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가쁘게 달려온 2019년도 이제 연말 결산의 시기를 맞고 있다. 단 한 해도 결산이 쉬운 적은 없었으나, 올해는 특히 의미 있는 작품과 뮤지션들의 목소리가 두드러진 한 해였다. 기성 질서의 변화를 촉구하고 다가올 새로운 10년의 청사진을 그린 2019년의 음악을 소개한다. 두번째는 레인보우99(본명 류승현)의 <동두천>이다. [기자말]
 인디 일렉트로닉 아티스트 레인보우99(본명 류승현)은 지난해 경기도 동두천시에서 보고 느낀 것을 <동두천> 앨범에 소리로 풀어냈다.

인디 일렉트로닉 아티스트 레인보우99(본명 류승현)은 지난해 경기도 동두천시에서 보고 느낀 것을 <동두천> 앨범에 소리로 풀어냈다. ⓒ 포크라노스

 
마주하고 싶지 않은 역사가 있다. 눈에 보이는데도 외면하고픈 현실이 있다. 경기도 동두천시의 평범한 일상, 그 시간의 지층은 얼룩져 있다. 한국 전쟁 이후 시의 전체 면적 95.66㎢ 중 40.63㎢, 42%를 차지한 미군 부대를 제외하고 동두천의 역사를 논할 수 없다. 캠프 케이시와 그 주변 기지들, 이를 둘러싸고 발전한 기지촌, 낙검자 수용소, 상인, 난민들의 삶이 오늘도 퇴적되어 잊혀 간다.  

방랑하는 아티스트 레인보우99는 전국 각지와 세계를 여행하며 그 시간과 장소의 기억을 일렉트로닉 음악으로 담아내는 뮤지션이다. <동두천>은 퇴적되어 잊혀 가는 존재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인 작품이다.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섹스 동맹 기지촌 정화운동' 유튜브 영상을 본 후, 레인보우99는 앨범 제작을 위해 지난해 2월부터 올해 5월까지 경기도 동두천시를 오가며 현장에서 직접 음악을 만들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앨범은 리얼리즘의 기록이다. 그는 들여다본다. 매캐한 공단의 연기가 자욱한 안개로 분지 지형의 경기도 동두천시의 아침을 덮는 모습을 본다. 미군 부대를 위해 지어진 기지촌과 그 속의 여성들을, 그들을 상대로 자행된 낙검자 수용소의 폭력과 '양공주'라는 멸칭을 목격한다.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보산역 일대에 힘겹게 자리 잡은 난민들을 풀어낸다. 

낯선 첫인상과 분노, 짙은 연기 아래 울렁거리는 감정의 파고를 소리로 눌러 담았다. 실제로 레인보우99가 위치한 동두천 곳곳의 장소를 제목으로 삼은 곡들은 투쟁과 생존의 문제를 처절히 다룬다.
 
4개 폐쇄 미군기지 즉시 반환, 용산기지 반환 협의 절차 개시 발표 임찬우 국무조정실 주한미군기지 이전지원단장이 11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청사에서 열린 정부합동브리핑에서 '정부는 평택 캠프 험프리스에서 미국과 제200차 SOFA합동위를 열어, 장기간 반환이 지연되어온 원주, 부평, 동두천 지역 4개 폐쇄 미군기지를 즉시 반환받고, 용산기지 반환 협의 절차도 개시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 4개 폐쇄 미군기지 즉시 반환, 용산기지 반환 협의 절차 개시 발표 임찬우 국무조정실 주한미군기지 이전지원단장이 11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청사에서 열린 정부합동브리핑에서 "정부는 평택 캠프 험프리스에서 미국과 제200차 SOFA합동위를 열어, 장기간 반환이 지연되어온 원주, 부평, 동두천 지역 4개 폐쇄 미군기지를 즉시 반환받고, 용산기지 반환 협의 절차도 개시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 권우성


한때 2만여 명에 달했던 동두천의 미군들은 2004년 이라크 파병 이후 2천여 명 만이 주둔하고 있다. 평택 캠프 험프리스로의 대대적인 이전 역시 감축의 원인이다. 이렇게 미군이 줄어들며 그를 바탕으로 삶의 토대를 쌓아 올린 주민들은 앞날을 내다볼 수 없는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지난 11일 오후 임찬우 국무조정실 주한미군기지 이전지원단장은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는 평택 캠프 험프리스에서 미국과 제200차 SOFA합동위를 열어, 장기간 반환이 지연되어온 원주, 부평, 동두천 지역 4개 폐쇄 미군기지를 즉시 반환받고, 용산기지 반환 협의 절차도 개시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동두천은 미군의 순환 부대 캠프 호비의 쉐어 사격장 부지를 돌려받게 됐다. 그러나 산 속이라 개발이 어렵고, 지역 주민들에게 실질적인 보상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동두천>은 일그러진 현대사가 강요해온 일상을 깊이 관찰하고, 소리로 스케치하여 도시 곳곳에서 녹음한 한 편의 다큐멘터리다. 혐오를 놀이와 집결의 도구로 사용하는 2019년 대한민국에 '잊힌 자들'의 기록을 아프게 상영한 작품이며, 현재 진행형의 역사를 진지하게 관찰하는 작품이다. 

동시에 레인보우99는 동두천시의 표어 '두드림(Do Dream)'을 통해 희망을 심고자 한다. 그는 들여다보는 것이 고통스러우나, 침묵한다면 치유받을 수도, 전진할 수도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가장 낮은 곳으로 나아간 <동두천> 같은 작품이 있기에 우리는 반성하고 기억하며 더 밝은 내일을 향해 발걸음을 뗄 수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대중음악웹진 이즘(www.izm.co.kr)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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