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3일 광화문에서 열린 집회엔 예상을 뛰어넘는 인파가 몰려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당시 광화문집회는 자유한국당 혼자 주도한 행사가 아니었다. 문재인 하야 범국민 투쟁본부, 우리공화당, 태극기 혁명 국민운동본부, 일파만파 애국자 연합 등 여러 보수 단체들이 함께 집회를 이끌었다.

다양한 보수 세력이 뒤섞인 광화문집회의 중심엔 한국기독교총연합회(아래 한기총) 회장 전광훈 대표회장이 위치한다. 그는 한기총 등이 주축인 '문재인 하야 범국민 투쟁본부'를 총괄하는 인물이다.

한기총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사랑제일교회)는 거침없는 말과 정치 행보로 한국 사회의 갈등과 대립을 부추기고 있다. 그가 집회에서 쏟아낸 말들을 보면 목사가 맞나 의심이 들 정도로 폭력적이고 정치적이며 이단적이다.

"오늘 이 시간부로 문재인을 대통령에서 탄핵한다", "빨리 박근혜하고 감방을 교대하란 말이야!", "부정 선거한 것이 딱 걸렸습니다. 지금 바로 청와대에 들어가서 문재인을 현행범으로 체포하길 바랍니다", "대한민국은 전광훈 목사 중심으로 돌아가게 되어 있다니까. 하나님 꼼짝마. 하나님 까불면 나한테 죽어!"

지난 20일 방송한 KBS <시사 직격> '목사님, 어디로 가사나이까' 편은 전광훈 목사가 만든 극단과 대립의 풍경을 돌아보고 한국 기독교의 정치적 욕망을 파헤쳤다. 전광훈 목사와 한국 기독교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시사 직격> 프로그램의 한 장면

▲ <시사 직격> 프로그램의 한 장면 ⓒ KBS


전광훈 목사는 6월부터 청와대 앞에 일명 '광야교회'란 노상 교회를 세웠다. 수백 명의 전광훈 목사 추종자들이 바닥에 앉아 매일 세 차례 노상 예배를 드린다. 예배가 끝나도 참가자들은 집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밤늦게까지 기도회를 가진 후에 그 자리에 텐트를 치고 잠을 청한다. 날이 밝으면 정치 발언이 난무하는 예배에 참가한다. 그렇게 제대로 먹지고 씻지도 못하는 노숙 생활을 몇 달째 이어가는 중이다.

이곳에 모인 사람들은 전광훈 목사를 만나며 역사에 대해 제대로 배웠다고 입을 모은다. 이들은 빨갱이들이 이승만과 박정희를 부정적인 인물로 만들었다고 이야기한다. 심지어 김일성이 4.19 배후세력이라고 말하는 사람까지 보인다. 그들에게 전광훈 목사는 올바른 역사를 가르쳐주고 나라가 잘 못 돌아가고 있다는 걸 말씀해준 고마운 사람이다. 한 집회참가자는 "하나님이 제2의 모세처럼 세운 민족지도자"로 칭송한다.

전광훈 목사는 문재인 대통령과 좌파 세력이 대한민국을 공산화하는 중이라고 말하며 사람들의 불안감과 두려움을 자극한다. 한 집회참가자가 지인에게 받았다고 보여주는 카톡 내용은 충격적이다. '더불어민주당 헌법개정 초안'이란 제목의 글엔 '개인 토지 소유권 박탈과 재산 균등 분배, 자유민주주의 삭제하고 인민민주주의 등재, 동네 소위원회를 구성(재판 없이 인민재판 구성)' 등 황당한 내용이 적혀있다.

출처조차 알 수 없는 가짜뉴스이나 이들은 개의치 않는다. 전광훈 목사가 문재인 대통령은 종북빨갱이고 사탄이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에 대해 이진오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사무처장은 종교와 정치가 합쳐진 신앙화로 분석한다.

"정치적인 이데올로기가 종교와 결합하면서 사람들의 정치적 지향점이 곧 종교적 자기 확신으로 연결되었다. 이들에게 정치가 종교가 되어버린 것이다. 전광훈 목사는 지금 신앙적 언어를  쓰고 있지만, 그가 전하고 있는 메시지는 다 정치적 메시지다."
 
