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5년10월 '국민MC' 유재석은 지상파를 떠나 처음으로 종합편성채널 jtbc 프로그램의 MC를 맡았다. 1970년대 초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엄청난 사랑을 받았다가 홀연히 사라진 가수 식스토 로드리게즈의 발자취를 쫒는 다큐 영화 <서칭 포 슈가맨>에서 모티브를 얻은 <투유 프로젝트- 슈가맨>(이하 <슈가맨>)이었다. 공존의 히트곡을 남긴 채 대중들의 눈에서 사라진 가수들을 찾아 소개하는 음악예능 프로그램이었다. 

2015년과 2018년 두 번의 시즌에 걸쳐 방영된 <슈가맨>은 57회의 방송에서 무려 110팀이 넘는 많은 가수가 출연했다. 해외에 거주하거나 방송출연 의사가 없는 가수들을 제외한 모든 가수가 다 나왔다고 할 수 있을 만큼 다양한 가수들이 출연해 시청자들에게 추억을 선물했다. 심지어 지난 2016년 5월 31일 시즌1 33회에서는 '복원 슈가맨 특집'으로 일일 객원 멤버를 투입해 완전체가 모일 수 없는 Y2K와 UP, S#ARP, 투투를 소환하기도 했다.

하지만 작년 11월부터 시작된 시즌3에서는 출연하는 슈가맨 출연자들의 기복이 상당히 커졌다. 12월까지 4회가 방송된 가운데 시청자들에게 엄청난 반향을 일으킨 가수들도 있었지만 <슈가맨>에는 썩 어울리지 않는 가수라는 평가를 받은 출연자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많은 우려 속에 3일 방송된 5회에서는 시청자들이 미처 생각지 못했던 조합의 슈가맨들이 등장하면서 시청자들에게 색다른 즐거움과 찡한 감동을 선사했다.

태사자-양준일 이후 급격히 힘이 빠졌던 <슈가맨> 출연진
 
 양준일은 <슈가맨> 출연 후 데뷔 첫 CF를 찍고 팬미팅을 개최할 만큼 새로운 인생을 살고 있다.

양준일은 <슈가맨> 출연 후 데뷔 첫 CF를 찍고 팬미팅을 개최할 만큼 새로운 인생을 살고 있다. ⓒ jtbc 화면 캡처

 
지난 11월 말 <슈가맨>이 1년 6개월 만에 시즌3로 돌아온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대중들의 반응은 기대와 우려가 공존했다. 시즌 1, 2에서 미처 만나지 못했던 그 시절의 가수들을 만날 수 있다는 기대도 있었지만 이미 시즌 1, 2를 통해 100팀이 넘는 가수들이 소개된 만큼 더 이상 <슈가맨>에서 소환할 수 있는 가수가 거의 남지 않았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슈가맨>처럼 방송 포맷이 이미 시청자들에게 공개된 프로그램은 초반 게스트 섭외가 매우 중요하다. <슈가맨>에서도 1회 게스트로 1990년대 초·중반 <너의 마음을 내게 준다면>을 히트시킨 최연제와 1990년대 후반 많은 인기를 얻었던 4인조 보이그룹 태사자가 출연해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특히 태사자 멤버들은 향후 다시 기회가 생기면 팬들 앞에 나설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슈가맨3>에서는 방송 2회 만에 감춰 둔 히든카드를 내놓았다. 인터넷을 통해 '탑골GD'로 많은 인기를 얻고 있던 '시간 여행자' 양준일이었다. 슈가맨3 2회에 등장한 양준일은 1990년대 초반과 크게 변하지 않은 순수함과 실력을 뽐냈고 방송 후 일약 '양준일 신드롬'의 주인공이 됐다. 작년 12월 31일 세종대에서 열린 데뷔 첫 팬미팅 '양준일의 선물'을 개최한 양준일은 향후 국내에서 가수 활동을 이어갈 계획을 밝히며 팬들을 열광시켰다.

하지만 태사자와 양준일 이후 <슈가맨>의 열풍은 빠르게 식어 버렸다. 3회 방송에 출연한 AS ONE은 2017년 6월까지 싱글앨범을 발표한 '현역 가수'다. 따라서 홀연히 떠난 추억 속 가수들을 찾는 <슈가맨>의 기획의도에는 그리 어울리는 가수가 아니다. 1997년 <슬픈 얼굴>로 사랑을 받았던 ART의 경우엔 대중들에게 익숙한 4인조 원년멤버가 아닌 <하늘아>로 활동했던 3인조 3집 멤버가 출연해 시청자들에게 혼란을 주기도 했다.

