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방송가에서는 스포츠 스타들의 활약이 어느 때보다 두드러졌다. 한때 한국스포츠를 대표하여 각 종목을 빛내던 스타급 운동선수들이 방송활동으로 영역을 넓혀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단발성의 게스트 출연을 넘어서 고정 패널이나 MC로 활약하는 경우도 빈번해지며 이제는 스포츠인과 연예인을 합친 '스포테이너'들이 방송가의 기대주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올해 방송가에서는 서장훈, 허재, 하승진, 현주엽 등 농구인 출신들의 활약상이 유독 돋보였다. 서장훈은 은퇴 후 가장 먼저 전업 방송인으로 정착한 성공 사례다. 고정으로 출연했던 프로그램만 <미운 우리 새끼> <아는 형님> <동상이몽> <연애의 참견> <편애중계> <무엇이든 물어보살> <괴팍한 5형제>에 이르기까지 각 방송사를 넘나들며 활약하고 있다.
 
'편애중계' 서장훈-안정환, 김병현은 예능욕망꾼 방송인 서장훈과 축구해설가 안정환이 5일 오전 서울 상암동 MBC사옥에서 열린 MBC 새 예능 <편애중계> 제작발표회에서 전 야구선수 김병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편애중계>는 세 팀의 편애 중계진이 인생살이에서 도전을 앞둔 사람들을 찾아가 오롯이 내 선수만을 편애하고 응원하며 그들의 도전을 중계하는 프로그램이다. 5일 화요일 오후 9시 50분 첫 방송.

▲ '편애중계' 서장훈-안정환, 김병현은 예능욕망꾼 방송인 서장훈과 축구해설가 안정환이 지난 11월 5일 오전 서울 상암동 MBC사옥에서 열린 MBC 새 예능 <편애중계> 제작발표회에서 전 야구선수 김병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 이정민

 
방송인으로서 서장훈의 특징은 논리적이고 재치 있는 입담을 구사한다는 점이다. 서장훈은 대다수 출연작에서 방송의 맥을 짚어주는 토크 위주로 진행을 하는데, 그가 간간이 터트리는 애드리브는 프로그램의 윤활유 역할을 한다. <아는 형님> 정도을 제외하고 그가 고정을 맡고 있는 프로그램에서 사실상 메인 MC 역할을 한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 사연자에게 인생 조언을 들려주는 사실상의 멘토 역할인 <연애의 참견>이나 <무엇이든 물어보살>같은 프로그램에서 중구난방으로 흐르기 쉬운 토크의 중심을 잡아주고 핵심을 찌르는 분석과 조언을 해주는 서장훈의 언변에 공감했다는 시청자들이 유독 많다. 야외 예능에는 취약하고 스튜디오 방송에 최적화되어 있는 데다 의외의 달변에 독설 능력까지 겸비했다는 점에서, 서장훈의 절친이자 스타일이 비슷한 김구라의 '순한맛' 혹은 '보급형'에 가까운 인상을 주는 게 특징이다.

현주엽은 특이하게도 현역 프로 구단의 감독이면서도 예능에 고정출연하여 인기몰이에 성공했다. 현주엽은 이미 농구 해설위원으로 활약하던 시절부터 몇몇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여 '먹방'으로 인기몰이를 한 바 있다. 2019년에는 사회 각 분야 리더들을 소재로 한 관찰예능 <사장님 귀는 당나귀귀>에서 최근까지 고정 패널로 활약하며 역시 매 회마다 차원이 다른 먹방을 선보여 화제를 일으켰다.

현역 감독 출신의 방송출연으로 얻은 또다른 긍정적 요인은 역시 프로농구에 대한 홍보효과다. 방송을 보고 현주엽과 함께 출연한 창원 LG 프로농구단 선수-스태프들은 동반으로 관심을 끌며 인지도를 높이는 효과를 누렸다. 하지만 먹방 외에 현주엽이 감독으로서 보여준 과격하고 권위주의적인 언행은 '꼰대'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방송을 통한 유명세가 무색하게 정작 창원 LG는 올시즌 프로농구 하위권을 전전하며 오히려 방송출연의 역풍을 맞기도 했다.

