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뉴스토리> '전두환과 추종자들, 그리고 추적자' 편의 한 장면

SBS <뉴스토리> '전두환과 추종자들, 그리고 추적자' 편의 한 장면 ⓒ SBS

 
지난해 12월12일은 12.12군사반란이 일어난 지 40년이 되던 날이다. 군대 내 하급상과 내란죄를 저질렀던 전두환과 정호영, 최세창 등 신군부 세력들이 이날 강남의 한 식당에 모여 오찬을 즐겼다. 한 사람당 20만 원의 고급 오찬을 즐긴 그 자리에서 전두환씨는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예우를 박탈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자리를 함께한 이들로부터 여전히 각하라 불렸다.

12.12군사반란으로 군을 장악한 신군부. 이들은 5.18광주민주화운동을 무력으로 진압하고 민간인을 학살하였으며, 정권을 찬탈한 뒤엔 진실을 은폐하거나 왜곡하는 일에 주력해 왔다. 그동안 수많은 피해자들의 증언과 증거가 제시돼 왔으나, 5.18광주민주화운동은 여전히 진상규명에 난항을 겪고 있다.

2020년은 5.18광주민주화운동 40주년이 되는 해다. 4일 오전 방송한 SBS <뉴스토리> '전두환과 추종자들, 그리고 추적자' 편에서는 5.18광주민주화운동의 진실을 은폐한 자들은 누구이며, 그들이 어떻게 진실을 왜곡해 왔는지에 대해 취재했다.

서울시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고급식당. 논란이 일었던 12.12 오찬이 열린 곳이다. 식당은 홀 없이 모두 방으로 꾸며진 구조였으며, 가장 싼 단품요리가 점심식사로 8만 원을 호가했다. 식당 측은 그날 오찬을 누가 예약했는지, 아울러 계산은 누가 했는지에 대해 밝히기를 꺼려했다. 취재 결과 이날 부부동반 모임을 주선한 사람은 최세창씨와 정호영씨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식사자리에는 극동방송 이사장 김장환 목사도 함께했다.

최세창씨와 정호영씨는 전두환씨와 함께 12.12군사반란과 5.18광주학살에 적극 개입해 유죄가 확정됐고, 훈장도 박탈된 인물이다. 현재 진상규명조사 대상인 계엄군 집단발포와 암매장 등 민간인 학살에 연루된 부대 책임자들이다. 최근 5.18 당시 최세창씨의 3공수여단이 주둔했던 옛 광주교도소 부지에서 신원 불상의 유골 40여 구가 발견됐다. 실제로 5.18 희생자 유골인지의 여부는 유전자 감식이 이뤄져야 하는 까닭에 반 년 가까운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이 유골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그동안 이곳에서 계엄군이 집단 암매장을 했다는 증언이 잇따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두환씨는 2년 전 회고록을 통해 암매장은 유언비어라고 주장했다. 5.18단체가 가처분신청을 내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유언비어라는 문구는 회고록에서 결국 지워졌지만, 5.18 직후부터 계속돼온 왜곡된 주장은 지금도 반복되고 있다. 전남대 5.18연구소 김희송 교수는 "3공수가 외곽 철수를 해서 광주교도소에 주둔했다. 이곳에서 가장 많은 민간인을 학살했는데, 이를 교도소 습격사건으로 왜곡했다"고 말한다.

전두환 추적자, 그의 싸움은 현재진행형

골프를 치러온 전두환씨에게 "5.18 학살 책임에 대해 한 말씀 해달라", "발포명령 직접 내리지 않았느냐"는 질문을 던지고, 12.12군사반란 주역들의 부적절했던 12.12 오찬을 만천하에 알렸던 한 남성. 임한솔 서울 서대문구 구의원이다. 그는 전두환씨 골프 회동 이후 이른바 전두환씨 추적자로 불린다. 알츠하이머를 사유로 재판에는 불출석하고 골프를 치러온 전씨. 임한솔 의원은 그와 대화하면서 어떤 인상을 받았을까?
 
 SBS <뉴스토리> '전두환과 추종자들, 그리고 추적자' 편의 한 장면

SBS <뉴스토리> '전두환과 추종자들, 그리고 추적자' 편의 한 장면 ⓒ SBS

 
"5.18 광주 학살에 대한 책임을 물을 땐 본인이 당시 명령권자가 아니었다는 식으로 본인의 책임 없음을 강변하다가도 세금과 추징금 문제를 들고 나오니까 답변이 궁색해졌는지 대화의 태도를 180도 바꿔 저를 조롱하고 비꼬는 식으로 '네가 좀 내줘라' 이렇게 답변하는 모습을 보면서 정신이 맑고 또렷한 상태라는 인상을 받았다"

