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해요 리키> 영화 포스터

<미안해요 리키> 영화 포스터 ⓒ 영화사 진진

 
평생 인권의 사각지대에 있는 노동계급에 대한 영화를 만들어 온 거장, 켄 로치 감독의 새로운 영화 <미안해요. 리키>가 지난 19일 개봉했다. 영화는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 있음에도 도무지 삶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리키와 그의 가족들의 삶 속으로 한 발짝 다가가면서 오늘날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부조리와 허점들을 보여준다. 

리키(크리스 히친)는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려 한다. 지난 날, 정직하고 성실한 자질에도 불구하고 욱하는 성질 때문에 한 직장에 진득하게 붙어있지 못했던 그에겐 이제 돌아갈 길이 없다. 10대 자녀, 세바스찬과 라이자는 하루가 다르게 자라나고, 은행 빚은 아무리 갚아도 제자리인데다 이제 셋방살이 하는 것도 지긋지긋하기 때문이다.

친구가 택배 회사에 취직해 꽤 괜찮은 수입을 벌어들이는 것을 보고 그도 택배 회사에 취직한다. 관리자는 택배 일이 자영업과 같다고, 자신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다른 결과를 얻어 갈 것이라며 리키를 격려한다. 리키는 배달 업무에 적절한 트럭을 구매하기 위해 유일하게 남은 재산인 아내의 차를 팔아 계약금을 지불하고 일을 시작한다. 

영화의 첫 장면, 택배 회사 관리자와 리키의 대화에서부터 관객은 리키의 여정을 가슴 졸이면서 지켜보게 된다. 혹시 리키와 그의 가족이게 무슨 일이 생기지는 않을까? 이들은 어떤 일로 우리 가슴을 아프게 할까? 조마조마한 가슴을 끌어안고 영화를 보는 일은 꽤나 스트레스지만, 영화는 관객들이 시선을 외면하지 않고 영화에 집중하게 하며 끝까지 보게 만든다.
 
 영화의 한 장면

영화의 한 장면 ⓒ 영화사 진진

 
리키의 아내 애비(데니 허니우드)는 혼자 살고 있는 노인과 장애인을 돌보는 요양보호사다. 그녀는 고객들의 집을 방문해 그들을 씻기고 먹이고 상태를 확인하는 일을 하는데 이동이 많은 그녀에게 차가 필수다. 하지만 그녀는 남편과 가정을 위해 차를 포기하고 버스로 이동한다. 하루가 얼마나 바쁜지 그녀는 저녁에 자녀들과 저녁 식사할 시간도 없다. 아침부터 밤까지 쉴 틈 없이 일을 해도 그녀의 수입은 기본급에도 미치지 못한다. 왜냐하면 근무 시간이 아니라 건수로 수입이 책정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녀는 온 마음을 다해 정성으로 고객들을 대한다. 힘들지만 불평하지 않고, 자식들이 외면한 노인들을 친부모 대하듯 진심을 다한다. 그녀를 보고 있으면 천사가 따로 없구나, 하는 마음이 들 정도다. 

리키의 하루 역시 식사는 고사하고 마음 편안하게 화장실에 갈 틈도 없이 바쁘다. 하루에 정해진 물량을 정확하게, 고객의 요구에 맞게 배송하려면 그럴 수밖에 없다. 몸이 아파서, 혹은 차에 문제가 있어서 근무 시간을 줄이고 싶으면 사비를 들여 대체 기사를 쓰거나 벌금을 물어야 한다. 그러니까, 택배 회사가 손해 보는 일이 없게 해야 하는 것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일이 리키의 우선순위가 되고, 피로와 짜증은 쌓여간다. 인생은 리키가 계획했던 것처럼 순탄하게 흘러가지 않는다. 10대 아들 세바스찬이 크고 작은 문제들을 일으키면서 리키와 아들간의 감정의 골이 깊어지고, 가족에게 시간을 할애 할 수 없는 그의 잔인한 일상과 충돌하면서 리키 인생은 갈등으로 뒤죽박죽되기 시작한다. 

"사는 것이 이토록 힘든 일인 줄 몰랐다"고 리키는 말한다. 팍팍한 일상이 계속되면서 리키의 성실하고 선한 마음은 삭막해져 후회할 말과 행동들을 늘어놓게 된다. 하나가 막히면 다른 한 곳에서 숨 쉴 틈이 생겨야 할 텐데 잔인한 세상은 리키 가족에게 그럴 틈을 주지 않는다. 회사 관리인과의 첫 만남에서 그가 리키에게 했던 말. "이 일은 당신 하기 나름"이라는 그 말은 듣기에 따라서 격려의 말로 들릴 수도 있지만, 사실은 '당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도 그것은 당신의 사정일 뿐, 내 알바 아니'라는 너무도 무서운 뜻을 담고 있는 무책임한 말과 다름없다.  

영화는 택배 기사가 겪는 어려움과 부당함을 관객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도록 세심하고 설득력 있게, 과장하지 않고 차분하게 그린다. 또한 택배 기사뿐만이 아니라 노인, 청소년, 등등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복합적인 문제들을 리키 가족을 통해 보여주는데 우리는 이것이 비단 이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에 있는 우리들의 문제와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에 처절하게 공감하게 된다. 영화 속 사회의 부조리함은 일상 곳곳에 있다. 그것은 거대한 악이 아니라 노동자들의 삶 그자체이고, 끊임없이 부딪히게 되는 한계다. 
 
 영화의 한 장면

영화의 한 장면 ⓒ 영화사 진진

 
<미안해요, 리키>는 보기에 편안한 영화가 아니다. 영화가 시작되는 순간부터 리키가 어떤 일들을 겪을지 긴장감을 안고 영화를 보게 되는데 그럼에도 웃음과 가슴 따뜻한 훈훈한 순간들, 특히 가족들의 사랑과 배려를 느낄 수 있는 순간들이 희망을 꿈꾸게 한다. 

영화의 원제는 <죄송합니다. 우리가 당신을 놓치고 말았네요(Sorry We Missed You)>인데, 이 문장에 쓰인 'miss'는 중의적인 뜻을 담고 있다. '놓치다'라는 뜻과 '그리워하다'라는 뜻을 담고 있는 이 단어는 리키가 일을 하면서 가능한 쓰고 싶지 않은 단어이자 가족들이 택배 일을 하면서 변해가는 그에게 '예전의 아빠로 돌아오세요' 하고 말할 때 쓰는 단어다. 가족을 위해서 정말 뼈가 부서져라 일을 하고 있는데 그 일이 정작 가족과 멀어지게 하는 아이러니라니! 인생이 원래 그런 거야, 하고 치부하기엔 너무도 안타까운 현실이 아닐 수 없다. 

그 시대의 아픔을 담은 새로운 이야기는 끊임없이 만들어진다. 중요한 것은 이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제대로 바라보는 것일 텐데 켄 로치 감독의 영화를 보는 것도 그 일의 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그의 영화는 우리 모두에게 소중하다. 

추신. 이번 영화도 폴 래버티(그는 1996년 <칼라 송>에서부터 모두 14편의 영화를 켄 로치와 함께 했다)가 각본을 썼다. 이들의 노련함은 비전문 배우들의 날 것 그대로의 연기와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시민기자의 브런치 계정에서도 읽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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