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가 3년 만의 통합 우승을 달성하며 2019 KBO리그는 막을 내렸다. 공인구 반발력 저하의 영향으로 투고타저의 바람이 불어 닥친 2019시즌, 시즌 초반부터 상하위 양극화 현상으로 예년에 비해 맥이 빠지기도 했다.

하지만 후반기 이후 치열한 선두 경쟁과 가을야구 막차 티켓 경쟁이 불붙으며 시즌 막판을 뜨겁게 달궜다. 최종 순위의 역순으로 각 구단별 2019시즌을 되돌아보자. (8편 : 키움 히어로즈)
   
<2019 키움 히어로즈 투타 부문별 팀 순위>
       
<시즌 타자&투수 MVP>

타자 MVP : 김하성   
영웅 군단의 유격수 김하성의 성장세가 놀랍다. 어느덧 메이저리그 문도 두드릴 준비를 마쳤다. 프리미어12에서 대회 베스트 11에 선정된 것은 물론 2년 연속 골든글러브를 수상하며 리그 최고의 유격수로 발돋움했다. 만 24세의 나이에 거둔 성과이다.

그는 올 시즌 총 139경기 625타석에 나서 166안타 19홈런 112득점 104타점 33도루 타율 0.307 출루율 0.389 장타율 0.491을 기록했다. 홈런을 제외한 대부분의 수치에서 본인의 커리어하이 기록을 경신했다. 

KBO기록실을 살펴보면 그의 이름을 여러 부문에서 찾아볼 수 있다. 타점 2위, 도루 2위, 득점 1위, 안타 5위. KBO가 공식 시상하는 8개 부문 중 무려 4개 부문에나 TOP 5에 이름을 올렸다. 유격수로서는 팀 선배 강정호(2014년)에 이은 역대 2호로 100타점-100득점의 대기록도 세웠다.

'야구기록실 케이비리포트'에서 집계한 그의 2019시즌 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WAR)는 6.8이다. 이는 올 시즌 리그 최고의 타자였던 양의지에 이은 2위 기록으로 그의 밑으로 최정, 샌즈, 로하스 등 리그 정상급 타자들이 포진해있다.

김하성의 놀라운 활약에 힘입어 키움은 역대급 상위 타선을 구축할 수 있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장정석 감독이 구상했던 '강한 2번타자'의 역할을 200% 수행했기 때문이다. 출루에 이은 빠른 발로 팀의 득점을 도왔고, 때로는 스스로 해결사의 면모를 보였다.

그가 시즌 MVP급으로도 평가받았던 이유는 단순히 타격 능력 때문이 아니다. 총 33개의 도루를 성공하며 데뷔 이후 최초로 시즌 30도루 이상을 기록했다. 타격 능력뿐 아니라 빠른 발을 통해 팔방미인의 매력을 뽐냈다.

심지어 도루 실패는 단 4개. 굉장히 높은 성공률로 베이스를 훔치며 상대 투수에게 타자로서, 주자로서 모두 올 시즌 가장 까다로웠던 타자였음에 틀림없다. 

눈여겨 볼 점은 그의 클러치 능력이다. 올 시즌 그의 득점권 타율은 데뷔 이후 가장 높은 0.364. 규정타석을 채운 KBO리그의 전체 타자 중 유한준에 이어 2위의 득점권 타율이다. 찬스에서도 높은 집중력을 유지하며 팀을 한국시리즈까지 이끌었다.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낸 김하성이지만 아쉬움은 있다. 2016년에 이어 개인 2번째 20-20클럽 가입에 홈런 1개가 모자랐고, 멋진 승부를 펼치며 올라간 한국시리즈에서는 두산 베어스에 패해 준우승에 머물렀다. 프리미어12에서도 주전 유격수로 활약했지만 우승까지 이끌지는 못했다. 

이런 시즌 막판의 아쉬움들은 내년 김하성의 더 큰 도약을 위한 발판이 될 것이다. 2020시즌은 김하성 개인에게도 매우 중요한 시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시즌 후 MLB 포스팅도 가능한 그이기에 한 단계 더 성장은 물론, 팀을 창단 후 첫 우승까지 이끌어야 하는 내년 시즌이다. 