작년 12월 20일 4회 방송에 출연했던 45RPM은 <즐거운 생활>로 활동하던 시절엔 멤버가 3명이었지만 <슈가맨>에는 이현배(DJ DOC이하늘의 친동생)와 J-wondo(본명 박재진)만 출연했다. 재석팀의 슈가맨으로 나온 4인조 트로트 걸그룹 LPG 역시 무려 3번이나 멤버를 전면 교체한 팀으로 2015년까지 무려 10년에 걸쳐 활동을 꾸준히 이어온 팀이다. 

최불암과 정여진, 김국환 출연으로 더욱 빛난 <슈가맨> 5회
 
 '국민 아버지' 최불암의 깜짝 출연은 객석은 물론 시청자들을 놀라게 하기 충분했다.

'국민 아버지' 최불암의 깜짝 출연은 객석은 물론 시청자들을 놀라게 하기 충분했다. ⓒ jtbc 화면 캡처

 
4회 말미에 새해 첫 방송인 5회 예고편이 나올 때만 해도 어떤 가수가 나올지에 대한 기대보다는 의심 혹은 우려가 더 컸던 게 사실이다. 최고령 슈가송을 예상한다는 유재석의 설명 속에 소개된 슈가맨은 <아빠의 말씀>을 부른 정여진이었다. 1981년 내레이션을 담당한 최불암과 함께 <아빠의 말씀>을 불렀던 소녀 정여진이 훌쩍 커서 슈가맨의 주인공이 된 것이다. 하지만 MC와 쇼맨, 방청객들을 모두 놀라게 했던 장면은 노래 말미에 나왔다. 

정여진이 녹음된 최불암의 내레이션에 맞춰 노래를 부르던 중 무대의 문이 열리면서 81세의 '최고령 슈가맨' 최불암이 직접 무대에 올라 노래의 마지막을 '라이브'로 함께 부른 것이다. 온 세대를 아우르며 '국민 아버지'로 뜨거운 사랑을 받았던 최불암의 갑작스런 등장에 김이나와 양동근은 눈물을 글썽거렸고 객석 여기저기에서도 눈물을 훔치는 장면이 나왔다. 최불암은 이 시대의 어른답게 각 세대별로 새해 덕담을 건네고 다음 스케줄을 위해 자리를 떴다.

<개그콘서트>에서 '아빠와 아들'이라는 코너를 히트시킨 유민상과 김수영이 소개한 희열팀의 슈가맨은 <아빠와 함께 뚜비뚜바>를 부른 김국환과 해동이었다. <슈가맨> 사상 최초의 친부자 출연자였다. 김국환은 30대 중반으로 장성해 건설회사에 다니며 홀로 음악의 꿈을 이어가고 있는 아들에게 아버지이자 대선배로서 조언과 격려의 말을 건네며 남다른 부정을 보이기도 했다.

<슈가맨> 5회의 또 다른 재미는 CM송 가수와 만화 주제곡을 부르며 엄청난 명성을 날린 정여진과 김국환의 노래를 듣는 것이었다. 음악이 나오는 순간 자전거 타는 손예진이 떠오르는 이온음료 CM송의 주인공 정여진은 <요술공주 밍키> <빨강머리 앤> <카드캡터 체리> <포켓몬스터> 등의 주제곡을 부르며 '세대공감'을 이끌어 냈다. 정여진은 최소 20년, 최대 37~38년 전의 노래를 여전히 청아한 목소리로 부르며 고운 음색을 유지했다. 

'만화주제가의 대부'로 불리는 김국환 역시 자신의 인생을 바꿔준 메가 히트곡 <타타타>를 부른 후 <은하철도999>와 <메칸더V> <검정 고무신>으로 이어지는 만화 주제가 메들리로 관객들을 열광시켰다. 정여진과 김국환은 각자 다른 버전으로 불렀던 <미래소년 코난>의 주제가를 함께 부르며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만화 주제가의 대부와 대모의 역사적인 만남을 성사시켰다.

출범 당시의 기획의도와는 거리가 먼 캐스팅으로 4회 만에 많은 비판에 시달린 <슈가맨3>는 5회 '아버지 특집'을 선보이면서 시청자들에게 뭉클한 감동과 아련한 추억을 안기는 데 성공했다. <슈가맨3>는 6회 예고편을 통해 역대 단 7번밖에 나오지 않았던 100불 도전 특집을 보여줄 거라고 예고했다. <슈가맨>이 시작될 때부터 많은 시청자들이 예상하던 '그 가수의 그 노래'가 드디어 시즌3에서 나올지도 모른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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