올해 프로농구를 은퇴한 하승진도 방송인 대열에 합류했다. 종편 예능 <아내의 맛>에 고정출연하여 아내와 가족들을 공개했으며 남매 농구선수 출신인 하은주와 전 동료인 전태풍 등도 함께 출연하여 의외의 케미를 선보였다. 하승진은 최근 유튜버로서도 활발하게 활동하며 한국농구에 쓴소리를 던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한국농구 역대 최장신센터라는 거구에 걸맞지 않은 순둥순둥하면서도 개구쟁이같은 '거요미' 캐릭터로 인기몰이 중이다.
 
'SBS 연예대상' 허재, 예능 꿈나무! 28일 오후 서울 상암동 SBS프리즘타워에서 열린 <2019 SBS 연예대상> 포토월에서 '정글의 법칙'의 허재가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 'SBS 연예대상' 허재, 예능 꿈나무! 28일 오후 서울 상암동 SBS프리즘타워에서 열린 <2019 SBS 연예대상> 포토월에서 '정글의 법칙'의 허재가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 이정민


허재는 아마도 방송이 발굴해낸 '올해의 스포테이너'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불과 지난해 농구대표팀 감독시절 아들 발탁 논란 등 여러 가지 구설수를 남기며 불명예스럽게 현장에서 쭟겨났던 허재는, 뜬금없이 올해 축구예능 <뭉쳐야찬다> 출연을 통하여 오십대 중반의 나이에 일약 '늦깎이 예능 기대주'로 급부상했다. 

예능인으로서 허재의 매력은 '허당끼'에 있다. 농구인 시절 거칠고 물불안가리던 상남자 이미지와 달리, 축구에서는 백패스를 손으로 잡거나, 게임룰을 몰라 동생들에게 번번이 구박당하고, 심지어 초등학생들에게까지 만만하게 보여 곤욕을 치르는 모습은 허재를 몰랐던 시청자들에게도, 잘 알았던 팬들에게도 매력으로 다가왔다. 허재는 <뭉쳐야찬다>이후 <자연스럽게> <정글의 법칙> <막나가쇼> 등 여러 프로그램에 게스트와 고정으로 출연하고 광고까지 촬영하며 사실상 방송가에서 제 2의 전성기를 맞이했다.

이밖에도 서장훈, 강호동과 함께 대표적인 스포테이너의 성공사례로 꼽히는 안정환은 올해도 <뭉쳐야찬다> <냉장고를 부탁해> <편애중계> 등에서 꾸준히 활약했다. 특히 본업인 축구와 관련된 <뭉쳐야찬다>에서 한국 스포츠 각 종목을 대표하는 전설이지만 축구에는 문외한인 선배들을 이끌고 차근차근 성장시키는 '감독'의 역할을 맡아 방송인과는 또다른 '축구인' 안정환의 매력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스포츠 스타들의 방송진출을 넘어 스포츠 예능 장르의 부활 가능성을 보여준 것도 의미가 크다. 축구를 소재로 한 <뭉쳐야찬다>는 안정환, 허재를 비롯하여 평소 한 자리에 모이기 힘든 수많은 스포츠 간판스타들이 동시에 출연하며, 특정 종목의 '전문성'과 '대중적 재미'를 모두 결합한 스포츠 예능의 모범사례를 보여줬다는 평가다.

이형택, 모태범, 여홍철, 박태환, 이충희, 이종범 등 평소 스포츠 이외의 방송에서는 보기힘들었던 스포츠스타들을 불러낸 놀라운 섭외력, 스포츠인들의 진솔한 모습과 의외의 캐릭터까지 자연스럽게 끌어낸 구성 등이 성공의 요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뭉찬> 이후 연예인 풋살팀의 도전을 다룬 <다함께 차차차>가 현재 방송중이며, 민속 스포츠 씨름의 부활을 내건 <씨름의 희열>도 인기몰이 중이다. 또한 내년 초에는 서장훈을 감독으로 한, 연예인 농구팀의 도전기를 다룬 <진짜 농구, 핸섬 타이거즈>가 론칭을 앞두고 있다. 한동안 먹방-쿡방-연예인 관찰예능 등 반복되는 소재와 캐릭터에 식상했던 방송가에서, 2020년에는 스포테이너와 스포츠 예능이 더욱 새로운 활력소로 주목받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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