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예능 프로그램 <뭉쳐야 찬다>(아래 <뭉찬>)는 지난 2019년부터 스포츠 예능의 인기 붐을 불러일으킨 히트작으로 꼽힌다. 안정환 감독과 각 분야의 스포츠 전설들이 조기축구에 도전하는 과정을 담은 <뭉찬>은 최근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또한 <뭉찬>을 기점으로 <다함께 차차차>(풋살), < RUN >(마라톤), <씨름의 희열>(씨름), <진짜 농구, 핸섬타이거즈>(농구) 등 스포츠 예능 제작이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스포츠 예능은 과거에도 꾸준히 있었지만 오랜 기간 지속되지는 못했다. 제작에는 신경써야 할 요소들이 많은 반면 흥행성은 보장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포츠 예능은 주로 명절에나 제작되는 일회성이나 특집 파일럿 프로그램 정도가 대부분이었다.

<뭉찬>의 탄생은 기존 프로그램들의 시행착오에 빚지고 있다. 각 스포츠 분야들의 전설들이 한 자리에 모아놓고 새로운 종목에 도전한다는 포맷은 채널A <불멸의 국가대표>가 먼저 시작했고, '초짜 신생팀의 성장기'라는 스토리는 KBS <천하무적 야구단>이나 <우리동네 예체능>의 축구판이라고 할만하다.

허재(농구)에서 이만기(씨름), 여홍철(체조), 이봉주(마라톤), 박태환(수영)까지 평소에 한 자리에서 만나기 힘든 스포츠 전설들을 모아놓은 섭외력, 그리고 이들이 자신의 전문분야를 벗어난 축구에서 '어쩌다 FC'라는 팀으로 뭉친다는 설정은, 희소성 면에서 일단 시작부터 시청자들의 눈길을 잡아끌기 충분했다. 여기에 <뭉찬>은 축구와 예능간의 적절한 안배와 조화를 통하여 차별화에 성공했다.

기존 스포츠 예능들도 똑같이 겪었던 고민 요소는 하나의 프로그램 안에서 해당 종목 특유의 '전문성'과 예능물로서의 '오락성'이 얼마나 적절하게 균형을 이루느냐였다. 특정 종목 자체의 완성도나 승부에 비중을 두면 스포츠 팬들은 좋아하겠지만 해당 종목이 관심이 없는 일반 시청자들까지 유입시키기는 힘든 '마니아' 위주의 프로그램이 된다. 반면 너무 예능에 초점을 맞추면 스포츠 특유의 매력을 전달하기 어렵고 자칫 분위기가 산만해지기 쉽다. <뭉찬>보다 앞섰던 <불멸의 국가대표>가 초반의 화제성에 비해 장수하지 못한 것이나, <천하무적 야구단>이나 <우리 동네 예체능>도 결국 종영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뭉찬>의 기획은 수많은 스포츠 중 축구라는 종목을 선택했다는 것과, 안정환이라는 이 프로그램에 최적화된 리더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수많은 단체종목 중에서도 축구는 야구나 농구에 비하여 '생활체육으로서의 접근성'이 매우 뛰어나고, 보편적 공감대가 많은 스포츠다. 수많은 전문 장비와 환경이 구비되어야하는 야구나 골프, 신체조건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농구-배구 등에 비하여, 축구는 어지간해서 그라운드와 공만 있으면 누구나 즐길 수 있다.

안정환은 2002 한일월드컵이 배출한 축구영웅이자, 최근 방송인으로서 가장 성공한 스포테이너이기도 하다. 축구인과 방송인으로서 시스템을 모두 이해하고 있는 안정환이 없었다면 이 프로그램은 결코 이뤄지지 못했을 것이다. 안정환은 내로라하는 운동계 선후배들 사이에서 축구 감독 본연의 임무는 물론이고, 적절한 완급조절을 통하여 이 프로그램의 균형을 잡아주는 진정한 구심점 역할을 해내고 있다.

<뭉찬>은 구성원들 각각의 '캐릭터'가 빛나는 일종의 역할극이기도 하다. 여기에는 정형돈, 김성주, 김용만같은 연예인 출연진들의 역할이 의외로 큰 비중을 차지한다. 방송 초반만 해도 축구예능인 <뭉찬>에서 스포츠 전설도 아닌 연예인 출연자들의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선도 있었다. 하지만 연예인 출연자들이 없었다면 <뭉찬>은 결코 지금같은 인기를 얻지 못했을 것이다.

