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더 레이디 인 더 밴> 포스터

영화 <더 레이디 인 더 밴> 포스터 ⓒ 넷플릭스

 
감독 니콜라스 하이트너가 메가폰을 잡은 2015년작 영화 <더 레이디 인더 밴> 속 홈리스 할머니와 극작가는 언뜻 보면 접점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극작가인 엘렌 베넷이 자신의 집 마당에 메리 할머니의 벤을 들여놓으면서 그들은 15년 간 동거 아닌 동거를 하게 된다. 그러면서 서서히 서로에 대해 알아간다. 

영화 초반부, 극작가 엘렌 베넷에 대한 소개가 꽤 자세하게 나온다. 엘렌 베넷은 글을 쓴다는 것을 자신과 대화하는 것이라고 비유한다. 이를 확장시켜 영화는 이 작가가 두 개의 자아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바로 글을 쓰는 자아와 생활하는 자아. 그리고 이들이 서로 이야기하는 것이다.
 
글을 쓰는 자아는 '런던 캔든 타운의 주민들의 주택 진입로에 벤을 주차하고 생활하던 노숙자인 메리 할머니와의 만남이 극적 소재를 위한 유용한 경험'이라고 생활하는 자아를 설득한다. 이러한 면 때문에 다른 주민들은 그녀가 자신의 주택 진입로에 상주할까봐 두려워하지만, 엘렌 베넷은 오히려 홈리스에 까칠하기까지 한 그녀에 대해 호기심을 갖는다.
 
과거를 돌이켜봤을 때 누군가와 연을 맺고 관계를 발전시켜가는 일은 우연히 일어난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누군가를 만났고 그 사람에 대해 궁금하기 시작했을 때, 그리고 만남 횟수를 올려 서로에 대해 보여주었을 때 친해지곤 했다.
 
영화 <더 레이디 인더 밴>에서 홈리스 메리 할머니(매기 스미스)와 극작가 엘렌 베넷(알렉스 제닝스)이 친분을 쌓아가는 모습은 누군가와 우정을 쌓아갈 때의 그 오래된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영화 <더 레이디 인 더 밴> 속 장면

영화 <더 레이디 인 더 밴> 속 장면 ⓒ 넷플릭스

 
호기심에서 시작한 만남은 자신에 대한 진실을 말할 때 관계가 깊어진다. 엘렌 베넷과 메리 할머니가 친해졌다고 느낀 것은 자신의 과거에 대해 이야기하려 하지 않던 메리 할머니가 마음을 열고 엘렌 베넷에게 자신에 대한 진실을 이야기할 때다.
 
가령 그녀가 피아노를 꽤 잘 치지만 음악을 듣는 것을 고통스러워하는 이유 같은 것 말이다. 메리 할머니는 과거 신입 수녀가 되어 수녀원에서 기거할 때 피아노를 발견했다. 반가운 마음에 조율이 되지 않은 피아노인데도 여느 연주보다도 잘 되는 듯했다. 하지만 이를 본 지도 수녀가 피아노를 치는 것을 하느님과 다투는 것이라고 말하는 터라 그 이후로 음악을 듣기 힘들어졌다고 이야기해준다.
 
사회복지사가 그녀에게 친척에 대해 물어봤지만 메리 할머니는 오직 엘렌 베넷에게만 연락처를 남겼다. 그녀에 대해 좀더 알고 싶었던 엘렌 베넷이 친척을 방문하게 되면서 그녀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되었다.
 
그녀가 죽고 난 후 그녀가 경찰을 무서워하던 이유와 그녀를 버거워 하던 동생 때문에 정신병원에 갇혔던 고통스러운 경험 등이 전해지면서 그녀의 인생이 녹록지 않았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엘렌 베넷의 집 정원에 밴을 대면서 그와 함께한 삶들이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던, 즐거웠던 삶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안쓰러웠다.
 
음악에 대한 애정을 이야기하면서 건반은 자신에게는 방이었으며 어두운 방이 있는 가 하면 밝은 방이 있었다고 토로한다. 그녀한테 음악은 대저택 같았다는, 연주가 기도보다 쉽다는 게 걱정될 정도로 음악에 흠뻑 빠졌던 시절이 있었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신부님에게 고해성사를 했을 때 음악을 연주했을 때 그 공간으로 악마가 끼어들 수 있다고 조언했고 그 이후로 피아노 연주도 금지, 음악 듣는 것도 금지했다고 한다.
 
그녀의 인생에 유일하게 그녀를 기쁘기 해준 음악조차 빼앗기면서 그녀는 어떻게 오랜 인생을 견뎌낼 수 있었던 건가. 
 
사람에 대한 호기심에서 시작해서 그녀에게 직접 묻기 보다는 그녀가 말할 때까지 기다려주던 엘렌 베넷의 모습을 통해 서서히 드러나는 메리 할머니의 삶을 엿본다. 그리고 얼마나 그녀가 인생을 쉬지 않고 열심히 달려왔는지를 느낀다.  음악에 대한 열정도.

이 영화는 실제 극작가 엘렌 베넷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으며 이를 이미 1999년 연극으로 발표했다. 당시 연극을 함께 완성한 배우 매기 스미스와 감독 니콜라스 하이트너가 이번 영화에도 함께 작업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지현 시민기자의 개인 SNS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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