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폰 끼고 사는 여자, 이끼녀 리뷰입니다. 바쁜 일상 속, 이어폰을 끼는 것만으로도 마음에 여백이 생깁니다. 이 글들이 당신에게 짧은 여행이 되길 바랍니다.[기자말]
 
 레드벨벳 리패키지 앨범 ‘‘The ReVe Festival’ Finale’ 이미지

레드벨벳 리패키지 앨범 ‘‘The ReVe Festival’ Finale’ 이미지 ⓒ SM엔터테인먼트


욕 듣는 걸 좋아하는 사람도 있을까. "너 정말 사이코 같아"라는 말을 들었을 때 아니라며 버럭 화를 내는 게 사람들의 보통 반응일 것이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사이코 같단 말조차도 듣기 좋다며 헤헤헤 웃어버린다. 사랑에 빠진 커플들을 보라. '너네' 정말 사이코 같다는 말에, 뭐든 함께여서 좋은 이 두 사람은, '우리가' 같이 사이코여서 참 즐겁다.

레드벨벳의 신곡 'Psycho'의 가사가 꼭 이런 얘기다. 사랑에 빠진 사람들의 설명할 수 없는 이상행동과 그 행동을 바라보는 타인의 시선의 온도차가 재밌게 풀어져있다. 

"널 어쩌면 좋을까/ 이런 맘은 또 첨이라/ Up & Down이 좀 심해/ 조절이 자꾸 잘 안 돼/ 하나 확실한 건/ I don't play the game

우리 진짜 별나대/ 그냥 내가 너무 좋아해/ 넌 그걸 너무 잘 알고/ 날 쥐락펴락해/ 나도 마찬가지인 걸"


이 곡의 가사가 참 재밌다고 느낀 건, 사랑의 비이성적인 특징을 그대로 담아낸 점 때문이다. 사랑은 아름답다, 사랑은 아프다, 사랑은 귀하다, 사랑은 허무하다... 사랑에 관해 우리가 갖고 있는 보편적인 인상들은 이러하며, 이런 사랑의 보편적 특성들을 노래하는 곡들이 넘쳐난다. 하지만 사랑이란 동전의 뒷면을 엎어보면 놀랄 수밖에 없다. 뒷면엔 이렇게 쓰였다. 사랑은 미쳤다고. 이 진실을 거부하거나, 인정하는 것. 사랑에 빠진 사람들의 두 갈래의 태도 중 하나를 선택한다.

사랑에 제대로 홀리면 누구나 사이코가 된다. 정상(?)이었으면 안 그랬을 행동을 하거나, 이런 행동이 미친 사람의 짓처럼 보일 걸 뻔히 알면서도 주변 사람들을 아랑곳하지 않고 마음 가는 대로 한다. 자신이 미친 것 같다는 걸 알면서도 그걸 자신도 조절할 수가 없어서 계속 미친 대로 행동한다. 사실은, 참 비이성적이고 앞뒤 안 맞고,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것이 사랑임을 이 노래 '사이코'는 발랄하게 까발린다. 
 
 레드벨벳 리패키지 앨범 ‘‘The ReVe Festival’ Finale’ 이미지

레드벨벳 리패키지 앨범 ‘‘The ReVe Festival’ Finale’ 이미지 ⓒ SM엔터테인먼트

 
"우린 참 별나고 이상한 사이야/ 서로를 부서지게(부서지게)/ 그리곤 또 껴안아(그리곤 또 껴안아)

You got me feeling like a/ psycho psycho/ 우릴 보고 말해 자꾸 자꾸/ 다시 안 볼 듯 싸우다가도/ 붙어 다니니 말야/ 이해가 안 간대/ 웃기지도 않대"


다시 안 볼 듯 싸우다가도 붙어 다니는 커플을 수없이 봐왔다. 죽일 듯 다툰 게 어제였는데 다음 날엔 서로 죽고 못 사는 사람들처럼 달달하기 이를 데 없다. 사이코, 아니 연인의 모습이다. 이런 이들에게 '너네 참 별나, 너네 정말 웃기지도 않아, 너네 좀 미친 것 같아'라고 말해도 각막에 콩깍지가 얹힌 이상 연인들은 이런 말조차 기분좋게 접수할 것이다. 
 
"맞아 Psycho psycho/ 서로 좋아 죽는 바보 바보/ 너 없인 어지럽고 슬퍼져/ 기운도 막 없어요/ 둘이 잘 만났대/ Hey now we'll be ok"

"Hey trouble/ 경고 따윈 없이 오는 너/ I'm original visual/ 우린 원래 이랬어 Yeah/ 두렵지는 않아(흥미로울 뿐)/ It's hot! Let me just hop/ 어떻게 널 다룰까? Ooh"


이 노래는 처음엔 '네가 사이코'라고 말하다가 중간엔 '내가 사이코처럼 느껴져'라고 고백하고, 끝내 '우리는 사이코'라고 한다. 경고 따위 없이 오는 위험한 존재인 상대를 보고서 사이코 같다고 말하지만 또, 그런 네가 나는 두렵지가 않다고 다만 흥미로울 뿐이라고 말한다. 그러니 함께 사이코인 게 분명해졌다. 

"어쩔 줄을 몰라 너를 달래고/ 매섭게 발로 차도/ 가끔 내게 미소 짓는 널/ 어떻게 놓겠어 Ooh

우린 아름답고 참 슬픈 사이야/ 서로를 빛나게 해(Tell me now)/ 마치 달과 강처럼/ 그리곤 또 껴안아"


강을 비추는 달, 달을 똑같이 비춰내는 강. 그런 게 사랑하는 이들의 관계인 걸까.

"Don't look back/ 그렇게 우리답게 가보자/ 난 온몸으로 널 느끼고 있어/ Everything will be ok"

그렇게 우리답게 가보자라는 구절이 마치 영화의 해피엔딩 같다. 노래의 또다른 가사, 'You got me feeling like a psycho'에서 읽히듯 너는 나 자신을 사이코처럼 느끼게 하지만, 또한 마지막 가사 '우린 좀 이상해, Psycho'처럼 너와 내가 함께 미친 것처럼 느끼게 만들지만 그럼에도 이렇게 '우리답게' 가보자고 말하는 것. 그게 진짜 사랑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아름답고, 슬프고, 소중하고 그런 거 말고... 미친 것 같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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