'을왕리형'(허재) '불편한 형택씨'(이형택)같이 멤버들 각각의 개성을 살린 캐릭터를 잡아주는가 하면, 자칫 운동선수들 특유의 승부근성이나 서열주의로 딱딱하기 흐르기 쉬운 분위기 속에서 적절한 농담과 딴지걸기 등으로 긴장감을 부드럽게 완화시켜주는 역할도 연예인 출연자들이 담당한다. 여홍철이나 모태범같이 축구에서는 에이스지만 예능 파트에서는 병풍이나 다름없는 멤버들도 방송을 위하여 부자연스럽게 무언가 억지스러운 연출을 해야하는 부담이 없다. <뭉찬>이 방송 전반부의 예능과 후반부의 축구 파트를 적절히 분리하면서도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었던 이유다.

물론 일각에서는 여전히 상반된 시선도 존재한다. 축구 파트를 좀 더 보고싶은 시청자들은 예능에만 치우치느라 <뭉찬> 멤버들의 축구 실력 향상이 정체된 것이나 진지함이 부족하다는 것을 지적하기도 한다. 이전의 다른 예능들과 비교해도 '어쩌다 FC'의 성장세는 더딘 편이며, 결국 2019년까지 1승을 올리는 데 실패했다.

다만 어쩌다 FC의 평균 연령대가 매우 높다는 점이나, 훈련 시간이 1주에 1회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도 감안해야한다. 아무리 대한민국 최고의 운동신경을 자랑하던 스포츠 전설들이라고 해도 축구는 엄연히 또 다른 영역이며 은퇴한지도 짧게는 수년, 길게는 몇십 년이 흘렀다. 생활체육이 활성화된 대한민국에서 조기축구의 수준이 생각보다 훨씬 높아졌다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오히려 경기 결과를 떠나서보면 어쩌다 FC가 방송 초창기와 비교했을 때 점점 발전하고 있다는 것도 사실이다.

축구팀으로서 어쩌다 FC가 고전할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는 중원에서 안정적으로 볼을 운반하고 전진패스를 뿌려줄 수 있을 정도의 미드필더가 없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지속적인 훈련을 통하여 조직적인 수비는 어느 정도 가능해졌지만 공격은 여전히 후방에서 무작정 때려대는 롱볼이 어쩌다 운좋게 아군에 걸리거나, 상대의 실책으로 인한 패스 미스가 아니면 문전까지 자력으로 공격을 전개하는게 사실상 불가능하다. 최근 조기축구 레벨에서도 상당한 수준의 퍼스트 터치와 트래핑 능력을 가진 선수가 팀마다 한두 명은 존재하지만 어쩌다 FC에는 이러한 선수가 아예 전무하다. 은퇴하거나 현역인 스포츠 전설로만 영입 범위가 정해져있다보니 조건을 맞추기도 까다롭다.

제작진은 굳이 1승을 위하여 축구선수 출신이나 연예인을 더 영입할 계획은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사실 <뭉찬>이 승부 결과에 집착했다면 굳이 선수를 더 영입할 필요도 없이 감독인 안정환을 선수로 출전시키는 방법도 있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는 이유는 지난 연말 신태용 감독과 함께 출연했던 '친구 특집' 편에서 극명하게 보여준 바 있다. 안정환 감독 투입 이전까지 나름 팽팽하던 경기 균형이 안정환의 가세만으로 불과 10분 사이에 순식간에 무너지는 모습을 보여줬다. 아무리 은퇴했다고 해도 조기축구 레벨에서 프로선수, 심지어 안정환 같은 국가대표급 선수가 한 명이라도 나선다면 순식간에 일방적인 경기가 되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승부는 <뭉찬>에서 하나의 구성요소일 뿐이다. 오히려 한편으로 <뭉찬>은 축구에 대해서 잘 모르던 팬들에게 축구의 기본적인 룰과 포지션, 자잘한 전술의 재미를 알려주는 입문서로서의 역할도 해내고 있다. 평소에 보기힘든 스포츠 전설들의 진솔하고 유쾌한 모습을 감상하는 재미, 거듭된 패배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승리에 도전하는 약팀의 성장기는 스포츠 예능으로서 필요한 모든 스토리텔링을 갖추고 있다. 축구와 예능 사이의 적절한 균형잡기를 통하여 스포츠 예능의 모범사례로 거듭나고 있다는 것이 <뭉찬>이 지금까지 안정적으로 자리잡을 수 있었던 비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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