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폰 끼고 사는 여자, 이끼녀 리뷰입니다. 바쁜 일상 속, 이어폰을 끼는 것만으로도 마음에 여백이 생깁니다. 이 글들이 당신에게 짧은 여행이 되길 바랍니다.[기자말]
각자의 삶을 제각기 열심히, 혹은 게을리 살아온 우리는 다같이 2019년의 끄트머리에 도착했다. 우리의 2019년은 인구수만큼이나 다른 모습이라, 이런 각각의 우리가 무언가를 함께 나눈 추억은 사랑스럽지 않을 수 없다.

드라마, 영화, 음악... 대중문화란 게 사람들이 공유하는 '우리의 추억'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해봤다. 얼굴도 모르는, 이름도 모르는, 성격도 모르는 너와 내가 같은 드라마를 본 추억 덕분에 생판 처음 만나도 몇 시간을 대화할 수 있단 게 신기하다.

영화도, 음악도, 공연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어제 갔던 치킨집에서 흘러나온 음악은 그 가게의 모든 테이블을 이어줬다. 다른 메뉴의 닭을 먹던 손님들은, 나를 포함해 같은 음악을, 그 음악이 만든 그날의 분위기를 공유하게 됐다.
 
호텔 델루나 OST tvN 드라마 '호텔 델루나' OST 자켓이미지.

tvN 드라마 '호텔 델루나' OST 자켓이미지. ⓒ 냠냠엔터테인먼트

 
공유의 힘, 이것 때문일까. 2019년 가요계는 드라마 OST가 큰 사랑을 받았다. 같은 드라마를 보고, 그 드라마에 나오는 노래까지 같이 들은 사람들의 보이지 않는 결속력(?)은 대단하지 싶다.

그 중에서 올 여름에 방영된 tvN 토일드라마 <호텔 델루나>의 OST는 지난 2016년 겨울을 떠올리게 한다. 그때도 한 드라마의 OST가, 작품이 끝나고도 오래오래 정말 놀라울 정도로 오래오래 거리에서 또 가게에서 흘러나왔으니, 바로 <도깨비>다. 

<호텔 델루나>의 OST는 드라마보다 더 큰 인기를 얻었다. 아마 과언이 아닐 것이다. <도깨비>만큼 <호텔 델루나>가 신드롬을 일으키진 않았지만 이 드라마의 OST는 <도깨비> 주제곡들 못지않게 오랫동안 사랑을 받고 있다. 

태연 '그대라는 시', 폴킴 '안녕', 거미 '기억해줘요 내 모든 날과 그때를', 10cm '나의 어깨에 기대어요' 등 '호텔 델루나' OST는 훌륭한 가창자에 퀄리티 좋은 작사·작곡으로 드라마를 보지 않은 사람들의 마음까지 사로잡았다. 오죽하면 이 드라마를 두고 '이 집 OST 잘하네', 'OST 맛집이다'란 말이 나왔을까. 

흥미로운 한 가지는 <도깨비> 수록곡들을 만든 송동운 프로듀서가 다시 '호텔 델루나' OST 제작과 총프로듀싱을 맡았단 점이다. 에일리 '첫눈처럼 너에게 가겠다', 크러쉬 'Beautiful'뿐 아니라 드라마 <태양의후예>와 <괜찮아 사랑이야> <달의연인 보보경심려> 등의 OST를 프로듀싱하기도 했다.
 
몇 년 전에 한 작곡가를 인터뷰했을 때 들었던 말, 그 말은 이젠 옛날이야기가 된 듯하다. "드라마 OST는 속도전이다", "짧은 시간 안에 드라마의 정서를 녹여낸 노래를 만들고 부른다"는 말. 작곡가, 작사가, 프로듀서, 가수 등 많은 사람이 얼마나 정신없이 바쁘게 노래를 만드는지에 대해 그는 말해줬다. 이게 옛말이 아닐까 싶은 건 일단 누가 들어도 드라마 삽입곡스러운 전형화된 OST에서 요즘은 많이 탈피한 듯 싶어서다. 다음은 극의 몰입도를 위해서 많이 알려지지 않은 가수가 가창한 예전과 달리 요즘은 인기 많고 유명한 가수들이 가창을 하는 이유도 있지 싶다. 

나의 경우 <호텔 델루나>를 방영 당시 못 봐서 최근에 '정주행'했는데 역시나 OST가 새롭게 들렸다. 장만월(아이유)과 구찬성(여진구)의 사연과 감정을 알고 나서 듣는 OST는 더 많은 감정을 내게서 이끌어냈다. 
 
 '호텔 델루나' 포스터

'호텔 델루나' 포스터 ⓒ tvN

 
크리스마스에 모든 사람이 행복하진 않았을 거다. 분명 쓸쓸하고 외롭고 불행한 크리스마스를 보낸 사람도 있었을 거다. 캐럴풍의 신나는 노래들 속에서 누군가는 슬픈 노래를 들었겠지만, 이미 그것만으로도 그는 혼자가 아니다. 어딘가에 사는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누군가가 똑같은 그 노래를 같은 시간에 듣고 있었을 테니까. 

2019년도 내 곁에 음악이 함께여서 조금 더 가볍고 조금 더 따뜻한 한해였다. 특히 '호텔 델루나'의 OST 덕분에 지난해보다 조금 더 포근하고 로맨틱한 감성으로 하반기를 채울 수 있었다. 이 추억이 나만의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과 나눈 것이라 생각하니 마음에 쏙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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