (표현을) 하지 말고 사람들에게 생각할 여지를 남겨 두라고 조언을 해줬다. 그런 걸 보면 그게 내게 더 맞는 연기이지 않나 싶다."

1990년생 강소라는 올해로 만 서른을 맞는다. 20대 초반이었던 지난 2011년 영화 <써니>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던 그는 사실 30대를 앞두고 지난해 꽤 오랜 휴식기를 보냈다. 강소라는 "사람마다 (쉬어야 할) 시기는 다른 것 같다. 누군가에겐 빨리 오기도 하지 않겠나. 나는 쉬어야 할 타이밍에 잘 쉬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쉬게 되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했다. 그 전에는 한 작품 끝나면 바로 차기작이 정해지고, 그 사이 광고를 찍거나 행사에 가거나 해야 했기 때문에 쉴 여유가 없었다. 일은 늘 하는 거니까 관성처럼 해왔던 것 같다. 차기작이 안 정해지니까 처음에는 되게 허전하고 불안했다. 그런데 나중에는 조금 편해지더라. (마음을) 좀 놓아도 되겠구나. 나도 모르게 그동안 내가 지쳐있었구나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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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쉬면서 마음에 여유를 갖게 된 점이 가장 좋다며 웃었다. 최근 강소라는 SNS에 <겨울왕국2> 패러디 영상을 올려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 역시 "주변의 상황이나 두려움을 생각하지 말고 내가 하고싶은 것"에 집중하게 된 마음가짐 덕택에 나올 수 있었던 결과물이라고.

그는 "연예인 강소라일 때만 나를 관리하면 되는 건데, 예전에는 연예인이 아닌 자연인 상태일 때도 24시간 관리해야 하는 기분이었다. 연예인 강소라와 나 강소라를 분리하게 되면서 조금 더 편안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악플'보다는 나를 사랑해주는 팬들의 댓글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털어놨다.

"남의 말에 흔들리기 쉬운 직업이지 않나. 100가지의 좋은 코멘트가 있어도 1가지의 나쁜 코멘트 때문에 (좋은 코멘트) 99개가 사라지는 경우가 있다. 모든 댓글이 악플은 아닌데, 하나만 있어도 상처 받을 때도 많았다. 어쨌든 나를 지지하고 사랑해주는 사람이 늘 있다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그것에 초점을 맞추려고 한다. 나쁜 쪽으로 파고 들면 한도 끝도 없더라."
강소라 해치지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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