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수정 : 1월 6일 오전 11시 5분]
 다큐멘터리영화 <경계도시2> 포스터.

다큐멘터리영화 <경계도시2> 포스터. ⓒ 감어인필름

 
10년 전 개봉한 한국 다큐멘터리영화 <경계도시2>에 대한 인건비 미지급 논란이 일면서 해당 작품의 책임자인 홍형숙 감독이 입장을 밝혔다. 이 글에는 3일 <씨네21> 기사인 '<경계도시2>, 영화 개봉 후 10년 지난 지금까지도 인건비 지급 안돼'의 반론 또한 담겨 있었다. 

기사엔 <경계도시2> 프로듀서였던 김명화씨의 제보를 바탕으로 했음을 알리며 참여 스태프 2인의 말이 인용돼 있었다. 임재수 촬영감독의 "인건비 지급 관련 말을 듣지 못했고, 현재까지 인건비를 받지 못했다", 홍종경 촬영감독의 "다큐멘터리는 수익이 발생하기 쉽지 않아 촬영 당시 인건비를 요구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 장비 대여비, 테이프 구입비, 유류비, 식대 같은 비용은 김명화 프로듀서의 사비를 받아 진행했다"는 게 기사의 근거였다. 

홍형숙 감독은 기사가 나간 직후 자신의 SNS에 이번 논란을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 표현했다. 그는 "2003년 작품을 기획하고 촬영을 시작한 이래 16년만, 2009년 완성으로부터는 10년 만의 일"이라며 "사안의 맥락이나 총체적 사실관계와 별개로, 본 작품의 감독으로서 무거운 심경으로 깊은 유감의 말씀을 올린다"고 운을 뗐다.

홍 감독에 따르면 이미 김씨는 지난 2019년 8월 이메일을 통해 2003년 자신과 자신의 스태프가 참여했던 <경계도시2> 촬영 작업에 대한 인건비 지급 및 수익 공개를 요구했다. 이에 홍 감독은 "즉시 2003년 당시의 미지급 인건비에 대한 지급 의사를 밝히고 당사자들과 만나 적극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취지로 답변했다"며 "그러자 김씨가 갑자기 내용증명, '영화인신문고' 신고 등을 통해 본인이 본 작품의 영상제작자라고 주장하면서, 인건비 지급에 대한 요구사항 없이 강석필의 프로듀서 크레디트 삭제, 배급 계약의 주체 변경 등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홍 감독은 "다시 합당한 인건비 지급 의사를 밝히며, 김씨가 제기한 영화인신문고 중재절차에 성실히 임해 영상제작자 의미 등에 대한 김씨의 오해를 풀기 위해 노력했다"며 "그러나 김씨는 중재절차 중임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영화인 및 영화인대화방, SNS 등에 홍형숙 측을 음해하는 내용을 반복적으로 게시했고 임의로 영화인신문고에 제출된 자료를 기자에게 유출하는 등 사안을 악의적으로 이용하려는 태도를 보였다"고 덧붙였다. 
 
 2003년 당시 송두율 교수를 취재중인 기자들. <경계도시2>의 한 장면

2003년 당시 송두율 교수를 취재중인 기자들. <경계도시2>의 한 장면 ⓒ 시네마달


실제로 지난해 8월 16일 김씨는 '저작권 침해 및 임금 미지급 구제신청'이라는 제목으로 영화인신문고에 신고 접수했고, 최근까지 양측이 답변을 주고받는 등 절차가 진행 중이다. 영화인신문고는 2011년 이후 노사정협의체인 영화산업협력위원회 산하 분쟁중재기구로 격상됐다. 이곳의 중재안 및 결정사항은 법적 강제성은 없지만 제재조항에 따라 투자배급 대상 및 국가 기관 지원 배제 등 실질적인 영향력을 갖는다.

홍 감독은 "16년 전 <경계도시 2> 제작 당시 상황을 핑계 삼아 인건비 지급 의무를 회피하지 않고 기꺼이 지급하겠다는 의사를 수차례에 걸쳐 분명히 밝혔고, 현 시점에서 인건비 지급을 위해 당사자들 간 협의가 필요하나 (오히려) 김씨가 거부하고 있다"며 "이는, 김씨 스스로 영상제작자라고 주장하면서 동시에 인건비 지급을 요청하는 모순에 빠져 있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된다"고 주장했다. 홍형숙 감독은 자신이 작품의 저작권자이자 영상제작자임을 주지시키며 미지급 인건비 지급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이어 홍 감독은 김명화씨가 영상제작자 타이틀을 달라, <경계도시2> 프로듀서인 강석필의 지위를 삭제하라는 등의 요구에 대해선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씨는 본 작품 촬영 단계 일부 역할을 담당했을 뿐 작품 전체를 기획하고 책임지는 위치에 있지 않았고, 그러한 역할을 감독이 김씨에게 부여한 적도 없다"게 이유였다.

홍형숙 감독은 <오마이뉴스>에 "2003년 중앙대학교 첨단영상대학원 시절 김씨와 다른 졸업작품을 준비하다가 (기획자인 강석필 프로듀서가 <경계도시>의 주인공인 재독학자) 송두율 교수가 급히 귀국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경계도시2>를 준비하게 됐고, 김씨에게도 합류를 제안했다"며 ""송두율 교수가 귀국 후 한 달 만에 구속되는 등 상황이 급변하면서, 극영화 기반으로 활동하다가 졸업 작품 프로젝트에 합류했던 스태프들은 대부분 해산했고, 결국 개봉 때까지 남아 있던 건 감독과 강석필 프로듀서 두 명만 남게 되었다. 게다가 김씨는 당시 다큐멘터리를 처음 하는 사람이라 현장을 지휘할 수도 없었다"고 전했다. 기획이나 제작 크래디트를 주기엔 그 역할이 한정적이었다는 설명이었다. 

이와 관련 김명화씨는 4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지금은 노코멘트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이같은 논란 조짐에 독립다큐멘터리 진영에선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독립다큐멘터리 영화인은 "제작 자체가 어려웠던 15년 전 당시를 기준으로 스태프 임금 미지급 건을 파고들면 현존하는 대부분의 다큐멘터리스트들이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며 "분명 임금은 지불되는 게 맞지만 중재가 진행 중인데 이렇게 기사가 났다는 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또 다른 독립다큐멘터리 관계자는 "<경계도시2>가 졸업작품으로 출발했다는 게 중요하다. 졸업작품 때는 인건비를 따로 책정하는 게 아닌 서로 품앗이를 해주는 식"이라면서 "물론 작업이 길어져서 도중에 일부가 빠져나왔다면 나중에라도 인건비를 책정해주는 게 맞지만 김씨가 영상저작권을 주장하는 건 이해할 수 없다. 제작자가 인건비 지급의 주체가 되기 때문에 그런 요구는 서로 모순이다"라는 의견을 밝혔다.

한 영화 제작자는 "김씨가 이렇게 나오기 전에 홍형숙 감독이 보다 빨리 입장을 내고 잘 설명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고 씁쓸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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