<시사 직격> 프로그램의 한 장면

▲ <시사 직격> 프로그램의 한 장면 ⓒ KBS


전광훈 목사는 내란 선동 음모를 구체화한 계획으로 옮겼다. 지난 9월 전광훈 목사 측은 '10월 3일 4.19식 청와대 집행 순교자, 순국자 지원 모집' 광고를 신문에 냈다. 이른바 '순국결사대'를 모집한 것이다. 광화문집회 현장에서 보이는 검은 띠를 두른 사람들이 바로 순국결사대다. 지난 8월 전광훈 목사는 순국결사대의 목표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10월 3일 날 반드시 문재인을 끌어내야 하기 때문에 청와대 진입 발대식을 거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저와 함께 그날 청와대에 들어가서 청와대 경호원들의 실탄을 받아서 순교하실 분들, 목숨을 내어놓으실 분들. 피 흘림이 없이 무슨 혁명이 되겠습니까? 제가 제1호로 죽겠습니다."

전광훈 목사는 스스로 순국결사대의 목적이 청와대 진입이라고 밝힌 것이다. 사다리를 놓아 경찰버스에 올라타라는 구체적인 지침까지 내렸다. 미리 유언장도 받았다. 순국결사대의 운영은 현재 한기총 대변인인 이은재 목사가 맡았다. 그의 지휘 아래 한 조에 40명에서 최대 60명까지 수백 명의 순국결사대 대원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전광훈 목사가 독려한 대로 10월 3일 순국결사대는 청와대로 향했고 경찰이 친 저지선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이날의 충돌로 경찰과 시위대의 부상자가 속출했고 40여 명이 연행되었다.

전광훈 목사는 현재 내란 선동, 폭력시위 주도, 기부금품법 위반, 정치자금법 위반, 반국가단체 결성, 범죄단체 조직 혐의를 받고 있다. 그동안 4차례나 경찰 소환에 불응하던 그는 12월 12일 처음으로 종로경찰서에 출석했다. 그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전광훈 목사는 순국결사대가 "경찰들이 폭력으로 진압할 경우에 대항할 팀"이었다고 해명했다. 이후 <시사 직격>과 나눈 인터뷰에서 재차 순국결사대를 묻자 자신과 무관한 조직이라고 대답했다.

"(10월 3일에) 탈북자들이 청와대로 들어갈 때 순국결사대가 몇 명 따라 들어갔다. 순국결사대는 내가 만든 단체가 아니고 (한기총) 대변인인 이은재 목사가 만들었다. 목적은 집회할 때 집회 유지를 위해서였다. 신문 광고도 이은재 목사가 냈다. 청와대에 들어간다는 거는 내부충전용으로 (했다). 민노총 집회든지 전교조 집회든지 다 하죠? 근데 말하고 행동하고는 다른 거다. 우리 내부 자체 집회할 때는 얼마든지 선동을 하는 거예요."
 
<시사 직격> 프로그램의 한 장면

▲ <시사 직격> 프로그램의 한 장면 ⓒ KBS


도대체 전광훈 목사는 어떤 사람일까? 예전에 그는 교회의 부흥 집회를 잘 인도하는 걸로 명성을 쌓았다. 한편으론 2005년엔 대구에서 "이 성도가 내 성도가 되었는지 알아보려면 젊은 여집사에게 '빤스 내려라' 해보라"라는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키며 '빤스 목사'란 오명을 얻었다.

본격적인 정치 행보를 보인 건 2008년 무렵이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 후 개신교 내부에선 교회의 정치 참여에 대한 기대감이 컸고 기독교 정당 설립으로 이어졌다. 이때 기독사랑실천당을 창당을 주도한 인물이 전광훈 목사다.

정치 목사로 새롭게 출발한 전광훈 목사는 강한 보수색을 드러냈다. '건국대통령 이승만 영화 제작위원회' 대표회장을 역임하고 책 <건국대통령 이승만의 분노>을 발간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엔 태극기집회에 참가했다. 19대 대통령 선거에선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시사 직격> 프로그램의 한 장면

▲ <시사 직격> 프로그램의 한 장면 ⓒ KBS


전광훈 목사는 2019년 한기총 대표회장에 당선되면서 언론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그는 당선되자마자 곧바로 문재인 정부를 주사파 정권으로 규정하고 하야를 요구하는 반정부 투쟁에 돌입했다. 3월 20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한기총을 방문하면서 존재감은 한층 커졌다.

정당 대표가 한기총을 방문하는 건 특별하지 않지만, 그날 두 사람이 주고받은 대화 내용이 논란을 불러왔다. 황교안 대표는 "필요하면 행동을 모아주어 좌파 정부 폭정을 막아내자"고 요청했고 전광훈 목사는 "(황교안 대표가) 이승만 대통령, 박정희 대통령에 이어갈 세 번째 지도자가 되어주었으면 좋겠다"고 화답했다. 종교 단체가 특정 정치인에 대해 노골적인 편들기를 한 것이다.

