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에게> 포스터

<사마에게> 포스터 ⓒ (주)엣나인필름

  
작년 1월 개봉한 <가버나움>은 '나를 세상에 태어나게 한 부모님을 고소하고 싶어요'라는 문구로 큰 충격과 슬픔을 주었다. 시리아 난민을 소재로 한 이 영화는 난민 소년 자인이 슬픔으로 가득한 인생을 살던 그가 결국 자신을 이 세상에 낳은 부모를 고소하기까지 과정을 보여주며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어쩌면 <사마에게>는 <가버나움>의 전편이자 해당 문구에 대한 답을 제시하는 영화라 할 수 있다.
 
이 다큐멘터리 영화가 주는 감정을 더 깊게 느끼기 위해서는 시리아 사태에 대해 알 필요가 있다. 시리아 사태는 한 국가를 완전히 무정부 상태로 내몬 건 물론 레바논, 사우디 아라비아, 이란 등 주변국들의 참전으로 9년이 지난 현재까지 그 고통이 이어지고 있다. 이 사태의 시작은 알 아사드 정권이 시위를 무자비하게 진행되면서 시작된다.
 
작품의 주인공이자 감독이며 사마의 어머니인 와드 알-카팁 감독은 알레포 대학 재학 중 아사드 독재 정권에 반대하는 시위에 합류한다. 당시 시위는 하나의 문화였으며 하나로 똘똘 뭉친 대학생들과 시민들은 낙관적인 희망을 지녔다. 그들은 소수의 권력층보다 하나로 뭉친 다수가 더 강한 힘이 있다 믿었다. 하지만 정부의 무자비한 탄압과 고문 속에 수많은 시민들이 죽어나가면서 분위기는 바뀌게 된다.
  
 <사마에게> 스틸컷

<사마에게> 스틸컷 ⓒ (주)엣나인필름


반군 단체가 설립되고 내전이 발생하면서 시리아의 상황은 복잡해진다. 수니파와 알라위파 간의 종파 갈등과 이란과 미국과 가까운 중동 동맹국들이 참전하면서 시리아 내전은 종교 문제, 국제사회 문제로 번진다. 그저 지금의 정권을 무너뜨리고 자유를 찾고자 했던 사람들은 예기치 못한 분쟁에 빠지고 무자비한 폭격으로 고통 받는다. 시위가 격렬하게 발생했던 알레포는 끊임없는 폭격을 받는다.
 
위험 때문에 고향을 떠나는 이들도 있지만 자신들이 추구하는 가치를 위해 알레포에 남은 이들이 있다. 와드도 그 중 한 명이며 이곳에서 벌어지는 참상을 카메라에 담기로 결심한다. 후에 그녀의 남편이 되는 대학친구이자 알레포에 끝까지 남은 의사 함자 역시 마찬가지다. 폭격으로 목숨이 위태로운 이들을 위해 이곳에 남아 끝까지 저항하고자 한다. 이들의 저항은 사마가 태어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와드는 카메라를 통해 알레포에서 벌어진 참상을 기록하고자 한다. 이 기록의 결말은 결국 자유와 희망을 위해 투쟁한 자신들의 승리가 될 것이라 여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상황은 악화되어 간다. 병원이 폭격을 당하는가 하면 알레포가 완전히 포위되어 빠져나가는 게 불가능한 지경에 이른다. 그저 알레포에서 친구들과 지내는 게 행복했던 아이들은 하나 둘 마을을 빠져나가는 친구들을 보며 슬픔에 빠지고 폭격에 목숨을 잃는다.
  
 <사마에게> 스틸컷

<사마에게> 스틸컷 ⓒ (주)엣나인필름

 
이런 아비규환 속에서 와드는 불안에 휩싸인다. 병원에서 아이들이 하나둘 죽어나갈 때마다, 병원이 폭격을 당할 때마다 혹 사마가 어떻게 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을 한다. "이런 세상에 태어나게 한 엄마를 용서해 줄래?"라는 와드의 말은 사마를 향한 애정과 불안을 보여줌과 동시에 <가버나움>이 던졌던 질문에 대한 중요한 답을 제시한다. 누구나 아이들에게 행복하고 밝은 미래를 그려주고 싶어 한다. 하지만 현실은 세상에 태어나게 한 사실 그 자체만으로 죄책감을 느끼게 만든다.
 
와드와 함자가 그렸던 건 밝은 미래다. 작품 속 폭격을 당한 임산부 배에서 제왕절개로 꺼내낸 아이를 힘겨운 노력 끝에 아이와 임산부 모두 살려낸 거처럼 노력이 있으면 희망이란 기적이 다가올 것이라 여겼다. 그리고 그 기적의 순간 사마가 있길 바랐다. 사마는 지옥 같은 현실 속에서 와드와 함자를 웃게 만들고 다시 일어설 수 있게 만드는 존재다. 그래서 시린 겨울이 지나고 다시 봄날이 올 것이라 믿었다.
  
 <사마에게> 스틸컷

<사마에게> 스틸컷 ⓒ (주)엣나인필름

 
하지만 시리아 내전은 9년이 지난 지금도 지속 중이다. 이때 태어난 아이들은 560만 명의 난민들 중 일부가 되어 고향을 떠나 빈곤한 삶을 살아간다. <가버나움>의 자인처럼 출생증명서도 없고 어린 여동생이 가족을 위해 팔려가는 걸 지켜봐야만 하는 불우한 유년시절을 보내게 되는 것이다. '나를 세상에 태어나게 한 부모를 고소하고 싶다'는 자인의 원망은 이 영화 속 지옥과도 같은 알레포의 모습으로 형상화된다.
 
어느 부모도 자식에게 '태어나게 해서 미안하다'라는 말을 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사마에게>는 그 슬픈 순간을 비참하게 보여주며 시리아 사태에 대한 전 세계적인 관심과 평화와 저항의 목소리를 내줄 것을 촉구한다. 어쩌면 매일 반복되는 고통과 비명이 도돌이표처럼 느껴질지 모른다. 하지만 이 도돌이표가 시리아의 현재이다. 마침표를 찍기 위해서는 눈물과 동정이 아닌 행동이 촉구되어야 함을 힘 있게 이야기하는 강한 에너지를 품은 영화라 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김준모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브런치, 씨네리와인드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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