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선수들은 기나긴 시간을 자기 자신과의 싸움으로 보내야 한다. 물론 코치도 있고 캐디도 있지만 결국 필드 위에서 경기를 소화해 내야 하는 건 선수 자신이다.

골프 선수들은 기나긴 시간을 자기 자신과의 싸움으로 보내야 한다. 물론 코치도 있고 캐디도 있지만 결국 필드 위에서 경기를 소화해 내야 하는 건 선수 자신이다. ⓒ 박상희


20세기 최고의 골퍼이자 리빙 레전드라 불리는 잭 니클라우스는 "골프의 구성요소는 50%의 멘탈, 40%의 셋업, 10%의 스윙이다"라고 말했다. 이는 골프가 멘탈에 의해 많이 좌우되는 스포츠라는 것을 증명하는 말이다. 

골프 선수들은 긴 시간 자기 자신과 싸워야 한다. 물론 코치도 있고 캐디도 있지만 결국 필드 위에서 경기를 소화해야 하는 건 선수 자신이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스포츠보다 유독 더 고독해 보인다.

지난 6일, 2009년 KPGA에 입회해 현재 SPOTV 골프 해설위원이자 골프 교습가로 활동하고 있는 고윤성 프로와 만났다. 인터뷰를 진행하며 골프 선수들이 치르는 한 경기, 한 경기가 '인생'이라는 필드에서 꿈을 키우며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모습과 많이 겹친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은 고윤성 프로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고윤성 프로는 "슬럼프가 심하게 왔을 때 필요한 건 시간밖에 없는 것 같다"는 말을 하면서 "작정하고 마음을 내려놓고 자기만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고윤성 프로는 "슬럼프가 심하게 왔을 때 필요한 건 시간밖에 없는 것 같다"는 말을 하면서 "작정하고 마음을 내려놓고 자기만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 박상희


- 골프를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는지 어린 시절 이야기를 좀 듣고 싶다.
"아버지께서 골프를 좋아하셨다. 아버지 따라서 (골프를) 재미로 하다가 흥미를 느껴서 제대로 배우기 시작했다. 그때가 초등학교 5학년 때다."
 
- 골프 선수는 보통 어떤 과정을 거쳐서 되는지 궁금하다.
"프로 선수가 되려면 성인이 되기 전까지 중고연맹에서 시합 경력을 많이 쌓고, 프로를 응시할 수 있는 나이가 되면 테스트를 거쳐서 프로로 전향하게 된다. 모든 운동이 그러하듯 골프도 프로가 되기가 쉽지 않다. 지금 주니어들은 학교 수업을 다 받아야 하지만 옛날에는 학교 특기생으로 등록이 돼서 하루 종일 아카데미에서 훈련을 받았다. 말 그대로 연습장에서 자란 셈이다. 그래서 나도 학창시절이 없어서 많이 아쉬웠던 기억이 있다.

지금 해외에 나가서 성적을 잘 내고 있는 선수들은 나와 비슷한 시스템을 겪고 자라난 세대이다. 그때 당시에는 그게 너무나도 당연시되었던 것이다. 지금은 미국과 비슷한 시스템이다. 미국은 학교를 무조건 다녀야 특기생 자격이 주어지고, 시합에 출전할 수 있다. 둘 다 장단점이 분명 있겠지만 (지금 바뀐 시스템이) 더 좋게 변한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프로 선수가 된 이후에는 주로 KPGA 활동을 하다가 해외 진출을 한다. 요즘에는 일본, 유러피언, 미국 등 해외 진출의 기회가 많이 열려 있고, 전 세계가 다 연결이 되어 있어서 우리나라 '더 CJ컵'이나 중국으로 진출해도 미국 PGA 포인트를 딸 수 있는 대회들이 있다. 보통 순차적으로 일본 투어나 아시안 투어를 가고 미국 PGA 투어가 남자 골프 선수로서 갈 수 있는 최종 목표이다. 해외 진출에 대한 관문이 높긴 높다. 대회에 출전을 하는 것조차도 출전권이 있어야 가능한데 그 출전권을 따내기 위해 퀄리파잉 토너먼트(QT)를 몇 차례 거쳐야 한다."

- 골프 선수들의 훈련 패턴이 궁금하다.
"예전에는 샷 연습이나 숏게임 연습 시간이 아주 길었고, 바디 컨디셔닝에 대해 크게 비중을 두지 않았다. 최근에 바디 컨디셔닝의 중요도가 많이 높아지면서 이제는 선수들이 연습을 마친 후에 바디 컨디셔닝으로 꼭 훈련을 마무리한다. 그래서 연습장에서의 샷 훈련, 그린 주변에서의 숏게임 훈련, 그리고 마지막 바디 컨디셔닝까지 각각 3분의 1의 비중으로 훈련한다고 보면 된다."

