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하의 신보 < UNSTABLE MINDSET >

윤하의 신보 < UNSTABLE MINDSET > ⓒ C9엔터테인먼트

 
얼마전, 트위터상에서 소소하게 화제가 된 트윗이 있었다. '윤하라는 분이 누구인가요?'라는 글이었다. 이 글을 쓴 이 어린 네티즌은 처음 보는 이름이 실시간 차트 1위에 올라 있는 것을 보고, '사재기'처럼 불명예스러운 단어를 떠올렸는지도 모르겠다.

네티즌들은 '윤하를 모르는 세대가 등장했구나'라며 웃음을 터뜨렸다('나도 늙었구나'며 자조하는 사람도 있었다!). 나는 그 네티즌의 트윗을 읽고, 윤하의 음악 인생이 그만큼 오래 되었다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10대 시절인 2004년, 일본 무대에서 데뷔한 이후로 16년이다. 한국 무대에서 '오디션'을 불렀을 때를 기준으로 삼아도 14년여의 세월이다.

뮤지션은 음악으로 이야기한다

어엿한 '중견 가수' 윤하가 신보 < UNSTABLE MINDSET >을 발표했다. 지난 여름에 발표되었던 발라드 앨범 < STABLE MINDSET >의 후속작이다. 연작이라는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 앨범 재킷 이미지의 구도 역시 동일하다.

이번 앨범은 화자가 불안의 과정을 통해 성장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그렸다. 'WINTER FLOWER(설중매)'는 그 의도를 확실하게 한다(이 곡은 방탄소년단의 리더인 RM이 피처링을 하면서 화제가 되었고, 미국을 포함한 전세계 52개국 아이튠즈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오래전부터 윤하의 팬을 자처해왔던 RM으로서는 오랜 꿈을 이루는 계기가 되었다). 곡의 중심을 잡고 있는 신시사이저 사운드와 RM의 랩 가사, 그리고 후반부에서 기승전결을 확실하게 표현하는 윤하의 보컬은 고난을 극복한다는 주제 의식과 궤를 함께 한다.

"누구나 힘들다. 어른이 된 네게 그 말은 못 되네 위로가.
똑바로 들어, 네가 날 피운거야"
- 'WINTER FLOWER' 중


타이틀곡 '먹구름'은 밴드 사운드가 두드러지는 록 발라드 트랙이다. 윤하는 유독 '비'라는 제재를 좋아했다. 2집의 '빗소리', 에픽하이의 '우산', 4집의 '소나기' 등 비라는 자연물이 만들어내는 특별한 감상을 노래한 경우가 많았다. '먹구름'은 '소나기'처럼 록 사운드를 기반으로 그리움을 토해내는 곡이다. 윤하가 이번 앨범을 소개하면서 '먹구름 뒤에 비가 내리지만 뒤바뀐 순서'라는 표현을 썼듯이, 가사적으로는 '비가 내리는 날에는(2019)'과 맞닿아 있다. 발매 순서와 이야기의 순서가 역으로 뒤바뀐 것.

윤하의 자작곡인 '다음에 봐'는 '먹구름'과는 또 다른 방식으로 이별을 이야기한다. '언제쯤일까'라면서 이별에 익숙해진 것처럼 말하지만, '언제나 항상 마음 속에서 생각하고 있었다'며 속내를 털어 놓는다. 이어지는 '스무살 어느 날'은 과거의 사랑을 회고하고, 나이테가 쌓이는 만큼, 설득력을 가질 수 있는 발라드다.
 
언제쯤일까 우리가 자라길 기다렸던 게
언제쯤일까 시간이 우리를 넘어버린 게
- '다음에 봐' 중

 
마지막 트랙 '26'에 이르러 윤하는 확실한 분위기 반전을 꾀한다. 이 트랙의 경쾌한 록 사운드와 속도감은 그녀의 오랜 팬들에게 추억을 회상할 수 있도록 돕는다. 서지음 작사가의 쓴 가사, 과거의 시간을 향해 '나의 멋진 우주여 안녕'이라고 표현하는 작별의 태도는 특히 성숙하다.

윤하는 이번 앨범을 통해 불안정과 아픔을 직시하는 사람의 모습을 그려냈고, 더 나아가 한 걸음 더 성장한 사람의 모습마저 그려냈다. 다섯 곡의 구성이지만, 전작 < STABLE MINDSET >과의 연결 고리 속에서 정규 앨범 못지않은 서사의 구조를 지니고 있다. 

윤하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과 '대중이 공감할 수 있는 음악' 사이의 절충점을 찾아냈다. 올드팬들의 향수를 자극하고, 라디오 친화적인 노래들을 만들면서도, 윤하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노력 역시 멈추지 않았다. 연말 콘서트 때 드러낸 윤하의 자신감에는 근거가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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