매년 발전되고 있는 김하성이기에 그를 지켜보는 팬들의 기대는 점점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김하성이 과연 주변의 기대에 부응하며 올 시즌을 능가하는 또 한 번의 커리어하이 시즌을 2020년에도 달성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투수 MVP : 요키시  
2019 키움 히어로즈의 외국인 원투펀치는 강력했다. 두 투수 모두 13승을 거두며 팀의 선발진을 이끌었다. 이들의 활약 덕에 키움은 시즌 막판까지 선두 싸움을 이어갈 수 있었고, 가을 야구에서도 타 구단에 밀리지 않는 선발진을 꾸릴 수 있었다.

시즌을 앞두고 요키시에 대한 우려가 많았던 것은 사실이다. 브리검은 올 시즌 전까지 KBO리그에서 2시즌 활약하며 모두 두 자리수 승리를 거뒀다. 그에 반해 요키시는 빅리그에서 뚜렷한 성과를 기록하지 못했고, 외국인 선수 중 가장 적은 50만 달러에 계약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런 걱정은 기우에 불과한 듯, KBO리그에 완벽히 적응하며 팀 에이스로 맹활약했다. 총 30경기에 나서 13승 9패 181.1이닝 평균자책점 3.13을 기록했다. 완봉승 한 번을 포함해 19번의 퀄리티스타트를 달성하기도 했다.

이런 활약으로 요키시는 케이비리포트 기준 팀 내 투수 WAR 1위에, 리그 투수 전체 중에서는 6위에 올랐다. 한국시리즈 1차전 선발투수로 등판할 정도로 벤치의 확실한 신뢰를 받은 그다. 

요키시의 가장 큰 장점은 안정된 제구력이다. 올 시즌 141개의 삼진을 잡을 동안 볼넷은 단 39개밖에 주지 않았다. 또한, 평균 구속은 140km/h 초중반에 머물지만, 투심패스트볼과 체인지업을 주무기로 사용하며 상대의 타이밍을 뺏는 효율적인 투구를 펼쳤다.

체인지업 구사율이 25.8%로 높은 편인데 구종 가치가 17.2나 될 정도로 위력적이었다. 1.13으로 리그 3위에 해당하는 낮은 WHIP(이닝당 출루허용률)를 기록했고, 선발 평균 이닝 6.04로 이닝이터의 면모도 보여주며 내년 시즌 재계약까지 성공했다.

다만, 포스트시즌에서의 활약은 다소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 한국시리즈 각각 1경기씩 총 3경기에 나서 승패 없이 11이닝 평균자책점 5.73을 기록했다. 11이닝 동안 안타는 무려 21개나 맞았고, 볼넷도 6개를 내주며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키움은 내년에도 한국시리즈 도전 가능성이 높은 팀이다. 그렇다면 팀의 에이스를 맡아줘야 하는 요키시의 가을야구 활약이 절실하다. 브리검과 함께 내년에도 함께 영웅군단의 선발 로테이션을 지킬 요키시. KBO 2년차에는 한층 성장한 모습으로 키움을 올 시즌보다 더 높은 곳까지 이끌 수 있을까?

<야수진>

2019시즌 영웅군단의 화력은 막강했다. 홈런을 제외한 거의 모든 지표에서 2위 안에 들며, 엄청난 화력을 뽐냈다. 특히 서건창-김하성-이정후-박병호-샌즈로 이어지는 상위타선이 상대 투수들에게 주는 압박감은 상당했다.

케이비리포트 기준 전체 타자 WAR 순위 Top 10에 키움 타자가 무려 4명이나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모두 2번-5번타자로 서로 간의 시너지 효과가 엄청났다. 특히, 김하성과 샌즈는 100타점-100득점을 기록하면서 역대 5번째로 KBO리그에서 한 팀이 한 시즌에 100타점-100득점을 기록한 타자를 두 명 배출하게 됐다. 

▲ 2019시즌 키움 타자 WAR 순위
   
KBO리그 공식 시상 8개 부문의 Top 5에도 출루율은 제외한 7부문에서 모두 키움 타자가 1명 이상 포함돼 있었다. 그중  홈런, 타점, 득점 부분에서는 각각 박병호, 샌즈, 김하성이 1위를 차지했다.

