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해치지않아>, <미스터 주>, <히트맨>, <정직한 후보>의 포스터.

영화 <해치지않아>, <미스터 주>, <히트맨>, <정직한 후보>의 포스터. ⓒ 에이스메이커스, 리틀빅픽처스, 롯데, NEW

 
2019년 극장가는 '코미디'의 완승이었다. <극한직업>은 누구도 예상 못한 1626만이란 경이적인 스코어를 달성했다. 전작 <설국열차>에서 900만 관객을 동원한 봉준호 감독 특유의 '블랙유머'는 <기생충>에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이자 '천만영화'라는 타이틀을 동시에 안겨줬다.

'거의' 천만에 근접한 <엑시트> 역시 재난영화의 공식을 코미디와 청년세대의 응원가로 전유한 영리한 접근이었다. 외화로 눈을 돌려도, 전통적인 뮤지컬/코미디 장르인 <알라딘>과 <겨울왕국2>가 2억 2천만이란 한 해 역대 최다 관객 돌파에 일조했다고 볼 수 있다. '싱어롱' 관람과 N차 관람을 이끌어낸 <보헤미안 랩소디>의 놀라운 흥행도 이 지점과 멀지 않다.

몇 해 전, 사석에서 만난 한 영화감독은 새 정부 들어 코미디 영화가 강세를 보일 것으로 '단언'했었다. 이 감독의 설명에 따르면, 당분간 관객들이 '영화'로 '운동'했던 2010년대의 정서(<변호인>, <택시운전사>, <1987>를 떠올려 보라)나 '역사'나 '신파', '실화' 소재에 열광했던 기존 DNA와는 결별을 선언할 것이란 예측이었다.

'촛불혁명'으로 정권을 교체한 관객들의 시대정신이 안도감과 함께 즐거움을 추구하리라는 예상은 뮤지컬/코미디에 대한 선호로 연결된다. 기존 4050들과 구별되는 1020들의 다른 선택 역시 주목할 만하다(여전히 전통적인 티켓 구매층 1위는 20대 여성이다). 특히 순수 코미디 장르로 1600만을 동원한 <극한직업>은 그 정점이라 할 만했다.

2020년 새해 벽두도 코미디 영화가 강세다. 게다가, 조금 이른 설날(1월 25일) 연휴 역시 전통적으로 '코미디'가 강세인 시즌이다. 2013년 < 7번방의 선물 >(1280만 명), 2014년 <수상한 그녀>(860만 명), 2015년 <조선명탐정 : 사라진 놉의 딸>(380만 명), 2016년 <검사외전>(970만 명), 2017년 <공조>(781만 명), 2018년 <그것만이 내 세상>(340만 명) 모두 코미디를 기본으로 액션·판타지·사극 등을 변주한 작품들이었다.

1월과 2월까지 개봉을 앞둔 코미디 <해치지 않아>, <미스터 주: 사라진 VIP>(이하 <미스터 주>), <히트맨>, <정직한 후보>가 과연 지난해 <극한직업>이 열어젖힌 '사이즈'를 사이좋게 배분할지, 반대로 시너지를 낼지, 그도 아니면 관객들에게 동종 장르에 대한 피로감을 안겨줄지는 아직 미지수다. 

그럼에도, 2019년을 극장가를 강타한 웃음 바이러스, 두 시간이란 상영시간 동안 즐겁고자 하는 이 단순하고 명확한 욕망은 여전히 유효해 보인다. 참고로, 몇 해 전 코미디의 강세를 전망한 그 감독의 영화도.

사람이 동물 연기하는 <해치지 않아>
 
 영화 <해치지않아>의 한 장면.