- 멘탈이 굉장히 중요한 운동이라고 알고 있다. 골프 선수들만의 멘탈 관리 비법이 있는지?
"선수들의 성향에 따라 조금씩 다른 것 같다. 나 같은 경우는 중압감을 일부러 이겨내려 하지 않고, 오히려 긴장을 풀지 말자는 생각을 했다. 긴장이 아예 풀리면 방심하게 되고 반대로 극도로 긴장하면 실수가 많이 나오는데 멘탈 트레이닝 훈련을 하면서 알게 된 적정 수준의 긴장을 하고 나가면 긴장이 오히려 안 되더라.

중요한 순간에는 소극적으로 해서 잘 안되는 것보다는 실수를 하더라도 공격적으로 플레이하자는 생각으로 임했던 것 같다. 내가 확실하게 봤던 퍼팅 라인이 있고, 나의 스트로크에 자신이 있으니까 결정적인 순간에 무조건 긍정적인 포물선을 머릿속에 선명하게 그리려고 노력했다. 그것이 안정감이 쌓이면 굉장한 장점이 된다."

- 같은 동작을 반복하는 골프의 특성상 슬럼프가 쉽게 찾아온다고 들었다. 그럴 때 어떻게 극복하는지?
"평소보다 성적이 부진한 경우에도 슬럼프라고 하지만, 골프에서는 입스(yips)라는 현상이 올 때 슬럼프가 왔다고 얘기를 많이 한다. 각 동작마다 입스가 있는데, 퍼팅 입스는 홀컵 뒤쪽에 낭떠러지가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아서 퍼팅을 세게 때리지 못하는 것이다. 어프로치 입스는 백스윙이 들리지 않고, 드라이버 입스에 걸리면 타이밍을 맞추지 못하고, 치는 순간 볼이 어디로 갈지 전혀 예상을 못 하게 된다. 일종의 정신적인 병이 드는 것이다. 

사실 입스는 골프를 정말 사랑하지 않으면 생길 수가 없는 병이다. 너무 잘 하고 싶어서 생기는 건데, 나 같은 경우에는 입스가 왔을 때 골프에 대한 애착, 잘하고자 하는 생각을 일부러 비워내려고 했던 것 같다. 슬럼프가 그렇게 심하게 왔을 때 필요한 건 정말 시간밖에 없는 것 같다. 작정하고 마음을 내려놓고 자기만의 시간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사라져 있다. 상반기이면 상반기, 때로는 한 해를 내려놓고 시간을 가져야 할 때도 있다. 그러지 않고 매달리게 되면 원하는 결과에서 더 도망가더라."

- 운동이 손에 안 잡히는 때도 있었을 것 같다. 
"우선 시즌이 시작되기 전에 항상 스스로 동기부여를 하려고 노력했다. 그래도 사람인지라 정신이 해이해지고, 집중이 안 될 때도 있었지만 그럴 때마다 나의 템포, 리듬에 맞춰서 다시 집중해서 연습했다."
 
 고윤성 프로는 골프의 대중화에 대해 "골프채를 처음 잡는 나이대가 어려지고, 골프가 어린아이도 접할 수 있는 놀이 같은 개념이 되어야 조금 더 대중화가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고윤성 프로는 골프의 대중화에 대해 "골프채를 처음 잡는 나이대가 어려지고, 골프가 어린아이도 접할 수 있는 놀이 같은 개념이 되어야 조금 더 대중화가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 박상희

 
- 캐디와의 호흡이 굉장히 중요할 것 같다.
"영향을 많이 받는다. 캐디들과 투어를 돌면서 느낀 것은, 무언가를 챙겨주고 거리를 정확히 불러주는 캐디보다 경기가 잘 안 풀릴 때 정신적으로 잡아줄 수 있는 캐디가 가장 좋은 캐디인 것 같다. 거리나 그린을 읽는 것은 80% 이상 선수 스스로 해야 한다. 또 잘 될 때는 어떤 캐디가 와도 좋다. 어려울 때 선수의 멘탈을 잡아주는 중요한 역할을 캐디들이 하지 않나 싶다."

