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브처럼 송하예처럼 임재현처럼 전상근처럼
장덕철처럼 황인욱처럼 사재기좀 하고싶다 ^^ ;;'

 
지난해 11월 24일 아침, 아이돌 그룹 블락비의 멤버 박경이 트위터에 올린 글로 인해 인터넷은 발칵 뒤집혔다. 현역으로 활동하는 가수가 다른 가수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음원 사재기 논란을 언급한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바이브와 송하예를 비롯, 그의 트윗에 언급된 가수들은 '사실무근'이라며 법적인 조치를 천명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 박경에게 '열사'라는 호칭을 붙이는 네티즌들도 있었다. 음원 차트에 대한 대중들의 불신은 커져만 갔다. 헤이즈와 방탄소년단의 진은 사재기 논란에 대한 소신을 우회적으로 피력했다.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라는 곡을 발표한 마미손의 재치는 화룡점정이었다. 
 
 <그것이 알고 싶다>의 한 장면

<그것이 알고 싶다>의 한 장면 ⓒ SBS


박경이 쏘아 올린 공이 그리는 궤적은 컸다. 지난 4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1197회는 '가요계 음원 사재기 논란'의 실체를 주제로 삼았다. 2018년, 대중적으로 인지도가 낮았던 닐로의 '지나오다'가 엑소 첸백시, 위너, 트와이스 등의 아이돌 가수들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심지어 50대 음원차트에서 김연자의 '아모르파티'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아이돌 팬들이 열정적으로 음원을 재생하는 새벽 시간대에, 닐로는 더 높은 그래프를 그렸다. 대중들은 '어떻게 이런 성적이 가능하냐'는 의문을 제기했지만, 물증이 없는 상황이었다. 당시 문체부 차원에서 자체 조사를 진행했으나, 조작에 대한 증거를 찾을 수 없었다는 결론이 났던 바 있다.

인터뷰에 응한 홍보대행업체들은 영향력이 있는 페이스북 페이지와 일반인의 유튜브 커버 영상 등을 통해 음원 순위를 높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다른 주장이 제기되었다. 또 다른 홍보대행업체 관계자는 페이스북 페이지는 명분에 불과하며, 차트 자체에 대한 조작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가짜 아이디를 생성한 후, 매크로 프로그램을 통해 음원을 재생하는 작업을 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음원 사이트의 기존 이용자 아이디에 대한 해킹 작업, IP의 거래가 이루어졌다는 정황도 발견되었고, 억대의 가격으로 음원 차트 성적을 보장하겠다는 업체도 있었다.
 
싱어송라이터 말보, 밴드 술탄 오브 더 디스코, 그리고 타이거 JK 등의 뮤지션 역시 '사재기'의 존재를 인정했다. 홍보대행업체로부터 제의를 받았으나, 거절했다는 사실을 고백했다. 조작 업체는 말보에게 '쉽게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장소와 가사', '취해야 되고 그리워하는 내용의 노래', 미디엄 템포 발라드 노래'를 만들어야 한다고 종용했다. 인디 밴드 술탄 오브 더 디스코 역시 비슷한 제의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아티스트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색깔, 음악성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차트, 뒤엎지 않는 이상 '사재기' 반복된다

충격적인 내용의 연속이었다. '그것이 알고싶다' 이번 방영분은 우리 사회 전방위에서 조작이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 주었다. '음원 사재기'는 대중의 기호를 왜곡하고, 정당하게 창작을 하는 뮤지션들에게 피해를 입히는 범죄 행위다. 왜 이렇게 기형적인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가? 음원 차트가 대중의 음악 감상 문화를 좌우하는 독립 변수이며, 더 나아가 취향을 형성하는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음원 사이트와 매스 미디어가 다양한 음악을 소개하는 데에 있어 충분한 역할을 못 하는 가운데, 실시간 차트의 영향력은 유효하다.
 
음원 사재기는 단순히 특정 뮤지션들을 시장에서 배제하는 것만으로 근절되지 않는다. 음원 차트 조작에 대한 시도가 계속되는 이유는, 차트가 음악 감상 문화를 좌우하는 현실 때문이다. 적극적으로 음악을 찾지 않는 사람들은 '실시간 차트 100'을 듣는다. '요즘 사람들이 가장 많이 듣는 음악'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실시간 차트가 현상을 반영한 것이 아니라, 조작한 것이라면, 오히려 음악 듣기의 경험을 제한하고 있다면 존재의 명분이 있는가.

과거 가수 윤종신은 자신의 SNS를 통해 "차트는 현상의 반영인데 차트가 현상을 만드니 차트에 올리는 게 목표가 된 현실"이라며 "실시간 차트, TOP 100 전체 재생 이 두 가지는 확실히 문제라고 본다. 많은 사람이 확고한 취향을 가지도록 유도하고 돕는 플랫폼이 되어야 한다"는 소신을 밝힌 적이 있다. 지금과 같은 플랫폼이 유지되는 이상, 차트에 대한 조작 시도는 반복된다. 예술이 아니라, 차트만을 고려한 공산품이 만들어질 가능성 역시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스포티파이와 애플뮤직처럼 취향 기반의 플랫폼이 의의를 가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날 방영분에 출연한 엠와이뮤직(정준일, 디어 클라우드의 소속사) 윤동환 대표는 '내가 무능해서 이 앨범을 사람들한테 알리지 못했나'라는 생각이 든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예술은 자본의 논리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그러나, 이는 예술이 자본에 종속되어도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반칙과 편법이 합리화될 수 있다는 의미는 더욱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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