영화 <해치지않아>의 한 장면.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지난달 2주 간격으로 공개된 티저와 메인 예고편의 유튜브 조회 수만 도합 천만. 동물들이 말을 하는, 아니 동물 분장한 사람들이 활개 치는 <해치지않아>(15일 개봉)는 예고편부터 빵빵 터진다. 처음엔 <달콤, 살벌한 연인>(2006), <이층의 악당>(2010)의 손재곤 감독의 9년 만의 귀환에 주목했다. 그 다음엔 요즘 한창 인기 절정인 안재홍과 강소라와 박영규, 김성오, 전여빈의 동물 '1인 2인' 연기에 눈길이 갔다.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사람이 동물을 연기한다"는 이 강력하고도 확실한 태그라인은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원작으로 유명한 Hun 작가의 동명 웹툰으로 이미 사랑받은 바 있다. 여기에 <극한직업> 제작사의 차기작이란 요소 역시 홍보 요소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

사실 이야기 자체가 기상천외하다. "망하기 일보 직전의 동물원 '동산파크'에 야심차게 원장으로 부임하게 된 변호사 '태수'와 팔려간 동물 대신 동물로 근무하게 된 직원들의 기상천외한 미션"을 그린 <해치지않아>는 아이러니한 상황극과 그 누구도 웃지 않을 수 없는 슬랩스틱 개그, 동물원이란 전 국민에게 친근한 공간으로 무장했다. 여기에 손재곤 특유의 '대사빨'과 쌉싸름한 코미디가 어떻게 결합됐을지도 기대 요소다.

사람이 동물과 대화하는 <미스터 주: 사라진 VIP>
 
 영화 <미스터 주:사라진 VIP>의 한 장면.

영화 <미스터 주:사라진 VIP>의 한 장면. ⓒ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리틀빅픽처스

 
동물이 말을 한다. 아니, 동물의 말이 들린다. 마치 <왓 위민 원트>(2000)에서 욕조에서의 '사고'로 여성들의 목소리를 들었던 멜 깁슨처럼, 국정원 에이스 요원 이성민도 예상치 못한 사건사고를 통해 동물과 대화할 수 있는 '능력'을 획득한다. 이렇게 이성민에게 들리는 너의 목소리, 아니 동물의 목소리의 주인공이 유인나, 김수미, 이선균, 이정은, 이순재, 김보성, 박준형, 그리고 신하균이다.

이렇게 <미스터 주>(22일 개봉)에서 엿보이는 장점은 신선함과 친근함의 조합이다. 지난달 19일 열린 제작보고회에서도 주연 배우들은 "시나리오와 스토리가 신선했다. 배우로서 새로운 작업을 해볼 수 있는 기회"(이성민)라거나 "시나리오를 읽자마자 외국 영화에 볼 법한 시나리오라고 느꼈다. 누구에게도 주고 싶지 않았다"(김서형)라며 이구동성으로 소재의 신선함에 주목했다.

앞서 8일 개봉하는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닥터 두리틀> 역시 동물과 대화할 수 있는 능력자가 주인공인 판타지다. 그만큼 <미스터 주> 또한 관객들이 친근함과 익숙함을 느낄 만한 소재라 할 수 있다.

특히 신하균이 목소리를 연기한 '추리 담당' 독일 혈통 군견 '알리'와 '수사 담당' 이성민의 호흡과 카메오 군단이 줄 재미야말로 <미스터 주>의 웃음 포인트로 알려졌다. 이러한 신선한 소재를 <또 하나의 약속>, <재심>의 김태윤 감독이 얼마나 안정적으로 요리했을지도 기대를 모은다.

권상우의 '액션 코미디' <히트맨>과 라미란의 '정치 코미디' <정직한 후보>
 
 영화 <히트맨>의 한 장면.

영화 <히트맨>의 한 장면. ⓒ 롯데엔터테인먼트

 
여기 전설의 암살요원이 있다. 꿈에 그리던 웹툰 작가가 되기 위해 국정원을 탈출한 이 남자가 정작 직면한 것은 역대급 악플이었다. 결국 창작자는 자기가 제일 잘 아는 것부터 출발해야 하는 법. 술김에 과거 비밀 프로젝트과 연관된 1급 기밀을 웹툰으로 그린 이 남자 준(권상우)의 작품은 말 그대로 초대박이 난다. 그런데 어쩌나. 그 놈의 웹툰 때문에 국정원과 테러리스트들의 이중 표적이 되어버린 것을.