- 남자 골프 선수들의 세계 장벽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높다고 들었다. 조금 더 설명해 줄 수 있는가?
"최근 임성재 선수도 PGA 투어 신인상을 받았고, 우리나라 남자 골프 선수들도 미국에 많이 진출을 하는 추세이다. 미국 PGA 투어와 LPGA 투어는 대회에 출전하는 것조차 바늘구멍이다. 출전하기 위해 퀄리파잉 토너먼트를 거쳐야 하는데 이게 하루 이틀에 끝나는 게 아니라 굉장히 오랜 기간 시합이 쭉 이어진다. 그것을 버틸 수 있는 체력, 실력이 뒷받침되어야 하는데 해외에서는 남자 쪽에 포커스가 많이 있다 보니까 좀 더 두꺼운 선수층을 뚫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요즘에 주니어 아카데미를 가 보면 남자 선수들이 1-2명이면 여자 선수들이 8-9명이다. 주니어 선수층이 두꺼운 만큼 그만큼 좋은 여자 선수들도 많이 나와서 세계적인 무대에서 활약을 해주고 있는데, 요즘 남자 선수들도 점차 해외에서 좋은 활약을 해주고 있어서 다시 남자 주니어 선수들이 많아지는 좋은 선순환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한다. (웃음) 

우리나라와 해외의 교육 방식도 약간은 다른데, 우리나라가 연습장 매트에서 똑바로 치는 훈련을 많이 한다면 해외에서는 우선 잔디에서 보내는 시간 자체가 훨씬 많고, 볼을 일부러 비뚤게 치고 비뚤게 친 것에 대해서 리커버리 하는 훈련을 많이 한다. 직접 코스에 나가서 훈련하면서 실전에서 세이브하는 능력을 기르는 거다. 골프장이 어딜 가나 널려 있고, 골프장 가격이 우리나라의 4분의 1 정도로 저렴해서 가능한 일이다.

또 남자 선수들의 경우에는 어렸을 때부터 몸을 엄청 만드는데, 몸 만드는 것의 비중을 70%를 두고 훈련을 하다 보니까 프로 데뷔를 하기 전까지 기본적인 체력이나 근력 세팅이 잘 되어 있다. 그래서 해외 선수들이 평균적인 비거리나 안정성에서 조금 더 유리하고, 숏게임 감각이 굉장히 뛰어난 것은 사실이다.

대신에 한국 선수들은 해외 선수들보다 코스를 조금 더 꼼꼼하게 체크하는 편이어서 코스에 대한 이해도가 상대적으로 더 높다. 또 한국 선수 특유의 운동 근성도 시합할 때 유리하게 작용한다. 주니어 시절 성장 배경에 차이가 있었지만, 이제 우리나라 선수들도 근력 차이에 대한 보완을 어렸을 때부터 하고 있어서 가지고 있던 단점들을 충분히 보완해 나가고 있다."

- 골프가 어느 정도 대중화되어 있는 스포츠이기는 하지만, 20-30대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운동은 아닌 것 같다. 이에 대해 어떻게 보는가?
"(골프장) 접근성에 있어서 우리나라가 해외에 비해서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물론 스크린 골프가 생기면서 실내에서 골프를 접할 수 있게 된 것이 그나마 다행이지만 해외에서는 조금만 차 타고 나가면 저렴한 가격에 실제 잔디에서 골프를 칠 수가 있다. 또 골프를 어렸을 때부터 놀이 삼아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에서는 아직까지 (골프에 대해) 어른들이 치는 신사들의 스포츠라는 인식이 강하다 보니까 어려서부터 많이 접하지 못한다. 20-30대에 시작을 하려고 하면 한창 일을 해야 하는 시기인데다가 골프장 가격도 비싸서 현실적으로 골프를 칠 엄두를 내기가 쉽지 않다. 골프채를 처음 잡는 나이대가 어려지고, 골프가 어린아이도 접할 수 있는 놀이 같은 개념이 되어야 조금 더 대중화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 현재 SPOTV 골프 해설위원이자 골프 교습가로 활동하고 있다. 선수 시절과는 다른 방법으로 골프 발전에 기여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느끼는지 궁금하다.
"일단 '재밌다'는 말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선수로 뛸 때는 필드 위에 나 하나밖에 없다는 느낌과 오로지 나에게만 집중해야 된다는 생각에 골프를 바라보는 시야가 굉장히 좁았었는데, 해설가로 데뷔한 이후에는 다른 선수들에 대해서 더 많이 알게 되고, 코스를 바라보는 시야가 넓어졌다. 또 교습을 하면서 선수들의 스윙 메커니즘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면서 골프가 어렵기도 하지만 동시에 재밌는 스포츠라는 것을 많이 느꼈다. (골프에 대해서) 계속해서 공부해 나가고 싶다는 마음이고, 더 많은 분들에게 골프의 매력을 알려 드리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해설가로서 점점 더 성숙한 골프 해설을 하는 것이 가장 우선적인 목표다. 목표 면에서 고덕호 프로님이 롤 모델이신데, 해설을 포함한 방송 활동도 활발하게 하시면서 선수들과 아마추어를 위한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계신다. 프로님처럼 활발한 해설 활동과 더불어 내 이름을 건 아카데미 운영을 시작해서 많은 아마추어 골퍼분들이 골프를 조금 더 쉽게 접할 수 있게 대중화에 힘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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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구가 너무 좋아서, 뭐라도 기여하고 싶어서 글을 쓰는 저널리스트(journalist)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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