제1야당 대표이자 유력한 대권 후보와 만남 이후 전광훈 목사의 정치 행보는 더욱 과감해졌다. 6월 7일 "문재인 정권이 주체사상을 종교적 신념의 경지로 만들어 대한민국을 점령했다"는 내용을 담은 한기총 명의의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시국선언문 발표 후엔 '문재인 하야 범국민 투쟁본부'를 만들었다.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의 하야가 "사람의 명령임과 동시에 주님의 명령"이라며 자신과 신을 동일시했다. 후원금 계좌 문제 등 한기총 내부에서 문제를 제기한 목사들은 모두 해임, 영구제명 등 징계로 응수했다.
 
<시사 직격> 프로그램의 한 장면

▲ <시사 직격> 프로그램의 한 장면 ⓒ KBS


대내외적인 비판 속에서도 전광훈 목사가 정치 행보를 멈추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것은 한국 기독교의 정치 세력화로 읽을 필요성이 있다. 기독연구원느헤미야의 배덕만 교수는 <뉴스앤조이>와 가진 인터뷰에서 보수개신교인의 집단행동은 김대중 정권이 들어서면서 시작했다고 분석한다.

한국 개신교는 북한의 개신교가 월남하면서 재구성되었고 반공과 친미를 지향하기에 자연스럽게 보수 정권과 유착했다. 그런데 김대중 정권의 각종 정책은 레드 콤플렉스를 불러왔다. 노무현 정권의 사학법 개정은 진보에 대한 반감이 극대화되는 계기가 되었다. 이후 뉴라이트 등을 통해 보수 개신교 목사들은 정치적 목소리를 내며 이명박 장로의 대통령 만들기에 앞장섰다.

보수 개신교의 다음 행보는 기독교정당의 국회 입성으로 향했다. 기독교정당은 2012년 19대 총선에서 비례대표 지지 1.2%를 얻었다. 2016년 20대 총선에선 2.6% 지지를 받았다. 2004년 한국기독당이 1%를 넘긴 후 지지율이 계속 성장하는 추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되는 21대 총선에선 3%를 넘기면 3~5석 가량 국회의원을 확보할 수 있다. 동성애 반대를 공약으로 내건 기독자유당이 원내에 진입하면 국회에서 "동성애자들을 격리하는 법을 만들겠다."는 혐오 발언을 들을 지도 모른다.

보수 개신교의 오랜 염원을 달성하기 위해 전광훈 목사는 일찌감치 '전국 253개 지역연합회'를 만들어 선거운동에 들어갔다. 한기총 소속 교단이 아니더라도 전국에 있는 목사들을 동원해 선거구마다 지역장을 세우고 있다. 전국적인 조직을 구축하여 기독교정당 자체적으로 국회의원을 만들거나 보수 정당에 힘을 실어주어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목적이 엿보인다.
 
<시사 직격> 프로그램의 한 장면

▲ <시사 직격> 프로그램의 한 장면 ⓒ KBS


전광훈 목사가 주도하는 집회엔 기성 정치인 여럿이 눈에 띈다. 이들은 전광훈 목사의 행보를 비판하는 대신에 자리를 받거나 아니면 표를 얻기 위해 동참하는 길을 선택했다. 특히 전광훈 목사는 황교안 대표와 관계가 돈독하다. 과거 전광훈 목사는 황교안 대표가 헌금 문제의 법리적 검토를 해준 적이 있고 자신에게 장관 자리를 제안한 일이 있다고 주장했다.

황교안 대표 역시 지난 달 단식을 선언한 직후 광야교회를 가장 먼저 찾았다. 그날 이후에도 농성장에서 전광훈 목사는 황교안 대표와 여러 차례 만났다. 마치 정치와 종교가 한 몸이 된 모습이다.

인류는 종교가 정치를 지배하거나 정치가 종교를 도구로 삼았을 때 일어나는 폐단을 똑똑히 목격했다. 그렇기에 역사는 정치와 종교를 분리하는 방향으로 발전하며 근대화와 민주화를 이루었다. 우리나라도 헌법 제20조 2항에 "국교는 인정되지 않으며 정치와 종교는 분리된다."고 명시했다. 종교인 개인의 정치 참여가 아닌, 종교단체나 종교의 이름으로 정치에 영향을 미치려는 행위를 헌법으로 막았다.

한국 보수 세력과 보수 개신교 세력이 결합한 '전광훈 현상'은 정교분리 원칙을 무너뜨렸다. 해법은 간단하다. 전광훈 목사는 "1200만 성도, 30만 목회자, 25만 장로님 여러분"을 팔지 말고 한기총 대표회장직과 담임목사직을 내려놓아야 한다. 대한민국의 기독교를 더는 욕보이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종교탄압 운운하는 변명 따윈 집어치우고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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