이렇게 <히트맨>(22일 개봉)은 미치도록 웹툰으로 성공하고 싶지만 현실은 '이생망'에 가까운 작가가 해프닝에 휘말리는 이야기에 액션을 끼얹은 외양이다. 소재가 소재니만큼, 실사를 기반으로 웹툰, 애니메이션이란 형식적 요소를 부각시켜 영화의 재미를 더할 예정이다.

지난해 <신의 한수: 귀수편>과 <두번할까요>에서 액션과 코미디를 오간 권상우를 비롯해 반전 매력의 국정원 악마교관 정준호(덕규 역), 오매불망 '준'을 동경했던 막내 암살요원 이이경(준 역), 준의 든든한 아내 황우슬혜(미나 역), 성공한 래퍼가 꿈인 딸 이지원(가영 역) 등 코미디 연기에서 일가견을 자랑하는 배우들이 뭉친 것도 <히트맨>의 기대 요소. <불타는 내 마음>(2008)을 연출했던 최원섭 감독의 첫 번째 상업영화 연출작이다.
 
 영화 <정직한 후보>의 한 장면.

영화 <정직한 후보>의 한 장면. ⓒ NEW

 
405만을 동원한 정치 코미디 <댄싱퀸>는 18대 대선이 치러진 2012년 개봉했다. 그 <댄싱퀸>에서 엄정화의 동료 가수를 연기했던 라미란이 7년 만에 또 다른 정치 코미디로 돌아왔다. 달라진 인기와 위상을 증명하듯, 라미란이 이번엔 오롯이 '타이틀롤'에 등극했다. 대신 <댄싱퀸>이 음악과 무대를 경유했다면, 신작 <정직한 후보>(2월 개봉 예정)는 정치라는 기본 요소에 판타지 요소를 앞세웠다.

"찍어주면 뭐해주나?"란 유권자의 질문에 "해 달라는 거 다 해드리죠. 어떻게 남편부터 바꿔드릴까?"라는 녹록지 않은 입담과 경륜을 자랑하는 3선 국회의원 주상숙. "거짓말이 제일 쉬운 국회의원이 선거를 앞둔 어느 날 하루아침에 거짓말을 못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상황으로 웃음을 연출한 <정직한 후보>는 <김종욱 찾기>, <부라더>의 장유정 감독의 세 번째 코미디 영화다.

2014년 개봉, 브라질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른 동명 영화를 원작으로 삼았다. 이탈리아 코미디 영화를 리메이크한 <완벽한 타인>(2018)의 흥행을 이을지도 관심이다. 라미란의 입담이 빛을 발한 <정직한 후보>의 1차 예고편은 지난달 19일 최초 공개 후 5일 만에 CGV 페이스북에만 105만 뷰, SNS 도합 450만 뷰를 기록하며 관심을 모았다.

"자의가 아닌, 타의로 거짓말을 못하게 되었을 때 오는 상황들이 새롭게 다가왔다. 최대한 코미디의 본질을 생각하고 접근했다." (라미란)

이렇게 코미디의 본질을 강조한 라미란에 대해 장 감독은 "사랑스러울 때 사랑스럽게, 반성할 때는 확실히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다양한 층위를 지닌 배우"라며 "주상숙 역할을 할 수 있는 배우는 라미란 뿐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라미란 외에도 김무열, 나문희, 윤경호, 장동주, 송영창, 온주완, 조한철, 손종학, 조수향, 윤세아, 김용림 등 다채로운 배우들의 등장도 <정직한 후보>의 또 하나의 기대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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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영화 기자, 오늘은 프리랜서 글쟁이. 살다보니 시나리오 쓰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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