지방세 9억7천8백만 원을 체납한 서대문구 1위 체납자 전두환씨의 세금 추징을 촉구해온 임한솔 구의원. 그는 요즘 전씨 체납 세금 추징을 위해 은닉 재산 추적에 집중하고 있다. 전씨의 진정한 반성과 합당한 처벌이 이뤄진다면 언제든 추적을 그만두겠다는 임씨. 그는 "5.18에 대해 틈만 나면 부정적으로 평가하려는 세력이 남아 있기에 전두환씨 개인과 싸우고 있다고 생각지 않는다"며 "5.18이 아직 끝나지 않은 현재진행형의 역사라는 사실을 국민에게 각인시키고 관심을 독려하기 위해 계속해서 추적과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전두환씨는 5.18 당시 헬기 사격을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현재 광주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강제구인장이 발부돼 출석한 첫 재판 이후에는 알츠하이머 등을 이유로 재판에 불출석 중이다. 전씨 재판의 핵심 쟁점은 5.18 당시 헬기 사격 여부다. 국방부 5.18특별조사위원회는 조종사들의 진술과 헬기사격지침 그리고 전일빌딩 헬기사격 탄흔 등을 근거로 헬기사격이 있었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러나 전두환씨 측 증인으로 재판에 나온 당시 헬기 조종사와 부대장들은 이미 드러난 헬기 무장 사실마저도 부인했다. 그렇다면 이들은 수차례의 조사와 증언으로 이미 드러난 객관적 사실마저 왜 부인하고 있는 걸까? 5.18기념재단 조진태 상임이사는 "일부 세력이 전두환을 다치지 않도록 보호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김희송 교수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하거나 새로운 진술을 거부했을 때 이를 강제할 수단이 없다는 한계가 조비오 신부 명예훼손 재판 과정에서 확인되고 있다. 이에 대해 고민해봐야 할 시점"이라고 주장한다.

독버섯처럼 확산되는 5.18 왜곡과 폄훼, 그 정점은 전두환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가 올해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다. 조사 위원의 적절성을 놓고 파행을 겪어오다 15개월이나 늦춰진 뒷북 출범이다. 지난해 12월 16일 국회에선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 출범을 앞둔 토론회가 개최됐다. 이 자리에서는 강제조사권이 없는 진상조사위의 직무 한계와 신군부가 왜곡한 5.18 관련 기록의 확산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가장 많았다. 5.18민주화운동 부상자회 허연식 연구실장은 "왜곡 조작 은폐와 폐기 이런 과정들이 광범위하게 진행됐다. 관련 가해자들의 경우 대부분 조직적으로 관리되고 있다는 측면에서 피해자를 중심에 놓고 진행하지 않으면 자칫 미궁으로 빠질 가능성이 있다"며 작금의 상황을 우려했다.

신군부가 왜곡한 기록들이 최근 일부 유튜브 채널을 통해 확산되면서 5.18 진상규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들은 정부의 접속 차단 조치에도 불구하고 채널을 바꿔가며 5.18 북한군 투입설 등 가짜뉴스를 퍼트린다. 유튜브 등을 통한 5.18 진실 왜곡은 단순히 거짓된 정보를 퍼뜨리는 데 그치지 않는다는 사실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SBS <뉴스토리> '전두환과 추종자들, 그리고 추적자' 편의 한 장면

SBS <뉴스토리> '전두환과 추종자들, 그리고 추적자' 편의 한 장면 ⓒ SBS

 
지난해 일부 야당 국회의원들의 5.18 망언처럼 해당 현상은 정치권에도 독버섯처럼 번지고 있는 실정이다. 비슷한 주장을 펴는 세력들이 오는 4월 총선을 통해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도 덩달아 높아졌다. 대안정당 최경환 의원은 "12.12 당일에 이렇게 회식하면서 축하파티를 하는 것도 다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이들을 대변하고 옹호해주는 정치세력, 바로 극우 세력"이라고 말한다.

김희송 교수는 "5.18 민주화운동이 왜곡되고 폄훼되는 이 일련의 과정을 보면 일부 소수의 일탈 행위가 아니다"며 "5.18을 잘 모르는 분들이 잘못된 정보로 이야기하는 수준이 아니다. 조직적이다. 이 행동들이 네트워크화 되고 있다. 이의 최고 정점에 전두환씨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지난달 초 노태우씨의 장남 재헌씨가 광주 오월어머니회집을 방문했다. 지난해 8월 5.18민주묘지 방문 이후 석 달 만이다. 아버지 대신 사과하러 왔다는 재헌씨는 먼저 일본 하토야마 전 총리가 쓴 책을 건넸다. 식민지 피해자들이 더 이상 사과하지 않아도 된다고 할 때까지 거듭해서 사과해야 한다는 소신을 편 인물의 책을 통해 그의 방문 목적을 에둘러 전한 셈이다. 재헌씨는 아버지의 집을 곧 정리할 계획인데, 진상규명에 도움이 될 만한 자료가 있으면 언제든 전달하겠다고 약속했다.

5.18 이후 4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참회할 기회가 생각만큼 많이 남아 있지 않다는 의미다. 어쩌면 이번 진상규명조사위의 활동이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 과오에 대해 반성하거나 사과할 줄 모르는 전두환씨와 5.18 가해자. 이들에게 전하는 오월어머니집 정현애 이사장의 충고는 그래서 더욱 의미 깊다.

"전두환씨에게 이 얘기를 해주고 싶어요. 본인은 지금 '나 아무렇지도 않아' 이런 식으로 말하면서 12.12사태 주동자들과 함께 밥을 먹고 호의호식하고 그런 기분을 느낄 수 있을지 모르지만, 저는 자기 자식들에게 창살 없는 감옥으로, 다시 말하자면 진실 없는 세상으로 영원히 내모는 행위라고 생각해요. 지금 기회가 주어졌을 때 진상규명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자신의 거짓된 세상 속에 자기 자손들도 계속해서 가두는 셈이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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