타이틀을 따내진 못했지만 '바람의 손자' 이정후의 활약도 엄청났다. 140경기 630타석에 나서 193안타 91득점 68타점 13도루 타율 0.336 출루율 0.386 장타율 0.456을 기록했다. 시즌 막판까지 2019시즌 최고의 외국인타자 중 한 명인 두산 페르난데스와 최다안타 타이틀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아버지 이종범의 196안타(94시즌) 기록을 넘어 역대 두 번째 200안타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지 시즌 막판까지 관심을 받았지만 아쉽게 193안타에 그치며 이 기록들의 달성은 다음으로 미루게 됐다. 9월 한 달간 타율 0.433을 기록해 뜨거운 타격감을 보이며 시즌 끝까지 팬들의 열렬한 응원을 받았다.

달궈진 타격감은 가을야구와 프리미어12까지도 이어졌다. 특히 플레이오프와 한국시리즈에서 각각 타율 0.533, 0.412를 기록하며 팀의 공격을 이끌었다. 올 시즌 포스트시즌 총 11경기를 치르면서 46타석 19안타 11득점 8타점 3도루를 기록하며 큰 경기에도 강하다는 점을 입증했다. 프리미어12에서는 김하성과 함께 대회 베스트12에 선정되며 올림픽 참가도 확실시된다.

이 외에도 서건창, 이지영 등 알토란 같은 타자들이 적재적소에서 활약하며 팀의 타선을 책임졌다. 또한 김혜성, 김웅빈, 주효상 등의 타자들도 잠재력을 보여주며 키움의 미래를 밝게 비췄다. 

<마운드>

키움 히어로즈는 공격력이 워낙 막강했기에 마운드는 상대적으로 약해 보였지만, 상당한 짜임새를 갖춘 투수진 역시 리그 상위권이었다. 

▲ 2019시즌 키움 투수 WAR 순위
   
우선 외국인 원투펀치 요키시와 브리검이 굳건했다. 두 투수는 26승을 합작했고 평균자책점도 각각 3점대 초반과 2점대 후반으로 준수했다. 2017년 45만 달러로 KBO리그에 온 브리검은 올시즌 90만 달러를 받았고, 올해 처음 한국 땅을 밟은 요키시는 50만 달러로 타 구단에 비해 현저히 적었다.

그럼에도 가성비는 최고였다. 두 투수 합계 140만 달러밖에 되지 않는 금액으로 그 어떤 구단에 비해서도 성공적인 외국인 투수 조합을 완성시켰다. 이들 이외에도 최원태와 이승호가 선발 로테이션을 꾸준히 지키며 선발진을 안정감있게 운용했다.

두 투수는 향후 오랜 기간 키움 선발진을 지킬 젊은 자원이다. 최원태는 국내 투수들 중 김광현, 양현종에 이어 3번째로 많은 퀄리티스타트(18회)를 달성했다. 평균자책점 역시 국내 선발 투수들 중 4위에 오르며 국내 우완 에이스의 자격을 보여줬다.

올 시즌 처음으로 풀타임 시즌을 치른 이승호는 23경기를 모두 선발 투수로 출장했다. 8승 5패 122.2이닝 평균자책점 4.48로 A급 선발로 볼 수는 없었지만, 5월 8일 LG 트윈스를 상대로 생애 첫 완봉승 달성을 포함해 꾸준히 로테이션을 소화하며 만족스러운 2년차 시즌을 보냈다.
   
그가 김광현, 양현종을 잇는 미래의 좌완 에이스가 될 수 있다는 잠재력을 보여준 것은 다름 아닌 포스트시즌이었다.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4.1이닝 2실점의 준수한 활약을 펼친 그는 한국시리즈 무대에서도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한국시리즈 2차전 선발로 나서 5.1이닝 2실점으로 제 몫을 다한 그는 단 2일만 쉬고 4차전에 구원 등판해 1.2이닝을 소화했다. 최원태가 흔들린 가운데, 이승호는 정규시즌에서 활약했던 것 이상의 모습을 가을야구에서 보이며 앞으로를 더욱 기대케했다. 

