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새로운 10년대가 시작된다. 2019년 달력이 2020년 달력으로 바뀐다고 해도, 하루 아침에 많은 것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인기 있던 프로그램이 종영을 하는 것도 아니고, 주말로 고정된 재활용 분리수거의 날짜가 바뀌는 것도 아니니까. 그럼에도 한 단위가 바뀐다는 것은 한국과 해외를 막론하고 깊은 의미인 모양이다.

스포츠 잡지는 앞다투어 10년간 최고의 선수를 뽑고, 10년 동안 전 세계 스마트폰 사용자가 가장 많이 내려받은 어플, 제일 많이 팔린 책들이 지면을 통해 소개된다. 롤링스톤, 피치포크 미디어 등의 매체들은 '2010년대 최고의 음반'을 뽑는 데 여념이 없다. 우리는 어떤 앨범들을 통해 2010년대를 기억할 수 있을까. 특정 작품이 모든 앨범보다 우월하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한 시대를 돌아보았을 때, 시사하는 바가 큰 작품들이 여기에 있다.
 
 카니예 웨스트의 < My Beautiful Dark Twisted Fantasy >

카니예 웨스트의 < My Beautiful Dark Twisted Fantasy > ⓒ 유니버설뮤직코리아

 
카니예 웨스트 < My Beautiful Dark Twisted Fantasy >(2010)
 
카니예 웨스트는 스스로 적을 만드는 사나이다. 2018년에는 "노예제는 400년 동안 지속되었으며, 그것은 흑인의 선택이었다"는 발언으로 파문에 휩싸였다. 시간을 거슬러, 2009년 MTV 시상식에서 수상자인 테일러 스위프트의 마이크를 가로채며 "이 상은 비욘세에게 가야 한다"고 외친 사건 역시 유명하다. 셀 수 없이 많은 이들에게 지탄받았다. 심지어 버락 오바마 대통령마저 비난의 대열에 합류했다.

그러나 2010년, 카니예 웨스트의 정규 5집 < My Beautiful Dark Twisted Fantasy >는 그의 음악성 만큼은 인정하게 만든 앨범이었다. 동시에 시대를 정의하는 앨범 중 하나가 되었다. 빌보드와 롤링스톤 역시 최근 이 앨범을 '2010년대 가장 위대한 앨범' 1위로 선정했다.

이 앨범에서 카니예는 실로 다양한 시대, 그리고 폭넓은 장르의 음악을 샘플링했다. 경계를 두지 않는 해체와 재조합의 과정이었다. 결과는 혁신이었다. 힙합에서 만나보기 어려운 웅장함과 독특한 긴장감을 갖추게 되었다.

최근 가스펠 뮤지션으로 전향한 듯 보이는 그는, 과거의 곡들을 공연에서 부르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여전히 음악 팬들은 이 앨범이 들고 온 충격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10년 후에 들어도 진보적인 음악이다.
 
 켄드릭 라마의 < To Pimp A Butterfly >

켄드릭 라마의 < To Pimp A Butterfly > ⓒ 유니버설뮤직코리아

 
켄드릭 라마 < To Pimp A Butterfly >(2015)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가 그래미 어워드 올해의 앨범상을 수상하지 못할 때마다, 시상식의 공정성을 묻는 여론이 뜨겁다. < To Pimp A Butterfly >는 범죄가 들끓는 컴튼(Compton)에서 태어난 소년이 꾸었던 꿈의 결정체다. < To Pimp A Butterfly >는 사회 고발적인 르포르타주(Reportage)인 동시에, 스스로와 흑인 사회 전체에게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었다. 앨범 전반에 깔린 재즈 사운드를 발판으로 삼아 여러 목소리로 분하는 그는, 자신이 새로운 랩의 왕이라는 사실을 온 세상에 증명했다. 

