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천문: 하늘에 묻는다> 스틸컷

영화 <천문: 하늘에 묻는다> 스틸컷 ⓒ 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천문: 하늘에 묻는다>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세종대왕과 장영실에 대한 이야기다. 천출에서 관직에 올라 천재성을 발휘했지만 안여(임금이 타는 가마)가 부서지는 바람에 곤장 100대를 맞고 역사에서 사라진 장영실. 영화는 세종실록에 쓰인 이 한 줄에서 영감을 얻어 시작한다.

철저한 신분 사회 조선에서 세종의 총애를 받고 대호군자리(5위에 속한 종3품 관직)까지 오른 장영실은 왕과 여러 일을 도모하며 사적인 대화를 나눴을 것이다. 이 드라마틱 한 브로맨스는 충분히 상상해봄직한 발상이다. < 8월의 크리스마스 > <봄날은 간다>를 만든 허진호 감독의 조선판 멜로라는 칭호가 아깝지 않을 만큼 절절한 우정을 선사한다.

신분을 뛰어넘는 남남 케미는 영화 <쉬리>, 드라마 <서울의 달>에서 호흡을 맞춘 한석규와 최민식이 있어 가능했다. 같은 학교 선·후배 사이로 한국 영화 최고의 연기 장인으로 불리는 명배우다. 이번 영화를 통해 20년 만에 조우했다. 이 둘이 함께 캐스팅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벅찬데 세종과 장영실의 만남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영화 <천문: 하늘에 묻는다> 스틸컷

영화 <천문: 하늘에 묻는다> 스틸컷 ⓒ 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에서는 한글 창제의 업적에 앞서 명나라의 속국에서 벗어나기 위한 조선의 몸부림에 초점을 맞춘다. 그것은 바로 우리만의 독자적인 시간과 하늘, 그리고 문자를 갖고 싶은 바람이었다.

세종은 밖으로는 나라의 자주권과 독립성을 염원했고 안으로는 백성들의 삶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을 하던 왕이다. 애민정신이 투철했던 성군이자 호기심과 독립심이 강한 21세기형 지도자이기도 했다. 현 시대가 원하는 리더의 자질을 세종을 통해 들여다볼 수 있다.

세종은 자신의 특권을 백성과 나누고 싶어 했는데 그 첫 번째가 시간이다. 조선은 명나라의 시간을 빌려 써야 했기에 절기가 맞지 않았다. 농사를 지으면 흉작이 들기 십상이었고 백성들의 삶은 피폐해져만 갔다. 이에 세종은 조선만의 표준 시간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고, 장영실을 영입해 천문학까지 아우르는 프로젝트에 돌입한다.
 
 영화 <천문: 하늘에 묻는다> 스틸컷

영화 <천문: 하늘에 묻는다> 스틸컷 ⓒ 롯데엔터테인먼트

 
둘째는 별자리를 통해 시간을 관장하고 사람간의 정을 나눴다. 세종은 신분의 차별을 넘어 재능 있는 인재를 등용했는데 장영실과는 생각이 잘 맞았다. 둘을 이어주는 매개는 '별'이었다. 둘 다 별 보기를 즐겼다. 세종은 권력 가장 꼭대기에 앉은 사람으로 늘 아래를 내려다보는 게 익숙했다. 그래서 하늘의 별을 올려다볼 기회란 모두가 잠들어 있는 한밤뿐이다. 반면 영실은 매번 땅만 보고 사느라 위를 볼 기회조차 없었다. 영실에게도 빳빳하게 고개를 들어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은 한밤이어야 가능했다.

세종과 영실은 밤마다 별을 보며 앞으로의 조선을 구상했다. '별'로 맺어진 사이이자 서로 같은 꿈을 꾼다. 조선의 독자적인 시간을 만들고 천문을 연구하자는 꿈. 그렇게 세종은 노비였던 영실에게 별을 선사하며 마음을 나눈다.

누구나 쓰고 배울 수 있는 공평한 세상, 누구도 뺏을 수 없는 영원한 것을 만들어가기 위한 협업 과정은 진한 멜로드라마 구성으로 몰입을 돕는다. 영화는 과학적 업적보다는 사람이 먼저였던 같은 꿈에 주목한다. 시대가 흘렀지만 변하지 않는 가치를 곱씹어 볼 수 있다.
 
 영화 <천문: 하늘에 묻는다> 스틸컷

영화 <천문: 하늘에 묻는다> 스틸컷 ⓒ 롯데엔터테인먼트

 
<천문: 하늘에 묻는다>는 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장점을 두루 갖춘 웰메이드 사극 영화다.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있음직한 허구를 넣어 두 배우의 연기까지 조화를 갖추었으니 더할 나위 없다. 게다가 좋은 리더의 자질을 세종에서 찾아볼 수 있다. 15세기의 리더가 21세기도 환영받는 이유다. 어떤 리더를 만나냐에 따라 달라지는 결과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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