불펜진도 안정적이었다. 돌아온 마무리 조상우가 5월 2일까지 평균자책점 0의 행진을 이어가며 위력적인 공을 던졌다. 5월 급격한 부진에 이어 시즌 중반 어깨 부상으로 1군에서 제외되기도 했지만, 시즌 후반 점점 페이스를 찾아가더니 포스트시즌에서는 철벽 그 자체였다. 

키움이 펼친 총 11경기의 포스트시즌 중 무려 8경기에 나와 단 1실점도 허용하지 않았다. 조상우가 등판하면 상대 팀은 점수를 내기보다 그의 투구수를 늘리는 데 집중했다.

조상우가 부상으로 빠진 공백은 베테랑 오주원이 노련하게 메꿨다. 조상우와는 정반대 스타일의 마무리로 61경기에서 3승 3패 18세이브 3홀드 평균자책점 2.32를 기록한 그는 조상우 복귀 이후에도 계속 마무리를 맡으며 벤치의 전폭적인 신뢰를 받았다.

이들 외에도 김상수는 40홀드를 달성하며 홀드 타이틀의 주인공이 됐고, 안우진, 한현희, 이영준 등도 힘을 보태며 키움은 질적, 양적으로 리그에서 가장 강력한 불펜진을 운용했다.

<리뷰 & 프리뷰>

창단 후 두번째로 진출한 한국시리즈에서 두산 베어스에게 4연패하며 우승의 꿈을 이루지 못했지만, 충분히 성공적인 시즌이었다. 성적과 팀의 미래를 동시에 잡은 한 해였다.

특히 타선에서 주축 타자들의 발전이 거듭되며 가을 야구에서 신규 팬을 불러 모을 정도로 매력적인 야구를 보였다. 그리고 서건창이 지명타자로 자주 출전함에 따라 자연스럽게 2루수의 자리는 김혜성에게 기회가 돌아갔는데, 시행 착오는 있었지만 주전 2루수로 가능성을 보였다.

20대 초반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공수의 핵심이 된 김하성과 이정후는 KBO를 대표하는 선수로 성장했고, 프리미어 12 '베스트 12'에도 선정되며 국제 무대에서도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박병호 역시 리그에서 홀로 30홈런 이상을 터뜨리며 여전한 파워를 과시했다. 하지만 타점왕 샌즈가 이탈한 것이 아쉽다. 새로 영입한 멀티 플레이어 모터는 공격보다 수비가 강점인 타자라 다른 선수들이 힘을 합해 샌즈의 타격 공백을 메꿔야 한다.

샌즈를 대체할 외야수 후보로는 임병욱과 2020시즌 1차지명 박주홍이 꼽힌다. 2018시즌 좋은 활약을 보였지만 올시즌 내내 정확도에 문제를 보인 임병욱이 내년 제 모습을 찾는다면 샌즈의 빈자리를 어느 정도 채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신인 박주홍은 장타력이 강점인 타자로 김하성-이정후-김혜성을 이어 키움의 엘리트 코스를 밟을 신인으로 기대를 받고 있다.

투수진은 큰 전력 누수가 없기에 올해보다 한층 더 단단해질 2020시즌을 기대해볼 수 있다. 외국인 원투펀치가 건재하고 경험을 더 쌓은 최원태, 이승호, 안우진은 더 좋은 모습이 기대된다. 또한 포스트시즌에서 보여준 벌떼 야구는 키움 불펜에 좋은 투수들이 많다는 것을 입증했다.

샌즈의 이탈로 타선에는 상당한 공백이 생겼지만, 키움은 그 이상의 전력 이탈도 극복했던 경험이 있다. 올시즌 정규시즌 1위 싸움, 치열했던 포스트시즌 경험들은 키움의 영건들을 한층 더 성장시켰다고 볼 수 있다. 우승 고지를 앞두고 한 걸음 더 내딛지 못한 영웅들. 새로 출범한 손혁 감독 체제에서 창단 첫 우승을 감격을 누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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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참조: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KBO기록실, STAT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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