그는 앨범의 마지막 트랙 'Mortal Man'에서 가장 큰 감동을 선사한다. 그의 우상인 투팍(2Pac)의 생전 인터뷰 녹취록을 켄드릭 라마의 목소리와 이어 붙임으로서,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고 있는 듯한 트랙을 만든 것이다. 흑인의 삶, 그리고 역할에 대해 이야기하는 켄드릭 라마의 질문은 투팍과의 바톤 터치처럼 들리기도 한다. 이 앨범은 'Black Lives Matter(흑인의 삶도 중요하다)' 운동과 맞물려, 더 큰 사회적 파장을 몰고 왔다. We gon' be alright!
 
 테임 임팔라의 < Lonerism >

테임 임팔라의 < Lonerism > ⓒ 유니버설뮤직코리아

 
테임 임팔라 < Lonerism >(2012)
 
록의 시대는 끝났는가? 콜드플레이, 뮤즈를 비롯한 공룡 밴드들의 규모는 날이 갈수록 커졌으나, 새로운 밴드 아이콘은 좀처럼 등장하지 않았다. 국내에서도 새로운 스타 래퍼들이 등장하고 있지만, 신예 스타 밴드의 비율은 그에 비해 적다. 그러나 놀라운 밴드는 늘 등장했다. 케빈 파커(Kevein Parker)가 이끌고 있는 호주 밴드 테임 임팔라(Tame Impala)를 논하지 않을 수 없다.

테임 임팔라는 1960년대의 싸이키델릭 사운드를 21세기의 것으로 재해석하는 데 성공한 팀이다. 대표곡 'Feels Like We Only Go Backwards'가 증명했듯, 팝적으로 어필할 수 있는 유려한 멜로디까지 만들어냈다. 존 레넌을 연상케 하는 케빈 파커의 얇은 목소리는 이 밴드 특유의 몽환적인 감성에 기여한다. 테임 임팔라는 최근에는 트래비스 스캇(Travis Scott) 등의 힙합 뮤지션과 조우하는 등, 자신들의 영역을 끊임없이 넓혀 나가고 있다. 테임 임팔라는 단연, 이 시대의 밴드다.
 
 라나 델 레이의 < Norman Fucking Rocxwell! >

라나 델 레이의 < Norman Fucking Rocxwell! > ⓒ 유니버설뮤직코리아

 
라나 델 레이 < Norman Fucking Rocxwell! >(2019)
 
도널드 트럼프의 시대는 수많은 뮤지션에게 창작의 영감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의의를 가진다고 볼 수 있을까. 레트로를 추구하는 싱어송라이터 라나 델 레이(Lana Del Rey)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다. 자기 파괴적인 사랑, 내면의 우울 등 개인적인 이야기에 집중하던 라나 델 레이는 < Lust For Life >(2017)와 < Norman Fuckin' Rocxwell! >(2019)을 거치면서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최근 앨범 제목에 차용된 노먼 록웰(1894~1978)은 '새터데이 이브닝 포스트' 지의 표지 그림을 40년 넘게 맡았던 일러스트레이터의 이름이다. 노먼 록웰의 그림은 미국 중산층 시민들의 평화로운 모습들로 상징된다. 

그러나 라나 델 레이가 바라본 2019년의 미국은 결코 노먼의 그림처럼 평화롭지 않으며, 유토피아도 아니다. 폭력의 시대는 그녀의 음악에 냉소적인 면을 부여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라나 델 레이는 프로듀서 잭 안토노프와 함께 1960년대의 싸이키델릭, 포크 사운드를 재현하는 가운데, 그 위에서 비관과 낭만, 그리고 진보에 대한 희망을 이야기한다. 9분을 훌쩍 넘는 대곡 'Venice Bitch'에서 그녀는 이렇게 노래한다. 
 
'You're beautiful and I'm insane We' re American-made
당신은 아름답고, 나는 제정신이 아니야. 우리는 미국산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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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 음악과 공연,영화, 책을 좋아하는 사람, 스물 일곱. http://blog.naver.com/2hyun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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